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의 아홉 가지 인생
도나 프레이타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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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매 순간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지만 늘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때로는 후회하며 선택의 시간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때로는 만족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인생의 선택을 주제로 '로즈 나폴리타노'라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의 시작은 산전 비타민을 먹는 문제로 시작된다.

젊은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아 종신교수직을 따낸 로즈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이 없는 결혼에 동의한 남편이 약속을 깨고 아이를 원한다 하고

시부모의 압박도 거세지면서 로즈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선택의 기점에 서게 된다.

그녀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남편을 다시 설득할 수도 있으며

약속을 깬 남편에 분노하여 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그녀가 선택한 아홉 가지 인생을 보여주며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여자와 엄마, 일과 결혼 등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홉 가지 인생에서 로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녀만의 길을 찾아간다.

소설을 읽으며 로즈의 선택과 내 선택을 비교하며 행복을 위한 선택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나 역시도 지나온 시간에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에 도달했고 지금까지 꽤 만족할 만한 선택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결코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후회를 한다.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 로즈처럼 각자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 인생에서 내가 채울 수 있는 가능성들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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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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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SF 작가 '테드 창'이 광팬으로서 애정하는 SF 작가가 있다.

휴고상, 아시모프 상 등 세계적인 SF 상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낯선,

현존하는 21세기 최고의 하드 SF 작가 그렉 이건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열한 편의 이야기는 과학기술 발전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이라는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가 건넨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년 동안 타인의 뇌를 자궁에 보존하고 살았던 아내와 타인의 몸 안에서 뇌로만

존재했던 남편, 행복을 느끼고자 수천 명의 데이터로 만든 인공 뇌를 이식받지만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남자,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간통자와 동성애자들을

죽일 바이러스를 개발한 생화학자, 극비 연구 자료를 훔쳐 달아난 생화학자를 생포하기

위해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숲으로 향한 요원의 이야기 등

과학, 철학, 미스터리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관을 마주하면서

SF 장르의 한계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졌다.

연약한 인간의 육체에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겪게 될 정신적 혼란을 보여준다.

그가 만들어낸 광활한 세계관은 인간이 바라는 '행복'을 투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보편적 바람이 이야기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천재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과학 기술과 인간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역사의 작가들이 간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지금과 다른 인생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종당하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역 또한 사실이다.

p.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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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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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독특한 일본 문화를 배경으로 일본인들의 이중성과 삶에 대한 태도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파고들어 연구하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일본을 사유한다.

그는 일본에 대해 '나라의 모든 틀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나라'라고 정의 내렸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모습을 통해 지극히 형식을 중시하는

특유의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언어에는 관용구가 발달해 있고 삶의 어디서든

패턴화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정형화된 기준을 정하고 나면 이를 중심으로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을 허용하며 이는 무수한 창조를 이어진다.

경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은 내가 처음 일본을 방문하고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질적인 친밀감, 개인으로서의 죄책감보다 사회적 수치심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

무한한 가능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사회, 엄격한 사회적 규율에 갇혀 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개성이 표출되는 곳.

그곳에서 살아온 이방인의 관찰과 인식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아름다움은 희미해졌고 정취 역시 사라지고 있다.

조금은 아쉬운 현실이지만 경계인에서 점차 중심으로 향하는 저자의 시선을 통해

여전히 남아있는 일본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보며

한 나라의 문화와 사회,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파친코는 다른 모든 주요한 몰입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겉보기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파친코의 진정한 목적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소멸이다. 자기 소멸은 지극한 쾌락의 경지다. 이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그 상태가 무한히 계속된다.

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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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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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뉴스를 통해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기후 현상이 종종 보도되곤 한다.

한 국가의 동쪽과 서쪽에서는 극명하게 상반된 기후가 나타나기도 하고

사막에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상상을 초월한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뚜렷했던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점차 희미해지는 걸 느끼게 되면서

기후 문제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으로 인해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인간의 오만과 자만심에 경고를 날린다.

물론 인간의 의도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강에서는 수생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잉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해로운 화학물질 대신 잉어를 활용하여 강 환경을 정화하려 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잉어 때문에 오히려 토종 물고기의 수가 급감하게 되었다.

또한 하늘에서도 점차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거의 0에 가깝게 감소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책임에 따른 불공평 문제뿐만 아니라 폐기와 비용과 같은 더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저자는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달려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고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만히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현실이 무섭다.

멸종이 또 다른 멸종을 부르는 현상을 억제하고 더 이상 생태계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공동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

p.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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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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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여성 제인은 고급 주택단지 손필드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돈 많고 잘생긴 남자 에디를 만나게 된다. 완벽하게만 보이는 에디에게는 몇 달 전 의문의

사고로 실종된 아내 '베'가 있었다. 에디의 재력에 관심을 보이던 제인은 점차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 후 에디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제인은 에디의 전처인 '베'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꾸만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에디와 함께 살고 있는 저택 어딘가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소설은 제인과 베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인이 현실을 보여준다면

베는 과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의문의 실종 사건에 대한 내막이 서서히

드러난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제인은 과거부터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보였고 경찰을 광적으로 싫어한다.

단순히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걸까. 제인은 기꺼이 상류 사회로 들어간다.

그곳에 어떤 무서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두 여자와 한 남자는 모두 본명을 숨기고 있다.

타인의 이름이든 애칭이든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름을 감추고 살아왔다.

자신이 만든 세계가 들통날까 두려움에 떨며 아등바등 대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마침내 두 여자가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마주하게 된 순간

화려한 저택은 진실의 증거를 담은 채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진다.

살아남은 제인 앞에는 또다시 시궁창 같은 현실만 남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반전은 바로 이 순간부터다. 제인에게는 완벽한 결말이 아닐까.

내게도 완벽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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