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한 하루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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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이만큼 컸고 세상도 살 만큼 살았으니 나는 이제 어른이야. 나는 어른이니깐 무조건 다 해야 해. 내가 선택한 일이니깐 내가 끝까지 다 해야 해. 그러다 보니 어른이라는 게 싫어졌다. 나도 가끔은 떼를 쓰고 울고 투정 부리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졌다. 지금 딱 이 순간.
정신없이 보낸 시간에 내 마음을 들여다볼 새도 없었다. 눈 뜨면 출근하고 하루 종일 번역하고, 퇴근하자마자 또다시 번역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는 나날들. 읽고 싶은, 읽어야 하는 책들은 점점 쌓여만 가는데 책 한 장 펼치기 힘든 시간들의 연속.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끝이 난 그날. 나는 곧바로 이 책을 펼쳤다.
일하는 책상 위에서 내내 내 눈길을 끌던 책. <나에게 다정한 하루>
책 곳곳에 내가 등장한다. 내 이야기투성이다. 내 마음에게 힘든 시간만 주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내 마음에게 나는 어른이 되라고 강요했었다. 조금씩 성장해서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래서 내 마음에 병이 생겼나 보다. 이 또한 어른이니깐 이겨내야 한다고 다그쳤었다. 남에게 인정받고 돈과 성공을 위해 무조건 뛰라고만 했던 나였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 풍경도 감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했었지만 어리석게도 그건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던 말을 이 책이 해준다.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난다.
나는 무얼 위해 이토록 애를 쓰며 하루하루 버틴 것일까.
또다시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때는 그 시간 속에서도 나를 돌아보며 내 주변을 돌아보며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에서 내 마음에게 다정한 시간을 주는 방법을 배웠으니깐...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기로 했으니깐 말이다.


애쓰지 않아도 돼.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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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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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게 언제였을까. 아주 오래전 어렸던 그 시절. 나는 사랑을 했던 것일까.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건 아닐까.
이 작은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무수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사랑에 아파본 경험도, 사랑에 울고 웃던 경험도 내겐 생소하다. 그래서 낯설었다. 하지만 "왜 나만 사랑이 어렵지?"라는 생각이 들자 그제서야 이 책에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헤어짐을 경험할 때도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함께 하던 사람과 헤어져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 때, 이 책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혼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은 둘도 될 수 없어요.
떠나는 사람보다 앞으로 만날 사람을 소중히 여기기로 해요.


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참 어렵다. 그렇기에 홀로서기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제어할 순 있지만 다른 사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깐. 그런 시간이 오래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어색하다. 낯선 이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 비록 홀로서기가 익숙하지만 제대로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이런 내게 진정한 홀로서기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 앞에 펼쳐질 보통날을 충실하게 살아갈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헤어짐이 있어야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 있고, 홀로서기를 통해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본다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간밤에 내린 비에 서툰 나를 흘려보낸다. 그리고 비 갠 다음날 아침, 거울에 비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당당하게 세상에 홀로서기를 선언한 나를 더 좋아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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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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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증은 마음의 병이라 여겼다.  걱정과 불안과 고통이 계속되면서 마음에서 병이 생겨 나도 모르게 밖으로 표출되는 것. 가끔씩 스스로 우울하다고 느낄 때면 책을 찾아보곤 했다. 대부분의 책에서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책을 읽는 순간은 내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복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해서라 생각했고 그 후로는 관련한 책은 잘 읽지 않았다. 비슷한 책 속에 뻔한 이야기만 들어있으니깐.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르다.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책 한 권에 뇌와 관련한 무수한 지식이 담겨 있다.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우울증이 멘탈이 흔들려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한다. 

이 책에서는 우울증과 관련해서 '신경가소성'을 설명하는데, 신경가소성이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울증 상태가 되면 소용돌이처럼 감정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하강 나선이 작동한다. 그러면서 뇌에서는 나쁜 생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고 부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변화시게 된다. 이 기분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다. 나 또한 어느 순간 급격하게 머릿속에 나쁜 생각들로 가득 찰 때가 있다.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점점 숨을 쉬기 힘든 상황까지 번진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은 없는지 전화를 해야만 한다. 그들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야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안개 걷히듯 사라진다. 책에서 설명한 그대로 실제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이해하는데 한결 수월했다.

뇌 과학은 어려운 분야다. 인간이 직접 뇌를 관찰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이점 외에도 책 사이사이에 우울증을 극복하고 싶은 독자가 뇌를 상승 나선으로 바꿀 수 있도록 실제로 해야 하는 행동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가령 단순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도 운동을 하면 작은 신경 세포인 뉴런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는 뇌에서 항우울증제와 비슷한 작용을 한다. 다만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 뜬구름 잡기가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큰 도움이 됐다. 가끔씩 경험하게 되는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 책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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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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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 이야기이다.
클라크 게이블을 닮은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신이 결혼생활에 실패했지만 아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원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유전자 때문인 걸까. 두 남자는 거의 동시에 이혼을 했다. 이건 분명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가문의 유전자 때문일 테다. 아버지는 이 불행한 사랑의 결말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탐색에 나선다. 그리고 두 남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사랑은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바람 이야기로 이어지고 급기야 자유로운 영혼들이 살고 있던 쿠바로 이주한 선대까지 펼쳐진다.
내게 '에릭 오르세나'라는 작가는 낯설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나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읽을수록 작가의 위트에 빠져들었다. 결국 이별이라는 아픈 결말로 끝나는 두 남의 이야기지만 문장 곳곳에 담겨 있는 유머는 이 책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준다.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진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아버지는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 풍부한 선조의 이야기로 부풀린다. 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피를 속일 순 없나 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이혼했다는 서두부터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결말까지 유쾌한 두 부자의 사랑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낯선 작가에게 받은 기분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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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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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들어 있던 내게 온 낯선 편지 봉투. 누가 내게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1년 전,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 때 내게 보낸 편지였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편지 덕분에 설렘을 느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가 되면서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편지보다는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더 편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날로그를 그리워할 때가 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손으로 한자 한자 꾹꾹 눌러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에게든, 당시 좋아하던 사람에게든 밤새도록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손으로 편지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편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15장에 걸쳐 편지의 역사부터 이메일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언제까지 이메일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글솜씨 덕분에 두꺼운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빠져들었다. 
편지는 고대 로마 시대 편지부터  무려 2000년 동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방대한 시간 속에 편지가 가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편지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피 튀기는 전장에서 주고받은 러브 레터, 우편 제도의 발달 등 이 책 한 권으로도 편지에 관련한 모든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저자의 노력 덕분이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고서점과 경매 등을 통해 수많은 편지 자료를 모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편지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 글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며 사람 사이의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 사이를 연결해준다. 그래서 그 연결 통로 안에는 수많은 인생이 담겨 있다. 현재는 비록 다른 형태로 변했지만 글을 전달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형태가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자 메시지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글을 통해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편지에는 고유한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디지털 기기가 사라진다 해도 종이와 펜만 있다면 편지쓰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인문학적 교양을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잠시 스마트 기기를 멀리 두고 책장 사이에 있던 편지지와 펜을 꺼냈다. 아날로그가 주는 익숙함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설렜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계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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