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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이다.
클라크 게이블을 닮은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신이 결혼생활에 실패했지만 아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원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유전자 때문인 걸까. 두 남자는 거의 동시에 이혼을 했다. 이건 분명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가문의 유전자 때문일 테다. 아버지는 이 불행한 사랑의 결말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탐색에 나선다. 그리고 두 남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사랑은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바람 이야기로 이어지고 급기야 자유로운 영혼들이 살고 있던 쿠바로 이주한 선대까지 펼쳐진다.
내게 '에릭 오르세나'라는 작가는 낯설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나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읽을수록 작가의 위트에 빠져들었다. 결국 이별이라는 아픈 결말로 끝나는 두 남의 이야기지만 문장 곳곳에 담겨 있는 유머는 이 책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준다.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진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아버지는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 풍부한 선조의 이야기로 부풀린다. 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피를 속일 순 없나 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이혼했다는 서두부터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결말까지 유쾌한 두 부자의 사랑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낯선 작가에게 받은 기분 좋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