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회사 친구로부터 책 한권을 추천 받았다."이 책 읽는데 대리님 생각났어."응? 무슨 책이길래 내 생각이 났지?나는 유독 감정 이입이 심하다.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울기도 하고 음악을 듣다가도 눈물을 흘린다.심지어 <드래곤볼> 만화를 읽다가 눈물을 흘린적도 있었다.이런 내게 소설은 언제부턴가 금기시하는 장르가 되었다.그나마 추리 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은 눈물 흘릴일이 없어 가끔 읽지만 문학 작품, 특히나 한국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궁금했다. 나도 80년대에 태어났기에 '82년생 김지영'씨가 궁금했다.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는 읽는 내내 '울분이 터지고 공감된다'고 했다. 그런데 왜 내가 생각났을까.김지영씨와 나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남동생이 있는 것도 비슷하고'국민학교'를 다닌 것도 비슷하고 닮은 점이 참 많아보였다.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나는 김지영씨보다 행복한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부모님은 아들이라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았고 딸이라 무시하지도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큰 딸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건 다 했었다. 차별은 남동생이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입던 옷을 물려 입고 내가 읽던 책을 물려 받았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김지영씨의 삶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이렇게나 많은 남녀 차별이 존재한다는 걸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차별들 말이다.내가 있었던 곳,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성별에 따른 차별이 아닌, 개인이 가진 능력으로만 평가 받는 곳이다.그렇기에 그녀가 느낀 그 아픔에 아는 척 할 수 없었다.지금도 수 많은 '김지영'씨가 차별을 받으며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그런 그녀들의 아픔을 감싸주기 위해 우리 사회도 변하고 있다.하루 아침에 세상이 완전히 변할 수는 없다.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러니 이 책이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한다. 내게 소설의 재미를 다시 찾아 준 <82년생 김지영>.그녀와의 만남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그리고 달라진 세상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언제가 말이다.
총 4개의 단편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마지막 에필로그를 읽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었다.
암살자 닷컴 korosiya.com이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청부 살인을 의뢰한 입찰 페이지를 볼 수 있다.수여된 입찰 번호 밑으로 죽여야 할 표적과 표적이 살고 있는 곳,청부 살인의 대가와 이를 희망하는 입찰 수, 입찰까지 남은 시간,표적의 죽음에 대한 요청 사항 등을 볼 수 있다.아이디가 부여된 청부 살인업자는 자신 있는 표적을 선택해 최저 가격으로 입찰 신청을 하면 된다.그렇게 최종적으로 입찰이 되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성공적으로.일을 끝마친 후에는 꼭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실패했다거나 그 일이 두려워 도망치게 되면 이에 대한 패널티를 받게 된다.그 패널티는... 이 장면은 조금 잔인하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영상이 떠올라 힘들었다.그럼에도 첫 표지를 넘긴 후부터는 단숨에 읽었다.그리고 오랜만에 책에서 쾌감에 느꼈다.이 책에 등장하는 살인청부업자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현직 형사, 가정주부, 물론 전설의 킬러도 등장한다. 이들이 청부 살인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사람답게 살고자 '부업'에 뛰어든 거다.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허리띠 졸라 매야 하는 팍팍한 삶에 그저 숨 쉴 수 있는 구멍 하나 만들고 싶어서 살인을 한다.많은 돈을 바라고 무시무시한 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아들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위해, 실직한 남편 대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다.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 없다. 소설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각기 다른 퍼즐 조각이 마지막에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작가의 필력에 감동하는 순간이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각각 다른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큰 원을 만들게 된다. 에필로그를 읽은 후 다시 첫 단편을 읽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허투루 쓰인 인물이 없다.<암살자닷컴>으로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은 처음 만났다.단순히 청부 살인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속에는 우리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청부 살인으로 인해 붕괴된 가족이 하나가 된 듯한 설정은 조금 씁쓸하지만 말이다.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결코 이런 회사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조금 특별한 딸 니나, 이제 갓 태어난 아기 시몬. 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여행기. 앞만 보며 성공을 위해 달리던 저자는 어느날딸이 건넨 한마디에 멈춰 섰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백만 분"의 시간.이 시간 동안 아주 멋진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딸 니나의 한마디에 시작된 여행기.보통의 아이들보다 조금은 특별한 이 꼬마 숙녀가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남동생을 미스터 시몬이라부르며, 소방관을 꿈꾸는 꼬마 아가씨.제목은 "느링느링"이지만 "빨링빨링" 읽게된 <느링느링 해피엔딩>.밝고 유쾌하지만 때로는 먹먹한 기분을 준 즐거운 책이다. 근사한 백만 분을 외치던 니나는태국에선 보트를 타고 섬을 구경하기도 하고,애완용 게를 위해 코코넛 집을 지어주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구경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선 꿈꾸던 소방관이 되기도 하고,달리기에서 지는 걸 배우기도 하고, 뉴질랜드에서는 생에 처음으로 빙하를 마주했다.니나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시간의 주인이 되는 순간.나에게 이런 순간이 언제였을까.늘 성공을 바라며 그저 앞만 보고 달렸기에조금씩 숨이 차오르지만잠시라도 멈추면 나락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던 내가 보였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난데 늘 끌려다녔던 내 모습.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이런 것이었나. 나는 무얼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생각을 바꾸니깐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작은 꼬마 아가씨 덕분에지구 반대편 살고 있는 내 삶에도새로운 빛이 들기 시작했다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해피엔딩을 꿈꾸는 내 삶이 새로 시작됐다.
종종 두통에 시달린다.그때마다 약국에 가서 두통약을 달라한다."이부프로펜 성분이 든 액상으로 주세요."그러면 약사는 두말없이 내가 원하는 약을 준다.다년간 여러 종류의 두통약을 먹었고 그 중에서이부프로펜이 내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걸 스스로 터득한 결과이다. 내가 약사나 의사도 아닌데언제부터 약에 대해 셀프 전문가가 된걸까.두통약뿐만 아니라 소화가 안될때, 감기 기운이 있을때도 내가 원하는 약을 요구한다.문제는 처방전이 없이도 내가 요구한대로약사가 순순히 약을 건네준다는 점이다. 문득 이렇게 복용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설마 큰 문제가 생기겠어.. 라는 얄팍한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는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약에 대해 셀프 전문가인 우리 현실에서이 책은 꼭 읽어야할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약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과정, 그리고약이 가진 양면성을 재미나게 소개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요즘 가장 이슈인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DDT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외에도, 페니실린, 타이레놀, 아스피린, 심지어 비아그라까지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약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소개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어릴때부터 약에 관하여 단계적으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약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독성물질, 마약 등의 해악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살면서 나는 이런 교육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학 교양과목에서도 이런 수업은 본적이 없다.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러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조금씩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 인터넷을 통해 찾은 정보에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의대에서 수업을 듣고 얄팍하게 배운 지식들이 합쳐져나를 셀프 전문가로 만든 듯 하다.이런 현실에서 이 책을 통해 약에 대한 장단점뿐만 아니라 질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이들의과학적 집념과 노력도 배울 수 있기에이 책이 교양서로 많은 이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