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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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8일 서울 낮 기온이 37도를 넘기며 118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매년 여름을 앞두고 폭염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만 간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나날이 커져만 가는 지금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경제적인 피해는 얼마나 될까. 환경 문제로만 여겼던 기후 문제를 경제적 관점으로 확장해서 바라보는 시각에 호기심이 생겼다.


한국계 와튼스쿨 환경경제학자인 저자는 수많은 데이터와 경제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가 교육, 노동시장, 인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탐구한다. 그는 데이터를 해독하여 기후 위기에 숨겨진 비용과 희망을 말한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갑작스러운 재앙이 아니며 서서히 인류를 위협하는 느린 연소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산불이 발생하면 소실된 물적자본 피해 뿐만 아니라 연기로 생성된 유해한 공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마시게 되는 인적자본 피해도 발생한다. 


또한 폭염은 인해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저하시켜 향후 발생 가능한 소득 소실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저자는 실제 실험과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밖에도 온도 증가에 따른 강력 범죄 증가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고 소득 불평등, 농촌과 도시 등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얼마 전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절반이 한 달 이상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온열 질환과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에너지와 의료 시스템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기후 위기는 폭염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엄청난 폭우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고 마른 장마와 대규모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경제적 정책적 관점에서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 경제학이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이 책은 전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기후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희망만을 가지고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실현 가능한 대책에 근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1도의가격 #박지성 #윌북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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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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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은 어디일까. 작가가 보내온 다정한 편지는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내게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거라 여겼던 감정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이상하게 짜증이 나는 날이 있다. 괜히 툴툴거리고 미운 말만 나온다.

오늘도 난 아픈 엄마에게 말도 안 되는 짜증을 냈다. 뒤돌아 서면 바로 후회할 거면서

왜 그렇게 모진 말을 한 걸까. 당혹스러움과 미안함을 숨기려 내 방으로 숨었다.

그 순간 유독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책장을 펼치자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오늘은 내가 많이 지친 날이구나. 내게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구나.

작가의 다정한 위로는 내 안의 뾰족함을 둥글게 다듬어 주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무엇이든 해줄 것처럼 떠벌리기보다, 해줄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기를...


#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하태완 #북로망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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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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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은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았다. 

그들의 빼앗긴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 소설은 기존의 미스터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범죄 이후의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칼부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건은 3분 남짓만에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던 이들은 여전히 불안 속에 갇혀 있다.

작가 인터뷰에 따르면 집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통해 현실적인 불안과 공포를 체감했고

사건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일어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을 중심으로 현장에 있던 승객들의 삶을 보여준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은 얼마 전 지하철 5호선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이 겹쳐졌다.

뉴스를 통해 본 그날의 끔찍한 상황은 수많은 승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평범한 나날을 이어가려 애쓴다.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학교를 가고 삶의 현장으로 나간다.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 들을 통해 사건 이후 겪는 후유중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뭉클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현장에 있는 이들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은 정말 끝난 것일까.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범인이 잡히게 되면 얼마 후 뉴스 보도는 끝이 난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사건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을 통해 죄를 벌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것만이 전부라 여겼던 추리 미스터리 소설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었다. 


#사건은끝났다 #후루타덴 #블루홀식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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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면허 - 이동하는 인류의 자유와 통제의 역사
패트릭 빅스비 지음, 박중서 옮김 / 작가정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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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권을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된다는 설렘과 더불어 타국에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면허라는 생각에 작은 수첩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러한 여권은 언제 시작되었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까. 이 책은 여권에 대한 여권에 대한 궁금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여행 면허」는 국경 통과 시 가장 사회적인 서류로 자리 잡은 '여권'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 중에서 여권이라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 인류의 자유와 통제를 그려낸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넘나들 때 반드시 필요한 여행 서류의 진화 과정을 통해 여권이 가진 강력한 힘과 불평등성을 설명하고 여권이야말로 여행자들에게 여행의 자유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점토판에서 시작된 여권은 현재 전자여권 형태로 발전했다. 저자는 이 여권에 담긴 자유와 열망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과 연결시켜 개인의 자유와 정부 감시를 위한 도구로서 여권의 역할을 보여준다. 지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여권이지만 과거에는 제한된 인원만이 여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사례 중 흥미로운 건 여권 위조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여권을 위조한 사람들의 사례는 꽤 인상적이다. 볼셰비키 지도자인 레닌은 체포를 피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가짜 여권 사진을 촬영해야 했고 스탈린과의 경쟁에서 밀려 추방된 레온 트로츠키는 위조 여권으로 잠입한 비밀 요원에게 목숨을 잃었다. 여성의 지위가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신청서에 함께 기록되어야 했다는 사실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여권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국가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여권. 이 작은 수첩이 미래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얼마나 더 큰 힘을 가지게 될지 기대된다. 


#여행면허 #패트릭빅스비 #작가정신 #작정단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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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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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사는 셜록 홈스, 시모가모에 진료소가 있는 존 왓슨... 뭔가 이상하다. 더구나 셜록 홈스는 슬럼프에 빠져 은퇴를 예고하고 있다. 이상함 투성이의 이 소설의 정체는 뭘까. 교토의 천재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작 「셜록 홈스의 개선」이다.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 221B 번지 하숙집에는 슬럼프에 빠진 셜록 홈스가 지내고 있다. 그는 모든 의뢰를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었으며 존 왓슨은 진료소와 홈스의 짐을 오가며 그 상태를 살피고 있다. 하숙집 윗집에는 모리어티 교수가 이사 오고 맞은편 집에는 아이린 애들러가 탐정 사무소를 여는데... 


일본셜록홈스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빅토리아 시대 교토로 데려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원작의 셜록 홈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범죄자와 협박범이 이웃에 살고 심지어 같은 탐정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부터 새롭다. 


소설에는 모리미 도미히코만의 분위기가 가득 담겨 있다. 교토를 배경으로 현실과 이세계를 넘나들며 교토와 런던의 평행한 두 세계의 존재를 이색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의 큰 줄기는 '슬럼프'다. 왓슨은 셜록 홈스의 활약을 글로 써온 작가다. 홈스의 슬럼프가 길어지자 왓슨은 런던이라는 미지의 세계의 홈스를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슬럼프에 빠졌던 고통의 시간과 휴식기를 거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셜록 홈스 시리즈의 열렬한 독자였던 그가 홈스를 통해 기나긴 슬럼프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왓슨 캐릭터에 더 몰두할 수 있게 해 준다. 


셜록 홈스를 즐겨 읽던 독자로서 모리미 도미히코가 만들어낸 세계의 홈스와 왓슨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동쪽의 동쪽 방'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스틱한 세계는 장마철 눅눅한 기분을 날려버린다. 다시 한번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게 해 준 소설이다.


#셜록홈스의개선 #모리미도미히코 #내친구의서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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