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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ㅣ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평점 :
기타큐슈 모지항에 있는 가상의 편의점 텐더니스. 오늘도 텐더니스에서는 각자 다른 빛으로 반짝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작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2편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파란색 표지가 여름날의 무더위를 한껏 날려버려줄 것 같은 기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텐더니스 문을 열었다.
이번 책에서는 각자의 삶에서 혼자 견뎌야 하는 힘듦과 괴로움, 혼자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을 이야기한다. 자식을 위해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낯선 도시에서의 삶에 익숙해지려는 할머니와 이별의 아픔에 방황하는 손녀, 미래에 대한 커다란 꿈이나 희망이 없는 텐더니스의 아르바이트생,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처 입은 미즈키와 다소 엉뚱한 시마의 우정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퉁명스러웠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솜사탕 머리로 나타나고 손녀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확인한다. 할머니의 마음도 손녀의 마음도 모두 알것만 같기에 인상에 남는다. 가족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속마음을 쉽게 내보일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가족 간에 진심 어린 대화라는 걸 알려준 에피소드였다.
소설은 여름날의 풍경과 겹쳐져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변함없이 따뜻하고 애정 어린 텐더니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텐더니스가 가상의 편의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곳에 가면 매혹적인 시바 점장과 시끌벅적한 팬클럽 회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작은 배려와 상냥함은 더 큰 상냥함과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한없이 상냥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텐더니스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에 불어올 새로운 트러블의 바람이 기다려진다.
p. 133
몇 년 동안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문제, 외면해 왔던 불만에 맞서려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도 간단히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하지만 원래 이런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