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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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즈키 아사코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앗코짱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고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고전이라 칭하는 책들 중에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다.

분명 학창 시절 읽었을 테지만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책이 없다.

그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 성인이 된 지금도 가까이하지 못하는 장르다.

다시 한번 읽으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되는 고전에 대한 유즈키 아사코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17세기 명작부터 현재까지 명작을 꾸준하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에 나도 동참해보려 한다.

저자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앗코짱 소설을 쓴 작가이기 때문인지

많은 고전 속 여주인공들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풀어낸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전들을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책들이다.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고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삶에 대해 그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나나, 주홍 글씨 등 고전 속 여주인공들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처럼 거침없고 다정하게 소개한다.

귀족 아가씨로 귀하게 커 세상 물정에 어두워 비극적인 삶을 산 여자의 일생의 '잔'을 소개하면서 그녀의 천진하면서도 낙천적인 성격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불륜으로 낳은 딸을 키우며 가슴에 주홍 글씨를 낙인으로 달고 사는 '헤스터'의 당당함에 존경심을 표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동안 내 안에 갇혀 있던

고전에 대한 편견이 다르게 다가온다.

당시 사회 상황과 비교해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용감하게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그녀들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등 많은 나라의 고전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처럼 고전에 도전하기 두려운 이들이라면 유즈키 아사코가 전하는 세계명작극장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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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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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박장대소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코드가 맞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계속되었다.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내게 큰 상처를 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사람 사이의 오고 가는 작은 말 한마디가 큰 비수가 되어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면 그 상처가 덜하겠지만

어디 사는 게 그럴쏘냐.

이렇게 오늘도 난 상사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가 곪게 되며 도려낸다 해도 큰 자국이 남는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려 하지만 소심한 나는 한마디 한마디 곱씹고 또 곱씹는다.

저자는 말한다. 상처 되는 말은 그저 뱉은 사람이 자신에게 버리고 간 쓰레기일 뿐이라고.

나는 그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내게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그 말들과 사람들을 정리해보련다.

이 작은 책 한 권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소심하기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 상처 준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삭제해버리는 것.

이 얼마나 통쾌한가.

살면서 원치 않은 상대의 배려 없는 말투와 행동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련다.

본인은 사소하다 여기는 툭 던진 부탁에도 자신 있게 "No"라고 말하련다.

자신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는 그대에게 안녕을 고하련다.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려 애를 썼던 콤플렉스를 버리려 한다.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들로만 가득 차도 모자를 내 인생.

지금 당장부터라도 좋은 것만 내 안에 채우려 한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련다.

각자의 생각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살고 있을 테니깐.

최근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다.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오만, 

기분 나쁜 표정까지..

잠시나마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내 판단이 정말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요즘이었다.

그런 나에게 정말 좋은 책이 다가왔다.

상처받고 아파할 시간에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들을 하련다.

너와 나는 분명 다르기에 내 방식대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아요.

무례한 당신을 정중히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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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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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 번쯤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꾼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연구원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 우주인에 도전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이니 되려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우정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진취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마냥 꿈에 부푼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다.

연구원이지만 샐러리맨의 현실은 씁쓸할 뿐이다.

줄도 잘 서야 하고, 윗 사람의 비유도 잘 맞춰줘야 하고, 성과는 물론 내야 하고...

우주인에 지원한 이에 대한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 경영 악화로 인한 인원 감축,

보장되지 않은 미래 등... 지독한 현실에서 그저 어릴 적 먼저 하늘로 떠난 누이동생을 위해

우주에서 연구를 하고 싶었던 이진우.

우주인이 되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라면 분명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 힘든 체력 훈련을 이겨냈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우주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는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보니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감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진우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지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나간다.

그의 그러한 용기 덕분에 탈락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의 열정과 자신감, 당당한 태도를 배운다.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좋은 모습을 머릿속에 깊숙이 담아둔다.

꿈을 좇아 우주인이 되려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열정을 떠올린다

잠시 지쳐 잊고 있던 나의 꿈. 그 꿈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짧은 재 충전 시간을 가졌기에 다시 앞으로 달려갈 힘이 생겨난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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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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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소설이다. 어쩌면 인류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을

생명체의 기나긴 이야기를 담기에 700쪽은 적을 수도 있겠다.

이 책에는 비극적인 운명을 물려받은 화가,

이민자 아버지로부터 옥으로 만든 반지를 물려받은 세 자매 중 맏딸,

감전사에서 살아남은 대학생, 연극 <맥베스>를 공연하던 변호사와 속기사,

격추당했다가 나무 위로 떨어져 살아남은 미 공군,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천재적인 머리로 컴퓨터 세계에서 살아있는 학생,

장애를 가진 과학자,

순수했지만 영악하게 변해버린 아이까지

미 대륙의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아홉 명의 삶의 다루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나무라는 공통점 속에서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지구의 자연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개발과 보존에 대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편리한 삶을 위해 추악한 욕망 속에서 자연을 개발하면서 그 존재는 점점 사라지게 되고

자연이 사라지면서 인간이 겪게 되는 황폐한 환경은 자연을 보존하자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존재에 위협을 받고 있을지라도 나무는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자라날 것이다.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그 생존력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무에 대한 경외심으로 그들의 생존을 더 이상 위협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여지를 준 책이다.

세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장 훌륭한 일, 문득 생각이 떠오른다.

문제는 세계라는 단어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두 개의 정반대의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진짜 세계. 우리가 빠져나갈 수 없는 만들어진 세계.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고 아버지가 커다랗게 말하는 소리는 듣는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노래하게 해주오.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지에 관하여.

(p.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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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 3,500km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다
이하늘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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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멋있다. 멋진 풍경과 누구보다 환하고 예쁜 저자의 모습이 담긴 표지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자신의 몸만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하늘과 맞닿은 산 위에 서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 멋진 여성이 택한 방법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사실 운동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 나는 산을 오르거나 하이킹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러 친해지지 않으려 한다. 걸어 다니는 건 좋아하지만

내가 하는 걷기와 저자가 하는 걷기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를 것이다.

왜 험난한 여정을 택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그녀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답을 알 것도 같다.

나는 표지를 보는 순간 행복을 찾아 147일 동안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걸은 그녀의 이야기에 깊숙하게 빠져들 것 같다. 오랜 여정 속에 담긴 인행 이야기가 벌써부터 솔깃해진다.

'행복한 하루가 매일 보이면 일주일이 되고, 일 년이 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그녀.

이 한마디 말이 내 마음속에 깊게 남겨졌다.

행복해지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내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 전해준다.

그동안 나는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벌고 내 자리에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내게 그녀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다.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을 떠나 먼 나라에서 장거리 하이킹에 도전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단숨에 읽어나갔다.

장거리 하이킹 중 만난 트레일 매직과 트레일 엔젤 에피소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나는 그들이 건네준 대가 없는 친절과 베풂을 배웠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큰 선물로 다가가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이런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그들을 만나면 내 인생도 행복해질까?'

아주 잠깐 생각만 한 후에 이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나는 것으로 마음을 결정했다.

장거리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솔직하게 써 내려간 경험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험난한 여정이 이어지고 때로는 빗속을 거니는 강행군을 하게 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우리의 인생처럼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눈물 흘리는 그 긴 여정에서

함께 해주는 동반자가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앞으로 두 사람의 미래에 행복이 가득한 나날들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행복은 어떤 것을 희생하거나 큰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조건부적인 것이 아니다. 행복의 주체는 오롯이 나 자신이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 자체가 내 삶의 행복임을 실감하고 있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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