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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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년'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마흔  안팎의 나이,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100세 시대에 들어가면서 중년은 몇 살부터인지 늘 궁금했었다.
어쩌면 몇 년 후 내 나이의 숫자가 40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중년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년은 이제 50대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가 깨닫고 있다. 내가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느껴지는 변화까지도 잊고 살던 내 나이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마흔아홉 살의 어느 날 경험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건 저자가 담담히 써 내려간 경험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폐경과 갱년기는 먼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마음에서, 감정에서 느끼는 변화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조금씩 나이 듦을 느낄 수 있는 몸의 변화에서 오는 혼란에 대해 그 누구도 말해 준 적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 깨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중년의 변화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나이 듦에 상처받고 슬퍼하는 우리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새로운 변화에 맞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정립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준다.
여성에게 있어 중년의 변화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폐경을 겪으면서 더 이상 여성이 아니라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거나 여성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과 불안감 등 온갖 부정적인 정신적 병이 발병하기 쉽다. 불어난 체중과 늘어진 피부, 주름진 얼굴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나이를 실감하게 하는 중년이 되었을 때,
나는 담담하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좌절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제 인생의 절반을 달렸으니 나머지 절반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경험을 읽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 듦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함께 사는 이 사회에서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자신의 변화를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 책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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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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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호러와 스릴러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며,
개인적으로 호러는 정말 무서워하기에 퇴근 후 매일 책을 읽지만
이 책만큼은 해가 떠 있는 낮에 읽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이 오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평소와는 조금 늦은 아침, 드디어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호러라는 낯선 장르임에도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역시나 해가 떠 있는 낮에 보기로 한 내 선택은 옳았다.
3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각각의 등장인물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보기왕'이라는 무서운 괴물을 상대하는 인물들의 입장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대처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 끔찍한 괴물로부터 어린 딸 치사와 아내 가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는 히데키. 히데키를 사랑했지만 조금씩 벌어지는 가족관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가나.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 이들이 펼치는 목숨을 건 전쟁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보기왕은 왜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을 이토록 공포로 몰아넣는 걸까.
과거에는 이름도 없던 이 괴물은 아주 먼 과거에 남편에 대한 아내의 증오로 시작된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사람의 마음에 생겨난 나쁜 마음이 매개체가 되어
우리에게 극한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설명과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민속학적 세계는 이 책에 소설이 아닌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현실에서도 보기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이 책에 대한 몰입도는 더 커지게 된다. 

다시 한번 이른 아침에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러라는 장르에 대해 거부감이 컸지만 <보기왕이 온다>를 통해 내 편견을 깨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면.. 문을 열 수 있을까...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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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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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작가가 쓴 거침없고 솔직한 이야기에 

내 안에서 울컥하면서 마음이 동요한다.
청춘이니깐 젊으니깐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당연시하는 이들에게
청춘도 아프다는 솔직한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사랑, 우정, 외로움, 연애와 관련한 감정들. 
잊고 산지 참 오래된 감정들에 대해서 
오랜만에 생각을 꺼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고 잘 될 거라는 희망 고문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때로는 냉정하고 비판적인 말이 더 오래 기억된다.
이 책은 내게 현실을 냉정하게 보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된 서툰 어른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들이 낯설다.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롭다는 감정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조차 메말라 가던 내게 타인의 솔직한 이야기는 새로운 불꽃을 피웠다.
내 안 어딘가에서 간직하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불같은 사랑을 꿈꿨던 시절, 
사랑에 울고 웃던 소중한 추억들이 사진처럼 보였다.
에세이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읽으면서 공감하고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삶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자.


"미움받을 용기 따윈 필요 없다. 

굳이 온 세상을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누군가 나의 적이 될 때는 그가 자기 마음대로 

내 적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움받을 용기, 

그런 위험천만한 마음을 갖고 살기에 인생은 너무도 짧다. 

(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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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법을 배운 날 - 조나단의 인생 수업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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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통보받는다면?" 이 짧은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현재가 괴로울 때마다 미래를 계획하는 조나단은 이혼한 아내, 그리고 친구와 함께 동업을 하고 있었다.
비록 이혼했지만 동업자이기에 아내와는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했고 
또 다른 동업자는 자꾸만 지분을 팔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본 집시 여인이 다가와 그에게 말한다. 당신은 곧 죽는다고..
누구든 곧 죽을 거란 통보를 받으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닥친 걸까. 
조나단 역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얻기 위해 멘토인 고모를 만나러 갔다.
고모와의 심도 싶은 대화 후 그는 달라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며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도 작은 행복을 선사한다. 
조나단의 옆집에 살고 있는 게리는 마을에서 작은 머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정신없고 세상은 참 살기 힘들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손님들이 그를 칭찬하면서 매상은 올라갔고 매일 우편함에 이상한 편지가 도착한다.
리안은 방안에 은둔하며 끊임없이 이웃들을 도찰하고 그들의 모습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블로그 방문객들이 늘어날수록 스타가 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의 영상은 모두 불법이다.
오스틴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테니스 선수이지만 대중과 언론으로부터는 사랑받지 못했다. 그럴수록 그는 분노하며 오로지 우승을 위해 달려간다. 
공통점도 친분도 없는 4명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 책에서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달라진 모습으로 세상 앞에 나서게 된다.
당연하다고 여기며 지나쳤던 순간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 노력과 타인의 노력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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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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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모리 마리의 글이다. 그런데 낯설지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노 요코의 글과 느낌이 비슷하다.
역시나 추천 글에 사노 요코의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모리 마리의 글도 좋아졌다.
평범한 일상에 대해 담백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그런 글을 좋아하기에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참 개운한 맛이 난다.
그녀가 전해준 맛있는 음식 이야기에 배가 부르다. 기분이 좋아진다.
부잣집 아가씨로 자랐지만 2번의 이혼과 가난한 살림에 직접 글을 쓰게 된 모리 마리.
철부지 아가씨의 배부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깔끔한 그녀의 글 솜씨에 
읽는 순간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잘난체하는 사람보다 그저 좋아하는 음식이 많고, 먹을 때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행복하다"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가끔은 그녀처럼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잘난척하는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입에 발린 말만 번드르르하게 내뱉기보다는 냉소적으로 자화자찬하는 말이 더 위로가 될 때도 있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그녀의 직설적인 이야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잊고 사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매일의 순간을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을 이 책을 통해 하나씩 배울 수 있다.
초라해지기 싫은 마음에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고 SNS를 통해 포장된 모습만 보이려 했던 어리석었던 나를 반성하며 가끔은 그녀처럼 솔직한 내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야겠다.
처음 만난 모리 마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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