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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Crawdads Sing (Hardcover)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원서
델리아 오웬스 / Putnam Pub Group / 2018년 8월
평점 :
1969년 가을의 어느 날. 마을에서 가장 멋진 청년인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된다.

1952년. 어린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카야.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습지에 살고 있는 이 어린 소녀는
엄마가 떠난 후 언니도, 오빠도, 그리고 아버지마저 떠난 후 홀로 남겨진다.
태어나 학교를 간 건 단 하루뿐. 주위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소녀는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 주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을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자연을 친구 삼아, 가족으로 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던 소녀에게 한 소년이 마음속에 한 걸음씩 들어온다.
떠난 오빠 조디의 친구였던 테이트는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 주며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카야는 행복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테이트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테이트는 카야와의 사랑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다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카야는 알았다. 테이트가 대학을 간다면 자신은 또다시 홀로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통로였던 테이트의 존재가 사라지자 카야는 다시 습지 속으로 숨어버렸다.
엄마의 품으로 도망치듯이.
카야의 지독한 외로움에 내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왜 이렇게 책을 읽을수록 카야에게 감정이 이입되는지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야생의 거친 모습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카야 매력은 마을에서 유명한 체이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테이트가 떠난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체이스를 향한 마음에 카야는 보통 여자들처럼
체이스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체이스가 원하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닌 호기심과 욕망일 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한 여성의 성장과 살인 사건을 교차하여 전개한다.
성장 소설이자 법정스릴러, 그리고 로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작가는 카야의 인생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준다.
자신의 울타리에 갇혀 타인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인간의 잔인함과
스스로 자립하고자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인생을 보여준다.
처절하고 고통스럽지만 카야는 스스로 독립된 존재로 일어선다.
가족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겨졌지만 더 이상 숨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오랜 시간 가족이 되어준 자연 속에서 생물과 생태학에 대한 사랑과 집념으로
그녀의 진짜 이름 캐서린 다니엘 클라크가 새겨진 책을 세상에 내보이게 된다.

그러던 중 더 이상 고통은 없을 줄 알았던 카야는 체이스의 살인 용의자로 재판에 서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 당일 마을에서 멀리 떠났던 카야가 정말 살인자일까.
세상이 또다시 그녀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카야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글도 모르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맨발로 다녀야만 했던 어린 소녀에게 잔인하기만 했던 세상은
그녀에게 언제쯤 따스한 사랑을 안겨줄까.
그녀의 고달픈 삶에 눈물 흘리고, 안타까운 사랑에 탄식하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 순간, 한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