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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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일곱 살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주체성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보내는 책이라 말한다.

어느 해 여름 호주 남부를 집어삼키는 산불은 꺼지지 않은 채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세 아이는 각자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 이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계속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어른들의 욕심과 아이들의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더구나 어른들의 욕심은 아이들의 인생을 위한 결단이라는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간절한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대치동에 사는 해솔은 엄마의 재혼으로 호주 유학길로 떠밀린다. 해솔이 홈스테이하는 집에는

또래의 클로이가 살고 있다. 이민자 1.5 세대인 클로이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과외까지 하는 중이다.

늘 1등을 차지했던 클로이는 해솔에게 1등 자리를 뺏기자 각성제까지 먹으며 성적에 집착한다.

클로이 집 맞은편에는 한인 2세 엘리가 살고 있다. 불법체류자인 부모와 차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지내며 파티와 마약에 빠져 지낸다.

다른 듯 닮은 세 아이는 각자의 세상에서 나름의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난다.

한인 이민자 사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져본 적이 없이 어린 영혼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나 홀로 유학길에 오른 해솔과 진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문인 클레이,

온전한 이방인의 삶을 살기 위해 무사히 졸업해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엘리까지

개성 강한 열일곱 살 아이들이 채워가는 서사가 궁금해진다.

올리앤더(Oleander), 우리말로 협죽도, 꽃말은 방심은 금물, 주의, 위험.

만지기만 해도 독이 옮고 잘못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올리랜더 나무는

불안한 아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우리한테 필요한 건 성적이 아니라 스토리야.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돼. 그러니까 요즘은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말들을 하는 거야.”

p. 10

“제가 먼저 자퇴하면 돼요.”

그때 해솔의 머릿속에서 구슬 목걸이가 끊어졌다. 몇 년에 걸쳐 모아온 구슬이 산산이 흩어졌다. 침대 아래로, 서랍장 뒤쪽으로, 문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떤 구슬도 아쉽지 않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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