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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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커즌스가 진을 들고 나타나면서 세례 파티의 분위기는 딴판으로 달라졌다.>

주황색 상큼한 오렌지가 가득한 표지와는 다르게 가슴아픈 서사가 담겨 있다.

서로 다른 가족이었던 여섯 아이는 어느 날 부모의 잘못된 행동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살게 된다.

한 번의 키스로 네 명의 부모와 여섯 아이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어른들의 실수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 아이들.

그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배경 속에서

그려지는 가족의 이야기는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저마다 마음속에 죄책감을 품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저 한없이 안아주고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프래니의 세례 파티에서 벌어진 비극의 시작은 이들에게 후회의 시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파티가 아니었다면 이들의 인생은 평화로웠을까.

앨버트의 손에 술이 없었다면, 아니 애초에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들의 가정은 지켜질 수 있었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인생에서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십여 년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가족이라는 끈에 얽혀 위태롭게 매여있는 이들의 관계는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에 후회와 죄책감이 더해져 정처 없이 흔들리는 인생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우리 모두 그랬을 거야.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내가 결국 깨달은 건 그거였어.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너와 앨비, 저넷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영원히 살지는 못할 테니 그 사실을 붙들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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