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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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페이지의 방대한 양 속에 인간이 잠을 자야만 하는 이유가 가득 차 있다.

불면증과 수면 부족이 선진국의 병이라 여겨지는 요즘 인생의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한때 일부러 잠을 자지 않으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 번은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 하루가 24시간인 게 부족하다 여겼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자는 시간이 무척 아까웠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잠을 자지 않았고 다이어트까지 하고 있었던 탓에 결국 신경계에 문제가 생겼다. 30일 동안 꼬박 매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마비가 온 신경을 되돌리려 노력했지만

한번 손상된 신경은 결코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에도 잠을 회피한 경우가 있었다.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던 시절,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던 시절,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감에도 자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도 지나친 수면 부족을 인해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몸소 수면 부족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깨달았지만 그래도 잠을 꼭 자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엄청난 양의 이 책을 한자 한자 천천히 읽으면서 왜 인간은 잠을 자야만 하는지 진심으로 깨달았다. 과학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잠'이란 분야는 아직 미지의 분야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 인간이 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우리 뇌는 기억력을 강화하고 창의력을 발휘한다. 신체적으로는 면역력을 증강시켜 감기 바이러스를 막고 치매를 예방하며 심장 마비와 뇌졸중, 당뇨병의 위험을 줄여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늘 잠이 부족하다. 부족한 잠에서 몸을 깨우기 위해 매일 과량의 카페인을 섭취한다. 이런 하루가 반복되면서 수면 부족과 두통, 만성 피로를 달고 살고 있다.

일부러 잠을 피하는 것이 아님에도 제대로 수면을 취하는 방법을 몰라서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지난 20년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서라도 오늘 밤부터 고품질의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스마트폰부터 멀리해야겠지만.

매일 되풀이되는 생체주기에서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곤 한다.

삶의 질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그동안 등한시 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오늘 당장 실천해보자. 충분한 수면을 취하여 내 삶의 피폐했던 부분을 비옥하게 만들려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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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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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탄생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삶의 마지막은 스스로가 원하는 데로 끝낼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죽음을 기획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느낀다.

이 책은 냉동 보존술을 주제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다소 어려운 듯한 주제인지라 주인공의 심리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인류가 공통으로 마주치게 되는 현실을 나도 미리 마주해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제프 록하트가 아버지 로스와 만나게 되면서 시작한다.

불치병에 걸린 새어머니 아티스를 위해, 억만장자인 아버지는

기꺼이 이 비밀 실험에 거액을 투자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영원히 남겨 두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그녀와 죽어서도 함께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저 돈 많은 사람의 치기로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제프가 목격한 냉동 보존술은 충격적이다.

몸에서 불필요한 장기를 적출하고 나체로 투명한 캡슐 안에 보관한다.

대부분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라 여겼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조력 자살을 통해 냉동 보존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미래의 선구자라 여긴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전반부이며 아버지는 결국

조력 자살을 통해 냉동 보존에 참여하게 된다.

그 후 제프와 연인인 에마와 그의 아들 이야기가 후반부를 장식한다.

새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자발적 죽음, 그리고 또 다른 형태로 마주치게 되는 죽음.

연인 에마의 어린 아들이 민병대로 싸우다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우연히 영상으로 목격하게 된다. 제프는 이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태어남을 선택할 순 없지만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명예로울 수 있지 않은가'

여기서 제프가 선택하게 될 죽음은 어떤 형태일까.

성공하며 명예를 떨치는 삶을 위해 앞을 향해서만 달려가던 나는 내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남기고 싶을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장식하면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삶보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떠난 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내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원하는 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사라졌는지 다소 철학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어느 때보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빈곤과 풍요가 극명한 현시대에서 죽음조차 화려함과 초라함 속에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각자의 운명이 그저 서글프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라는 주제와는 반대로 제대로 잘 살고 싶다는 의지를 심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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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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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내용이 전개된다.

누군가 언니와 형부, 어린 조카가 탄 차로 다가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어린 조카는 언니가 재빨리 끌어안고 집으로 도망친 덕분에 무사했지만

형부는 총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었다. 엄마의 급박한 전화를 받자마자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왔고

형부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읽고서 저자 소개를 다시 읽어 보았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던 1965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알코올중독자에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를 꼭 닮은 오빠로 인해 위태로운 삶을 살았다.

가정폭력, 여성차별, 각종 범죄 등 불우한 환경을 딛고 변호사로 성장한 그녀는

치밀한 준비 끝에 네덜란드 최악의 범죄자이자, 다수의 살인을 교사한 친오빠 빌럼 홀레이더르를 법정에 세운다... (중략)... 교도소 안에서 아스트리드의 살해를 지시했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살해 위협을 피해 숨어서 살아가고 있다.

친오빠가 살해하려는 사람 목록 중 가장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

그녀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그녀가 쓴 원고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생각한다.

범죄자의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과 결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대중 앞에 섰다.

어쩌면 그녀를 이렇게 책을 내는 것이 그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단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오빠가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던 광기가 서서히 몸 밖으로 표출되면서 가족들은

늘 끊임없는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어머니에게 끊임없이 폭언을 퍼붓고,

급기야 동생의 남편이면서도 절친한 친구를 살해한 후에 태연하게 장례식에

나타나 눈물을 흘리는 오빠 빌럼. 그가 이제는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또 다른 여동생까지 살해하려 한다. 그가 벌이는 잔혹한 살인극에서 벗어나려 아스트리드는 2년의 준비 끝이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이미 두 건의 살인, 다섯 건의 살인 교사 등으로 재판 중인 오빠를 영원히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다.

증인으로 서서 진실을 말하는 것만이 그녀와 남은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깐.

비록 직장까지 그만두고 숨어 지내야 하지만 살기 위해 그녀가 택한 길에 힘을 주고 싶어졌다.

내가 그녀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마저 불가능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화가 났다. 무엇이 빌럼을 악마로 만들었을까. 

단란하고 화목한 이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린 시절 폭행과 폭언을 퍼붓던 아버지의 잘못일까. 학창시절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의 잘못일까. 인간이 가진 잔혹함이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피붙이에게 단죄를 가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그녀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몸서리치게 된다. 언제 죽게 될지 모르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용기를 낸 그녀에게

하루빨리 세상 밖에서 웃으며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1년, 한 달, 1주일.. 아니 단 하루라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벗어나 남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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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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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동글동글한 큰 머리를 가진 이 녀석이 곰이 아니었다니...

지금까지 '라이언'이란 이름에도 나는 이 녀석이 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첫 장에 소개된 자기소개에 순간 당황했다.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인 수사자로 태어나...." 이럴 수가.. 사자였다니..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이제서야 알게 됐나 보다.

엄청난 충격에도 이 책이 전하는 따스함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에게 고맙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게 큰 위로를 전해준 전승환 작가가

이번에는 귀여운 라이언을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다가오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스스로를 사랑하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포근한 글로 나를 안아준다.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날, 나 혼자이고 싶은 날이 계속되면서

하루하루 견디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고만 있던 날들.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마음을 너무 많이 줘서 상처받고 있던 날들.

라이언은 말했다.

내게 딱 필요한 말 한마디.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거창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딱 적당한 말로 내 어깨에 놓인 짐을 줄여주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순간이 아쉬운 책이다.

그저 아껴읽고 싶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위로를 받고 싶을 때 펼치고 싶은 책이다.

친숙하고 정감 있는 캐릭터 덕분에 타인이 해준 위로의 말보다 마음속에 더 깊숙하게 들어온다.

말없이 내게 다가와 토닥이며 옆에 있어주는 그런 친구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동안 라이언 덕분에 조금은 웃는 날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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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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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숲속 친구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그동안 출간된 보노보노 이야기 중에서

원작자가 특별히 고른 18개 베스트 작품이 담긴 책이다.

짧은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정한 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운 즐거운 평범한 일상에서 숲속 친구들의 순진하지만 명쾌한 삶의 태도를

만날 때면 행복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보노보노라는 이름과 캐릭터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아이들은 잘 알지 못했다. 투명 유리구슬처럼 맑고 영롱한 친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어릴 적 동심을 추억하기도 하고 세상에 찌든 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넷 컷의 짧은 만화에서 내가 느낀 바는 어느 책 한 권 못지않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공해서 명예를 얻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유혹으로 내 안에 남아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이를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 악물고 하루하루 버텨내는 나는

정말 진정으로 행복하게 될까. 원하는 바를 다 이루고 난 후에 엉망진창이 된 내 모습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욕심을 버리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숲속 친구들의 평범한 삶처럼 말이다. 문득 친구들이 생각난다.

보노보노, 너부리, 포로리처럼 내게도 진정으로 속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라면 평범하고 바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친구들의 질문과 대답 속에 오고 가는 삶의 철학을 배운다.

아직 난 배울 게 많은 어른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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