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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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장편을 선호하지만 영상은 단편에 중독되었다. 쇼츠 영상을 한번 보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가볍게 소비되는 지식이 넘쳐났고 머릿속에는 얕은 지식이 넓게 깔려졌다. 하지만 지적 깊이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책을 구매하는 행위를 멈출 수 없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9가지 질문은 9개 국가로 안내한다. 각각의 질문은 그 나라의 역사를 알게 하고 권력, 정체성, 자본 등 그 나라가 겪어온 시간을 들려준다. 선진국이라 여겼던 나라의 민낯이나 콤플렉스로 가득한 사회, 물질만능주의 사회와 엘리트주의의 실체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덴마크의 생일 케이크에 국기가 꽂히고 아이슬란드에 맥도날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소할 수도 있는 질문은 지적 통찰의 시작점이 된다. 덴마크라고 하면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행복 지수가 높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전쟁으로 인해 국토와 인구를 상실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또한 행복을 추구하는 개념인 '휘게'가 사회적 굴레가 되어 평등을 압박하고 겸손함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다. 


과거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대표되던 일본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일본 방송에는 왜 서양인이 자주 등장할까?"라는 질문을 시작된 이야기는 서양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궁금해하는 배경으로 이어진다. 과거 일본은 서구 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서구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 전략을 모방하였다. 서구에 대한 열등감과 자국의 고유성 강조로 만들어진 이념이 역사적 죄인이 되는 배경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질문은 역사적 맥락과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정보는 지식에 깊이를 더해준다. 여러 나라의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넘어 각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준다. 재미와 지적 깊이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책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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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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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을이 지하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을 때 사체 옆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구아람".

한때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나눴고 때로는 룸메이트였던 두 사람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선인은 단 한 번도 없이 오로지 악인들만이 나오는 그 무대.

처음부터 등장인물들이 거북했던 건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은 구아람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고객센터의 전화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구아람은 온갖 사람들의 불평불만에 응대하는 일을 한다.

그녀는 이 상황을 연극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은 악역을 맡은 상대 배우이라 여기며 불평과 분노에 휩쓸리지 말자 다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살고 있던 원룸의 주인은 사망했고 보증금조차 받기 힘들게 되었고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입주자의 방화로 구아람의 집만 홀랑 다 타버렸다.

오갈 데 없는 탓에 소을의 집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그녀의 동거인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오지 여행 유튜버라는 그는 심지어 미성년자다.

그리고 동거인이 도착한 날, 소을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졸지에 살인자로 몰리게 된 아람, 소을의 시체를 발견한 건물 청소부인 형근,

소을의 동거인이자 미성년자 유튜버인 석원, 그리고 당롱리 마을의 민욱.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질수록 악인들의 연극이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졌다.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민낯 드러날수록 우리 사회 구조가 악인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소설은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점점 내몰리는 나약한 인간과

슬픈 계급주의적 구조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연극의 MVP는 누구일까.

파국으로 치닫는 섬뜩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라.

오싹한 기운에 한여름 무더위가 금방 사라질 것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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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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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불확실성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누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누가 곁에 남을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홀로 남겨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P. 40

가장 눈부신 순간, 사고로 무대를 떠난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

그녀의 삶은 한편의 발레 무대를 보는 것처럼 황홀하면서도 격정적이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늘 먼저 떠나기를 선택했던 그녀는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건 단 한순간이었다. 피치 못할 사고로 발레계를 떠났던 그녀가 2년 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의 복귀 제안, 망가진 몸에 대한 우울감, 잊고 싶은 기억들이 커다란 바윗 덩이처럼 그녀를 짓누르지만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그리고 파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탈리아의 삶은 꿈을 향한 한 사람의 열정과 좌절의 경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가의 세밀한 묘사는 순간순간 머릿속에 발레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정교한 문장들은 소설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 무대가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러시아 출신 프리마돈나가 가진 예술에 대한 열정은 부러우면서도 자극이 된다. 자신의 일에 마음껏 사랑을 불어넣고 몰입할 수 있는 나탈리아에게 경외감이 든다. 발레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 문장을 넘나들며 마음속에 스며든다. 우아한 튀튀를 두르고 토슈즈를 신은 나탈리아가 무대를 가로지를 때 알 수 없는 기운이 주변을 감싸는 것만 같다.


이 강렬한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예술에 빗대어 보여준다. 꿈을 향한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지금껏 살면서 나탈리아처럼 온 마음을 바쳤던 일이 있었는지 돌아본다. 그런 점에서 발레를 향한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삶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가슴을 떨리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사랑, 우정, 동경, 질투, 열등감이 난무하는 이야기는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열망과 감정을 터트리며 가슴 떨리는 삶을 살고 싶게 만든다. 무수한 시련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는 예술가의 열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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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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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미각과 남다른 먹성을 가진 허균은 비상한 머리와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비록 관직에 오르자마자 파직당해 유배가는 신세이긴 하지만 그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수사가 기다려진다. 조선 제일의 미식 탐정 옆에는 죽은 자들의 의원인 이재영과 허균의 전담 참모이자 재영의 조수인 작은년이 있다. 세 사람이 보여주는 기가 막힌 플레이는 홈스와 왓슨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상화되며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팔도 제일의 미식 탐정이라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 소설은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이었으며 이를 소설화한 것이다. 아마도 곧 MBC 드라마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시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활약극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슷한 상흔을 지닌 시신들이 발견되고 죽은 자의 위장에서는 도리옥 관자가 발견된다. 세 사람은 증거를 바탕으로 거대한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허당기가 다분한 탐정 허균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읽으면서 몇몇 배우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실제 화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허균만큼이나 개성 강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허준의 수제자였지만 산 사람의 혈맥을 찾지 못해 죽은 자들의 의원이 되었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또한 나이보다 작지만 빠른 눈치와 대범한 성격으로 찬모와 다모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작은년 또한 중요한 캐릭터다. 부검하는 시신 옆에서 장기 위치를 척척 읊어대고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권력과 위계가 확고한 시대적 배경에서 체제에 굴하지 않고 진실에 다가가는 탐정의 모습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정의를 보여준다. 억울함을 해소하는 이들의 활약을 빨리 영상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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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몸으로 익히고 삶으로 깨닫는 앎의 철학
요로 다케시 지음, 최화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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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살이 훌쩍 넘은 지 저자는 "안다는 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철학적인 질문에 나 또한 답을 고민해 본다. 안다는 뭘까. 나는 진정으로 알고 있는 걸까.

저자의 이름을 따서 '요로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하는 이 책은 인생 선배가 드려주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이야기는 3장이 인상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의도치 않게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도 생겨났다. 이런 상황들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예를 들면, 저자는 상대가 누구든 '전제가 다르다'는 전제를 세워두면 대화가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상대일수록 이 전제는 중요하다. 또한 사람은 원래 알 수 없는 존재이며 내가 변하듯이 상대도 변하며 상대 역시 나를 알지 못한다는 관점은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었다.

눈으로 읽기만 하던 독서 형태에서 벗어나 함께 온 제노 샤프를 사용하여 마음에 남는 문장을 천천히 써보는 시간도 색달랐다. 요로 철학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진리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살다 보면 잊게 되는 삶의 지혜를 다시 한번 되짚어주며 삶의 본질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세상을 머리로만 판단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몸으로 느끼기를 권한다. 우리 몸의 감각을 되찾고 우리 모두가 자연 속에서 변화하는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를 기대해 본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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