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여행 - 노잼 일상, 무기력증에 빠진 이들을 위한 작지만 알찬 여행
지콜론북 편집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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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유독 날씨가 좋다.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도 파란 이런 날이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떠나고픈 아쉬움을 책을 통해 달래고 있다.

이 책은 어딘가로 떠나고픈 이들에게 여행지를 소개해 주고 있다.

멀리 가기는 부담스럽고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지만 마땅히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른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 '반차'씨가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다양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가볍게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날씨 좋은 길을 걷다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낯선 동네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좋은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이름난 곳은 주말이면 웨이팅 때문에 원하는 만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아주 가끔 평일의 어느 날에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작년 어느 봄날이었다.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휴가를 냈다.

회사 근처까지 갔지만 도저히 사무실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길로 무작정 걷다가 남산으로 향했다.

아마 내가 살면서 그렇게 행동했던 건 처음이었을 것이다. 늘 정해진 규칙 속에서 살았고

휴가도 오래전부터 일정에 맞춰 계획하곤 했다. 떨리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저질렀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반나절 동안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날씨도 좋아서 남산 곳곳을 사진 찍어 친구에게 보냈고 내가 찍은 사진을 본 친구는

외국 여행지를 찍은 것 같다며 마음껏 이 순간을 즐기라고 말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이런 일탈도 필요하지 않을까. 빡빡한 일정에 잠깐의 여유로 숨통이 트인다면

반나절 정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이라면 무기력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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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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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성공한 기업의 CEO인 코너 프란타의 에세이집이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서 서서히 치유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시는 모두 작가가 직접 찍고 쓴 것들이다.

사진 예술 전공자답게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위로를 받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사진이라 특히나 더 좋았다.

그의 솔직한 글은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마음에 스며든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일 것이다. 사진과 글, 짤막한 시와 문장들이 알맞게 배치되어 있어서

내가 평소 그려왔던 에세이 책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방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대 20대 시절의 나 역시도 방황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랑에 아파했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해 암울했었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에 혼란스러웠고 나이 듦이 서러웠다.

당시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누구나 겪어야 하는 어른이 되는 성장통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사소한 일에도 아픔을 느꼈던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담백하고 솔직한 코너의 글에 공감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었다.

코너는 나의 방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심각한 혼란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여자를 사랑하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이내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으며

진정한 사랑에 행복을 느꼈고 이별을 하며 격한 고통을 경험했다.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코너가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읽으면서

오랜 친구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나와 너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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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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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첫 장에서 이 소설의 트릭을 밝힌다.

쌍둥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밝히며 독자들이 트릭을 추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조언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신년 연휴를 맞아 여섯 명의 남녀가 도호쿠의 외딴 호텔 관설장으로 초대받았다.

눈까지 내린 터라 호텔에서 마을까지 연결되는 교통 편은 모두 마비되고

이들은 호텔에 고립된 상태로 머물게 되었다.

유일한 연락수단인 전화선마저 끊어진 상황에서 여섯 명은 한 명씩 차례로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해 현장에는 복수가 이뤄졌다는 글과 이상한 마크가 그려진 카드가 남겨져 있고

한 명씩 사라질수록 호텔 볼링장에 있던 볼링핀의 수도 똑같이 사라졌다.

이와 같은 시기에 도쿄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강도 행각을 저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을 알면서도 쌍둥이 형제를 체포할 수 없었다.

일란성 쌍둥이인 탓에 둘 중에 누가 진범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아무도 체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고 경찰에게 전달된 쌍둥이 형제 사건의 트릭 또한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미리 말한 쌍둥이 트릭이 도쿄 사건이라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관설장 사건에서는 내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틀리지 않았기에 다소 싱겁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소설이 끝났을 때 교묘한 쌍둥이 트릭에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방심한 대가였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패러디 한 듯한 사건의 전개는

고전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고, 범행 동기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다만 단지 그 이유로 연쇄 살인을 벌였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이유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결코 위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초반에 평범한 추리 소설이라 여겼던 의심과는 달리 건의 단계가 거듭될수록 책에 몰입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오랜만에 짜릿한 클래식 고전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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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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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얼마 전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는 국가의 철저한 방역 시스템 하에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뿌리인 투표에 직접 참여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이 책은 현대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재앙이 민주정치를 끝장낼 수 있겠지만 그런 사건 자체는 그리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정말로 끔찍한 일은 남은 사람들이 생존투쟁에만 몰두하느라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투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위협에 직면해 무력해졌을 때,

민주주의가 무너질 위험은 얼마나 클 것인가?

p.12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은밀한 쿠데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

그리고 소수 엘리트에 의한 정보 독점을 꼽았다.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전염병이나 기후 변화,

핵 전쟁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의 발달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중년의 위기에 빗대어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종말 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무너진 역사가 있었지만

현대에도 그러한 일이 발생할지는 솔직히 의문이 든다.

하지만 대재앙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선진국이라 여겼던 여러 나라에서 사회 및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위기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민주주의의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 제도가 불안하다면 실용주의적 독재 체체부터 지식인에 의한 정치까지

다양한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비록 정치 체제가 견고하게 민주주의를 이끌어나갈지라도

기후변화나 생화학 테러 같은 사건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존적 위협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주장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사회 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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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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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왜 미국인들은 특히 백인 노동자 계급은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국제 분쟁 전문가인 저자는 당시 결과를 부족주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미국이 냉전 프레임을 지속해 온 결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고 그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부족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미국의 독특한 역사관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집단으로서의 인간의 차이를 설명한다.

부족주의 정치는 집단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인간은 위기감을 느낄수록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자신이 속단 집단과 나머지로 구분 짓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은 다양한 형태로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여로 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며 좌파와 우파로 나누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부족주의, 즉 집단의 본능을 이해해야만 국가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민족 간, 인종 간 분열로 인해 불평등이 생겨나면서

민주주의가 집단 간에 분쟁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부족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테러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종종 뉴스에서 끔찍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을 보면 도무지 저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자는 그들이 집단의 일원이 되면서 유대감이 강해지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집단 정체성 때문에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각자에게 필요한 소속감과 본능을 표출할 집단을 찾게 되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반사회적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족주의에 대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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