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많은 심리학 책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야 타인과의 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한때 끝 모를 어둠 속에 갇혀 지낸 적이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지냈지만 반복되는 질책과 폭언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우울함, 열등감, 수치심이 쌓이면서 빛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그런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마음의 병이 점차 깊어지고 몸으로 증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어느날 내가 땅만 내려다보면 걸어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살아가야 할 날 보다 죽음을 더 생각하던 내가 몸서리치게 싫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노력했다.

다른 누구의 사랑도 필요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사랑이 절실했다.

이 책은 무의식 속에 묻어둔 상처를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더 이상 의미 없는 비교를 그만두고 자신을 이해한 후에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힘든 시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아직도 어둠의 터널 속을 걸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안에 숨겨진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나부터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에서 타인의 이해를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다.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진심이라는 말 뒤에 숨어서 축하하는 척만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못난 모습은 충격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의식하지 못한 채 주눅 들어 있던 내게 따끔한 충고를 안겨 준 책이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는 나에게 관대해지려 한다.

침입자들

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름도, 학벌도, 성격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아등바등 살고 있다.

행운동의 택배를 담당하는 주인공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

고단한 몸을 쉴 수 있는 컨테이너를 제공한다기에 택배 일을 시작했다.

일이 없을 땐 술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다.

그가 활동하는 행운동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행운동을 담당해서 행운이라 불러달라는 이 남자는 언제부턴가 동네 사람들과 얽히기 시작한다.

담배 한 개비로 시작해서 일주일에 한번 얘기를 하면 백만 원을 준다는 여자.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택배를 부탁했던 게이바 직원.

느닷없이 나타나서 경제철학 공부를 하자며 집으로 불러들인 노인.

경찰복을 입고 생수병과 쾌쾌한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동네 바보 마이클.

가족의 굴레에 갇혀 폐지를 주우며 가난과 궁핍 사이에서 살고자 발버둥 치는 젊은 여성.

같은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조금씩 뒤틀리면서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을 때

통쾌함과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읽을수록 택배 기사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묘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이 남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는 농담 같은 진담을 던지며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이 남자.

그는 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단한 삶을 살고 있을까.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쳇바퀴 같은 삶에서 희망을 찾기란 힘들다.

그래도 살아간다. 무너질 듯 사라지고 싶은 현실에서도 한 마디 위로의 말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거짓과 배신이 판을 치고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겹겹이 쌓이지만 기어코 오늘을 살아간다.

치열하게 묵묵히 견디는 이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

행운이라 불리는 남자의 삶에 끼어든 침입자들, 모든 이들의 인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타인의 해석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을 만날 때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친근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낯을 가리는 내가 당황스러웠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고 무리를 이끌던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흉흉해져서 그런 것인지, 내가 소심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타인을 해석할 수 있는 내 판단이 점점 흐려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이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면 이런 두려움도 상관없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누군가와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상대를 이해하고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싶어졌다.

이 책에는 소통 부재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교통 단속으로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다.

판사는 죄를 지은 사람을 석방했고 펀드 매니저는 그를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에게 사기를 쳤다.

타인의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한 결과는 불행할 뿐이었다.

우리는 편견 없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희생이 요구될 것이다.

타인의 배경과 관점을 파악하고 먼저 말을 걸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내 경험과 얄팍한 지식을 과대평가하여

상대를 내 멋대로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p.75)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 중 하나는 그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특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p.202)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MBC <공부가 머니?> 패널로 유명한 진동섭 선생님이 쓴 학부모 필독서다.

입시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굉장히 낯설다.

이미 오래전에 지난 일이고 앞으로 내가 입시를 신경 쓸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지만,

몇 달 후 조카가 태어난다고 하니 조금씩 관심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은 입시를 초등학교부터 준비해야 한단다.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힌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대부분 수능에 올인했다.

내 기억 속 입시는 내가 입학할 때, 그리고 동생이 입학할 때 딱 두 번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 책이 신기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나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

지금의 나에게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라고 하면 손사래를 칠 것이다.

새삼 대한민국 아이들이 대단하고 대견스럽게 생각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인지 입시 설계에 대한 내용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입시 준비의 가장 첫 번째로 독서를 이야기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에 나는 유독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글자를 모르던 시절부터 책을 들고 다니면서 옹알이를 했고

늦은 밤 책을 읽겠다고 고집 피우다 엄마에게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 덕분인지 어린 나이에도 제법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고 아이답지 않게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독서를 강조한 저자의 이야기가 공감이 갔다.

아이 혼자의 노력만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다.

아이와 부모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시대에 방향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수능, 학종, 생기부, 자소서, 내신 등 생소한 단어들에 어리둥절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를 위해 꼭 필요한 맞춤형 공부법을 알고 싶다면

진동섭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자. 앞으로 변화할 대입 입시에 맞추어

내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바란다면 입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대학은 성적 좋은 학생보다 실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 p. 29 예습보다 중요한 것이 복습으로 학습 결손을 점검하는 일이다. 중학교에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초등학교 단계의 학습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p.37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켈리 브로건 지음, 곽재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우울증은 더 이상 숨겨진 병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고 주변 사람들도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

과거 신경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했을 때 나는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당시에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나는 건강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겠다'라는 오기에서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인지 약을 끊고 항우울제 없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항우울제가 필요 없는 새로운 치료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7장의 수면과 우울증은 최근에 겪고 있는 일이기에 매우 공감이 갔다.

수면 부족은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을 다시 수면이 더 망가지도록 부채질한다.

p.253

최근 몇 달 동안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신경이 날카로와지면서 단 하루도 양질의 수면을 취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도 수면 부족과 지나친 다이어트로 고생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또 반복되었다.

늘 제대로 푹 자고 싶었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인지 저자의 설명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책에 소개된 방법은 자기 전에 진정 효과가 있는 차를 마시거나, 무조건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거나,

휴대전화와 와이파이 끄기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극복을 위해 생활 속에서 개인이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법을 소개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섭취하면 좋은 음식을 알려주고 가정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독성물질에 유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몸과 마음을 바꿀 수 있는 4주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준비 기간에 해야 할 것부터 4주 동안 섭취해야 하는 식단과 운동, 수면 방법 등을 정리한 부분을

참고로 직접 실천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악하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해 체계적인 생활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