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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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봤을 땐 베이커리에서 벌어지는 달콤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청소년 소설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친 한 소년이 매일 같이 빵을 사던 <위저드 베이커리>에

몸을 숨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곳에는 수상한 제빵사와 낮에는 인간이지만

밤에는 파랑새로 변하는 점원이 있다. 빵집이 24시간 운영하는 것도 이상한데

빵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수상한 물품들을 팔고 있다.

소년은 베이커리의 오븐 속에 숨어 있는 동안 인터넷 주문을 확인하는 일을 맡게 된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부터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체인 월넛 프레첼까지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과자가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물품의 마지막 줄에는 경고문이 달려 있다.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예, 동의합니다 / 아니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p. 63

마법사인 제빵사는 달콤한 빵과 과자를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다만 각자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마법사의 베이커리를 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는 질투에 눈이 멀어 주문장을 쓰고 누군가는 짝사랑하는 사람을 쟁취하기 위해

주문을 넣는다. 누구도 자신들이 벌인 일의 결과를 미리 알지 못한다.

순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어리석은 이들은 책임에서 도망치려 다시 마법사를 찾아와 수습을 부탁한다.

하지만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가 책임지는 법. 마법사는 손님들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p. 134

소설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의 현실은 가혹하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졌고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버려진 꼬마가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온정을 베푼 착한 사마리아인들 덕분이었다.

소년에게 가족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소년의 현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방인이었던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소년에게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건넨 선물은 시간을 되감아주는 머랭 쿠키였다. 소년은 과연 이 머랭 쿠키를 쓰게 될까.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을까.

작가는 막다른 인생의 골목에서 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말을 제시하며

각자가 자신만의 결말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내 인생에 마법 같은 선물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제목과 달리 달콤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는 씁쓸했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소설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살아낸다면 기적 같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과 용기를 건넨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마법보다 더 강력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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