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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우편함에 들어 있던 내게 온 낯선 편지 봉투. 누가 내게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1년 전,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 때 내게 보낸 편지였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편지 덕분에 설렘을 느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가 되면서 엄청난 속도의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편지보다는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더 편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날로그를 그리워할 때가 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손으로 한자 한자 꾹꾹 눌러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에게든, 당시 좋아하던 사람에게든 밤새도록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손으로 편지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편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15장에 걸쳐 편지의 역사부터 이메일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언제까지 이메일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글솜씨 덕분에 두꺼운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빠져들었다.
편지는 고대 로마 시대 편지부터 무려 2000년 동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방대한 시간 속에 편지가 가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편지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피 튀기는 전장에서 주고받은 러브 레터, 우편 제도의 발달 등 이 책 한 권으로도 편지에 관련한 모든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저자의 노력 덕분이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고서점과 경매 등을 통해 수많은 편지 자료를 모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편지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 글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며 사람 사이의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 사이를 연결해준다. 그래서 그 연결 통로 안에는 수많은 인생이 담겨 있다. 현재는 비록 다른 형태로 변했지만 글을 전달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형태가 이메일이나 메신저, 문자 메시지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글을 통해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편지에는 고유한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디지털 기기가 사라진다 해도 종이와 펜만 있다면 편지쓰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인문학적 교양을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잠시 스마트 기기를 멀리 두고 책장 사이에 있던 편지지와 펜을 꺼냈다. 아날로그가 주는 익숙함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설렜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계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