우리 사이의 빛 - 빛의 세계에서 전해 주는 삶을 위한 교훈
로라 린 잭슨 지음, 서진희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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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영적 재능을 지닌 영매 로라 린 잭슨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라 린 잭슨은

미국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며 변호사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특별한 공감 능력 때문에 감정에 예민하다고 여겼지만 영적 재능은

집안 내력임을 알게 된 후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고 타인을 돕는 데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영매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의심부터 하게 된다. 사후 세계나 영혼의 존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그녀가 하는 일 또한 모호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위로와 위안이 되는

그녀의 능력이야말로 삭막한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며 상실과 이별의 고통에 아파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를 건넨다. 그녀에 대해 처음에 가졌던 의심은 사연이 이어질수록 감동으로 다가왔고 남동생의 반려견에 얽힌 사연에서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내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의심할 때 저자 역시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녀는 동료 영매의 소개로 알게 된 제프 박사를 통해

정량 뇌파(QEEG)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그녀의 뇌는 일반 사람들과 달랐다.

어쩌면 그 다른 부분이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능력을 사용할 때 뇌의 한쪽이 활성화되고 영적 상담을 할 때는 또 다른 쪽이 활성화되었다. 실질적인 뇌의 변화 때문에 영매 활동을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라 여길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여전히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경우에 대해 좀 더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우리 뇌에 숨겨진 특별한 능력을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세상을 떠난 이들의 메시지를 가족들에게 전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온기를 전하며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갈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녀의 위로가 누군가의 삶에 좋은 변화를

생겨나게 한다면 영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세상에서든 저세상에서든 행복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그동안 정서적으로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이 더 지나서야 나의 그런 낯선 능력이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며,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38

내담자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영매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기만 하면 영혼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와 메시지를 볼 수 있고 매일의 삶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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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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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지가 오래도록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이번에는 '안락사'를 들고 왔다. 인간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 법과 윤리 그 사이에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령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가까운 미래에 이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쁜 의사 선생님이 와서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

p. 8

소설은 어린 소년의 신고 전화로 시작된다. 계속된 신고에 아이의 장난전화라고

무시할 수 없던 경시청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를 보내 진위 여부를 파악하게 한다.

그 전화가 거짓이 아니었으며 아이의 아빠는 어둠의 의사 '닥터 데스'를 만난 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단 20만 엔에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는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전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누카이는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과연 우리에게는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을까.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를 허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임종과정이라는 의학적 판단이 있어야 하며 엄밀히 말하면 치료 표기나

연명 포기로 여겨진다. 고통 없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 자신과 가족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계속되는 연명 치료, 이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의료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닥터 데스의 등장을 어찌 바라봐야 할까.

소설은 범인을 쫓는 과정 외에도 경찰로서 그리고 평범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이누카이 형사를 보여준다. 그에게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이 있다. 연이은 사건이 본인의 상황과 겹쳐지자 사명감이 높은 경찰과 아버지 사이에서 양가감정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과 예상치 못한 닥터 데스의 정체, 그리고 그의 과거를 잇달아 마주하며 소설이 남긴 여운에 한참 동안 빠져 있었다.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가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는 오랜 울림을 남긴다.

또한 그가 던진 묵직한 주제는 소설에 재미와 깊이를 더해준다.

인간의 살 권리와 죽을 권리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가족과 법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비판할 권리가 있을까.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안락사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더는 제 뒤를 쫓지 마십시오. 제 정의는 당신들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 배제하려는 마음은 악이며 그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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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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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책에 재미에 붙였다. 공기는 차갑지만 파란 하늘과 쨍쨍한 햇빛을 보면

저절로 밖에 나가고 싶어진다. 이런 날씨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전 세계는 대기오염, 더 나아가 기후변화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 세계의 공기 재앙 현실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매연으로 뒤덮인 인도, 스모그로 뿌연 영국, 미세먼지 가득한 중국까지

잿빛 하늘에 드리운 암울한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까지 보여준다.

평소 의식하지 않고 지내다가도 뿌옇게 흐린 하늘이 펼쳐지면 어김없이 칼칼한 목 느낌에

미세먼지를 직감하게 된다. 환기조차 쉽지 않은 어느 날을 지내며 기후 위기를 실감하곤 한다.

저자는 해마다 700만 명의 사망자가 대기오염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을 막을 방법을 없을까.

특히 공기 중 감염 위험이 높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기로 인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 저자가 마주한 세계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저 가까운 나라에서 날려온 미세먼지만 생각했었지, 한 나를 넘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퍼지고 있는 현실은 공포스럽기만 하다.

대기오염은 이제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저자는 이 책의 1부에서 대기오염의 현실을 보여줬고 2부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미국의 청정대기법, 청정한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

광화학 스모그를 해결하기 위한 로스앤젤레스의 정화 노력 등을 소개하고 깨끗한 공기를

갈망하는 이들의 도전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숨 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각자의 책임 또한 다해야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공기가 깨끗해질 수는 없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노력한다면

더러운 공기가 오염되는 속도는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과거에 취했던 조치보다 더 극적이고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도약을 하지 않는 대가는 전보다 더 크지만 도약의 보상도 클 것이다.

p.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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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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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일곱 살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주체성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보내는 책이라 말한다.

어느 해 여름 호주 남부를 집어삼키는 산불은 꺼지지 않은 채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세 아이는 각자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 이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계속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어른들의 욕심과 아이들의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더구나 어른들의 욕심은 아이들의 인생을 위한 결단이라는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간절한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대치동에 사는 해솔은 엄마의 재혼으로 호주 유학길로 떠밀린다. 해솔이 홈스테이하는 집에는

또래의 클로이가 살고 있다. 이민자 1.5 세대인 클로이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과외까지 하는 중이다.

늘 1등을 차지했던 클로이는 해솔에게 1등 자리를 뺏기자 각성제까지 먹으며 성적에 집착한다.

클로이 집 맞은편에는 한인 2세 엘리가 살고 있다. 불법체류자인 부모와 차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지내며 파티와 마약에 빠져 지낸다.

다른 듯 닮은 세 아이는 각자의 세상에서 나름의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난다.

한인 이민자 사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져본 적이 없이 어린 영혼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나 홀로 유학길에 오른 해솔과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문인 클레이,

온전한 이방인의 삶을 살기 위해 무사히 졸업해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엘리까지

개성 강한 열일곱 살 아이들이 채워가는 서사가 궁금해진다.

올리앤더(Oleander), 우리말로 협죽도, 꽃말은 방심은 금물, 주의, 위험.

만지기만 해도 독이 옮고 잘못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올리랜더 나무는

불안한 아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우리한테 필요한 건 성적이 아니라 스토리야.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돼. 그러니까 요즘은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말들을 하는 거야.”

p. 10

“제가 먼저 자퇴하면 돼요.”

그때 해솔의 머릿속에서 구슬 목걸이가 끊어졌다.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이 흩어졌다. 침대 아래로, 서랍장 뒤쪽으로, 문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떤 구슬도 아쉽지 않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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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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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전년도 소득신고를 반영하여 그만큼 보험료가 인상되었다고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국민건강보험 역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고

이로 인해 매달 내는 보험료가 갈수록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노후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점차 나이가 들수록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복지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이 책은 우리의 복지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한국형 복지국가 설계도를 제시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의 복잡적인 문제를 두루 안고 있다.

이에 저자들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와 고용 기피, 성 역할의 문제와 경력 단절, 저출산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상황별 대책을 제안한다.

특히 노령화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생산 가능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노령층을 새로운 소비 세대로 인식하여 고령 친화산업에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이 밖에도 평소 궁금했던 것, 즉, 과연 내가 노후에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기금이 고갈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저자들은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정당, 그리고 국가 재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러한 주체들이 변화를 이끌어갈 의지가 있는지는 의심이 든다.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어디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 쉽지 않았던 복지 정책과

관련한 이론적인 설명, 그리고 현장의 모습이 고루 소개된 책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은 곧 정치다. 정치가 정책을 생산하고, 정책은 다시 새로운 정치를 낳는다.

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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