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2.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소확행 라이프 매거진 월간 <샘터>. 이번 달부터 읽게 되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다루고 있는데, 7월의 주제는 "방학"이다.

내 삶에서 방학이란 단어가 사라진 게 18년 전이다.

그 후론 방학보다는 휴가란 단어가 더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방학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탐구생활"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가, 대학시절에는 아르바이트가 떠오른다.

아마 그 시절에는 방학을 기다렸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은 그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한 추억도 특별한 기억도 남아있지 않는 걸 보면 그냥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휴가라는 이름으로 떠난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 다시 휴가, 방학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월간 샘터 7월 호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방학이 소개되어 있다.

누군가는 방학이 주는 '기억의 힘'으로 미래를 향해 가고

누군가에게는 지친 몸을 기꺼이 쉬어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에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온전한 방학이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행을 갈까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가장 하고 싶은 건 서비스가 훌륭한 호텔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련다.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머릿속을 텅텅 비우고 싶어졌다.

고단한 삶 속에서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월간 샘터를 읽으며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더 멋진 삶을 위해서는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어나 지금까지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익숙한 도시의 모습만 알고 있을 뿐

도시가 가진 구조적 사회적 문제점이나 공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로웠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 주었다.

건축가 임우진은 한국과 파리 두 문화권에서 거주하면서 도시에 숨겨진 모습을 보여준다.

서구와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차이로 인해 생겨난 도시의 모습은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각 도시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극복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사람이 먼저인 도시'에 집중한다.

도시와 건축을 대하는 태도는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저자는 각 공간이 가진 의미와 역할을 설명한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공간이 모여 이루어진 도시의 가능성을 파악하여

내가 거주하는 도시에서 숨겨진 매력을 찾을 수 있도록 실마리를 안겨준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비교 사례 중 후면 도로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도시 안에서 추모 공원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 '길'을 바라보는 관점 등

확연히 다른 두 문화권의 특성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일상적 공간 속 이야기와 도시의 공간적 사회적 주도권을 살펴봄으로써

익숙해진 공간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도시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해진 이 공간에서 삶에 자극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도시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도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건축이나 도시라는 분야가 어렵고 또 재미있는 이유는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p. 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제목을 봤을 땐 베이커리에서 벌어지는 달콤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청소년 소설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친 한 소년이 매일 같이 빵을 사던 <위저드 베이커리>에

몸을 숨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곳에는 수상한 제빵사와 낮에는 인간이지만

밤에는 파랑새로 변하는 점원이 있다. 빵집이 24시간 운영하는 것도 이상한데

빵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수상한 물품들을 팔고 있다.

소년은 베이커리의 오븐 속에 숨어 있는 동안 인터넷 주문을 확인하는 일을 맡게 된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부터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체인 월넛 프레첼까지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과자가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물품의 마지막 줄에는 경고문이 달려 있다.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예, 동의합니다 / 아니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p. 63

마법사인 제빵사는 달콤한 빵과 과자를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다만 각자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마법사의 베이커리를 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는 질투에 눈이 멀어 주문장을 쓰고 누군가는 짝사랑하는 사람을 쟁취하기 위해

주문을 넣는다. 누구도 자신들이 벌인 일의 결과를 미리 알지 못한다.

순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어리석은 이들은 책임에서 도망치려 다시 마법사를 찾아와 수습을 부탁한다.

하지만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가 책임지는 법. 마법사는 손님들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p. 134

소설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의 현실은 가혹하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졌고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버려진 꼬마가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온정을 베푼 착한 사마리아인들 덕분이었다.

소년에게 가족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소년의 현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방인이었던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소년에게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건넨 선물은 시간을 되감아주는 머랭 쿠키였다. 소년은 과연 이 머랭 쿠키를 쓰게 될까.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을까.

작가는 막다른 인생의 골목에서 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말을 제시하며

각자가 자신만의 결말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내 인생에 마법 같은 선물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제목과 달리 달콤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는 씁쓸했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소설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살아낸다면 기적 같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과 용기를 건넨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마법보다 더 강력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어른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물네 살 반지하 생활자에게 찾아온 고양이 두 마리와 조, 그리고 아저씨 유령.

이들이 함께 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무용한 삶에 대한 매력을 고민해 본다.

소설에는 죽음과 생존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나'는 유년 시절 자살한 아버지를 목격했었다.

어쩌다 함께 살게 된 고양이 설리와 밤비 중 설리는 어느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언제부턴가 함께 지내게 된 '조'는 금요일 집을 나선 후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는 처절한 생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적어도 내게는 살고자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사회가 만든 고정관념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

떠난 조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번듯한 직장과 연봉으로 가치를 평가당하는 세상에서 조는 패배자일 뿐이다.

자식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조의 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그제서야 온전히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나'는 다양한 인연들과 관계를 맺고 이별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낸다.

온전히 자신을 받아주는 반지하에서 말이다.

그곳에는 나와 조, 둘만의 골목에 대한 사라지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다.

내게도 어딘가에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인생의 숱한 날이 지나는 동안 나를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들. 작가가 만든 작은 골목에서는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무용한 공간과 무해한 존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각자가 살아갈 삶에 대해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다.

P.S. 책을 다 읽었지만 유령의 정체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인지, 외로움이 만들어 낸 환상인지 의문이다.

조는 그곳에 이름을 붙였다. 〈남겨진 골목〉. 초록 지붕의 앤이 붙인 것처럼 황홀하지는 않아도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곳은 아무리 보아도 누구에게나 철저히 버려진 장소였으니까.

p. 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시작된 형사와 연쇄 살인범의 뜻하지 않은 동거.

이들이 만들어내는 삐걱대는 화음이 절묘하게 유쾌한 소설이다.

궁지에 몰린 형사 두일은 10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가족들을 해외로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하던 두일은 철수에게 약점이 잡혀

억지로 그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철수는 매일 밤 어디론가 나가고 갑작스레 가족이 귀국하면서

두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이야기가 얽히면서 사건은 사건을 낳는다.

철수 삼촌을 시작으로 각 등장인물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고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영상을 통해 봐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각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가상 캐스팅을 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두일 캐릭터는 주변에서 만나는 보통의 중년 가장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된 딸 예지와 아빠보다 더 냉철한 수사력을 보이는 아들 민기의

황당무계한 활약, 여기에 요리도 잘하고 정리도 잘하는 비밀에 쌓인 연쇄살인범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져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잘 어우러진 재미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