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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호러와 스릴러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며,
개인적으로 호러는 정말 무서워하기에 퇴근 후 매일 책을 읽지만
이 책만큼은 해가 떠 있는 낮에 읽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이 오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평소와는 조금 늦은 아침, 드디어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호러라는 낯선 장르임에도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역시나 해가 떠 있는 낮에 보기로 한 내 선택은 옳았다.
3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각각의 등장인물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보기왕'이라는 무서운 괴물을 상대하는 인물들의 입장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대처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 끔찍한 괴물로부터 어린 딸 치사와 아내 가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는 히데키. 히데키를 사랑했지만 조금씩 벌어지는 가족관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가나.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 이들이 펼치는 목숨을 건 전쟁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보기왕은 왜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을 이토록 공포로 몰아넣는 걸까.
과거에는 이름도 없던 이 괴물은 아주 먼 과거에 남편에 대한 아내의 증오로 시작된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사람의 마음에 생겨난 나쁜 마음이 매개체가 되어
우리에게 극한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설명과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민속학적 세계는 이 책에 소설이 아닌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현실에서도 보기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이 책에 대한 몰입도는 더 커지게 된다.
다시 한번 이른 아침에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러라는 장르에 대해 거부감이 컸지만 <보기왕이 온다>를 통해 내 편견을 깨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면.. 문을 열 수 있을까...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