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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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이라는 부제처럼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Linkage, Identity, Future, Emotion의 첫 글자를 딴 "LIFE"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  "나다움"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


네 가지 챕터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챕터는 Identity와 Future, 즉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답을 찾는 순간이었다. 내가 처한 여러 상황에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나라는 세계와 나를 나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며 인생 2 막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시간이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저자는 영감을 주는 문장과 격언을 소개하고 질문에 답을 적기 전에 생각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정한 편지를 실었다. 또한 따뜻한 그림을 통해 생각의 문을 활짝 열어 개인의 인생과 관련한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p. 115
자기다움과
아름다움의 앞 글자라 만나면, '자아', 즉 내가 됩니다.
자기답고 아름다운 나는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하세요.


개인적으로 정체성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던 건 나라는 존재의 이유와 진정한 역할에 대해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온전한 나라는 사람보다 한 가족의 딸로서의 역할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족을 돌보고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포기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강요 때문도 아니고 온전히 내가 한 선택이기에 불평도 불만도 없었다. 다만 아주 가끔은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기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다.  


책에 주어진 질문에 답을 채워가며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삶에서 중요한 가치, 내가 가진 매력과 능력, 혼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깨달음 등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에 치여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잊고 산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과거의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의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가까이 두고 언제든 들여다보며 나에게 다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p. 39
각자의 인생은 선택의 누적분이며,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되짚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p. 234
좋은 구두는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이 있듯, 좋은 책은 우릴 좋은 곳으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다정한 구원자가 되어 우리를 다독여주고, 끙끙 앓던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주기도 하지요. 은밀한 방이 되어 자기발견의 안내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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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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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3일, 뉴햄프셔주 마운트플레전트의 스코탐 호수 주변 모래밭에서 곰에게 뜯기고 있는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곤봉으로 후두부를 강타당하고, 목이 졸려 숨진 여성의 이름은 알래스카 샌더스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와 지문으로 알래스카와 동거해온 남자 월터 캐리와 그의 친구 에릭 도노반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수사를 맡은 뉴햄프셔주 경찰청은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매트 반스 경사를 현장에 투입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월터 캐리와 에릭 도노반을 조사하는 한편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수사에 매진한다. 유력한 용의자들과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면서 쉽게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던 수사는 예기치 않은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미궁에 빠져든다.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은 실타래가 꼬인 지점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해 미궁에 빠져 있던 악마적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방대한 분량의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촘촘하게 짜인 소설은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진범으로 밝혀졌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견에 갇혀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이 소설은 사건이 벌여졌던 1999년, 그리고 재수사가 시작된 2010년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작가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여 몰입도를 높여준다. 당시에는 사소하게 여겼던 작은 단서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과거부터 얽혀있던 인물 간의 관계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작가는 이들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보여주며 치밀하면서도 역동적인 추리 과정을 전개시켜 나간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장면 하나 소품 하나도 다시 보인다. 작가는 초반에 깔아놓은 복선과 단서를 끝까지 풀어내고 날카로운 추리 과정을 통해 수사 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긴 분량이지만 작가는 지루하지 않게 리듬감 있게 사건을 풀어내며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진실에 빠져들게 만든다. 재수사를 맡은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의 환상적인 호흡 또한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고 가족과 친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완전한 비밀은 없으며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는 진리를 다시 떠올리며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사건을 되돌아본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다. 소설에서 보인 기발한 추리와 날카로운 수사,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때문에 신뢰가 생겨났다. 강렬한 서사와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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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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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 모지항에 있는 가상의 편의점 텐더니스. 오늘도 텐더니스에서는 각자 다른 빛으로 반짝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작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2편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파란색 표지가 여름날의 무더위를 한껏 날려버려줄 것 같은 기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텐더니스 문을 열었다. 


이번 책에서는 각자의 삶에서 혼자 견뎌야 하는 힘듦과 괴로움, 혼자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을 이야기한다. 자식을 위해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낯선 도시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려는 할머니와 이별의 아픔에 방황하는 손녀, 미래에 대한 커다란 꿈이나 희망이 없는 텐더니스의 아르바이트생,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처 입은 미즈키와 다소 엉뚱한 시마의 우정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퉁명스러웠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솜사탕 머리로 나타나고 손녀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확인한다. 할머니의 마음도 손녀의 마음도 모두 알것만 같기에 인상에 남는다. 가족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속마음을 쉽게 내보일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가족 간에 진심 어린 대화라는 걸 알려준 에피소드였다. 


​소설은 여름날의 풍경과 겹쳐져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변함없이 따뜻하고 애정 어린 텐더니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텐더니스가 가상의 편의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곳에 가면 매혹적인 시바 점장과 시끌벅적한 팬클럽 회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작은 배려와 상냥함은 더 큰 상냥함과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한없이 상냥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텐더니스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에 불어올 새로운 트러블의 바람이 기다려진다.

p. 133
몇 년 동안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문제, 외면해 왔던 불만에 맞서려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도 간단히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하지만 원래 이런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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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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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위대한 개츠비>. 드디어 이 소설을 읽었다. 너무나도 유명했기에 한때는 내가 읽었다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열림원 세계문학을 통해 실물로 마주한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문학 읽기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책이다. 화사한 분홍색 표지와 콤팩트한 판형의 열림원 세계문학은 고전문학에 대한 장벽을 한층  낮춰주며 문학에 빠져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소설은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개츠비와 그가 사랑하는 상류층 여자 데이지, 데이지의 남편 톰, 그리고 이야기의 화자인 닉을 통해 사랑과 욕망, 꿈과 허상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단 하나의 꿈을 이루려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맹목적이고 위태로웠으며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보였다. 출세와 돈을 위해 거짓말이 난무하고 계급적 우월감에 빠져 화려함만을 쫓는 재즈 시대를 떠올리며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을 따라가 본다. 


​작가는 완벽하지 않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아메리칸드림과 물질주의, 잊지 못할 첫사랑과 부에 대한 갈망 등을 섬세히 묘사한다. 개츠비는 근본조차 알 수 없는 돈 많은 청년일 뿐이며 데이지는 사랑보다는 돈을 택한 철없는 여자였고 데이지의 남편인 톰은 이중적이면서도 잔인한 인물이었다. 화자인 닉은 이들 간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으며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개츠비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데이지가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나라는 의문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개츠비는 여인을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여인을 사랑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한 것일까. 청춘의 찬란했던 영광이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순간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몰려온다. 


각 인물이 가진 인간적 결함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관계, 무모한 사랑과 순수한 열망은 시간을 뛰어넘어 고전문학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문학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열림원 세계문학의 다른 작품 또한 읽어 보려 한다.


P. 161 
그것은 데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 때문이었다. 그의 환상은 그녀를 넘어섰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에 자신을 내던졌고, 그 환상을 끊임없이 키웠고, 자기 앞에 떠도는 화려한 깃털을 모두 모아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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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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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운명을 믿어본 적 있니?


195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런던에는 운명을 믿지 않는 여자가 있었다. 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하는 조향사 앨리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친구들과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곳에서 점쟁이의 예언을 듣게 된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앨리스는 인생을 위해 여행을 떠나라는 점쟁이의 예언을 듣게 된 후 매일 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하여 앨리스는 괴짜 화가인 이웃집 남자 달드리의 설득에 못 이겨 점쟁이의 예언을 이정표 삼아 이스탄불로 여행을 떠난다.


​다소 이국적인 풍경의 나라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내 예상보다 엄청난 일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여섯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점쟁이의 말 때문에 단순히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앨리스의 여행에는 그보다 훨씬 심오한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진정한 뿌리를 찾아가는 그 발걸음을 통해 자식을 향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마주할 수 있었고 잃어버린 가족의 기억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현실에서 아날로그적 여행은 신선하면서도 정겹게 보였다. 특히 앨리스와 달드리가 주고받는 서신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과 신뢰와 공감 등을 느낄 수 있고 운명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작가는 역사적 아픔을 배경으로 앨리스와  달드리의 운명을 결정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보여준다. 여러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서로를 향한 사랑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볼 수 있다. 


나는 운명을 믿는다. 타로 점괘나 오늘의 운세에도 혹한다. 그래서 분명 어딘가에 영혼의 반쪽이라 여기는 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나에게도 두 개의 삶이 있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일까. 나 또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만약 이번 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라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생겨났다.


평소 사랑 이야기를 즐겨 읽지 않지만 앨리스와 달드리의 마법 같은 사랑의 여정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몰입하고 있었다. 무더위조차 날려버린 두 사람의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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