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반지하 생활자에게 찾아온 고양이 두 마리와 조, 그리고 아저씨 유령.
이들이 함께 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무용한 삶에 대한 매력을 고민해 본다.
소설에는 죽음과 생존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나'는 유년 시절 자살한 아버지를 목격했었다.
어쩌다 함께 살게 된 고양이 설리와 밤비 중 설리는 어느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언제부턴가 함께 지내게 된 '조'는 금요일 집을 나선 후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는 처절한 생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적어도 내게는 살고자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사회가 만든 고정관념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
떠난 조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번듯한 직장과 연봉으로 가치를 평가당하는 세상에서 조는 패배자일 뿐이다.
자식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조의 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그제서야 온전히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나'는 다양한 인연들과 관계를 맺고 이별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낸다.
온전히 자신을 받아주는 반지하에서 말이다.
그곳에는 나와 조, 둘만의 골목에 대한 사라지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다.
내게도 어딘가에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인생의 숱한 날이 지나는 동안 나를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들. 작가가 만든 작은 골목에서는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무용한 공간과 무해한 존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각자가 살아갈 삶에 대해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다.
P.S. 책을 다 읽었지만 유령의 정체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인지, 외로움이 만들어 낸 환상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