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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평점 :
1999년 4월 3일, 뉴햄프셔주 마운트플레전트의 스코탐 호수 주변 모래밭에서 곰에게 뜯기고 있는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곤봉으로 후두부를 강타당하고, 목이 졸려 숨진 여성의 이름은 알래스카 샌더스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와 지문으로 알래스카와 동거해온 남자 월터 캐리와 그의 친구 에릭 도노반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수사를 맡은 뉴햄프셔주 경찰청은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매트 반스 경사를 현장에 투입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월터 캐리와 에릭 도노반을 조사하는 한편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수사에 매진한다. 유력한 용의자들과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면서 쉽게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던 수사는 예기치 않은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미궁에 빠져든다.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은 실타래가 꼬인 지점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해 미궁에 빠져 있던 악마적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방대한 분량의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촘촘하게 짜인 소설은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진범으로 밝혀졌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견에 갇혀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이 소설은 사건이 벌여졌던 1999년, 그리고 재수사가 시작된 2010년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작가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여 몰입도를 높여준다. 당시에는 사소하게 여겼던 작은 단서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과거부터 얽혀있던 인물 간의 관계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작가는 이들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보여주며 치밀하면서도 역동적인 추리 과정을 전개시켜 나간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장면 하나 소품 하나도 다시 보인다. 작가는 초반에 깔아놓은 복선과 단서를 끝까지 풀어내고 날카로운 추리 과정을 통해 수사 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긴 분량이지만 작가는 지루하지 않게 리듬감 있게 사건을 풀어내며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진실에 빠져들게 만든다. 재수사를 맡은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작가 마커스 골드먼의 환상적인 호흡 또한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고 가족과 친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완전한 비밀은 없으며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는 진리를 다시 떠올리며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사건을 되돌아본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다. 소설에서 보인 기발한 추리와 날카로운 수사,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때문에 신뢰가 생겨났다. 강렬한 서사와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