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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7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소설이다. 어쩌면 인류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을
생명체의 기나긴 이야기를 담기에 700쪽은 적을 수도 있겠다.
이 책에는 비극적인 운명을 물려받은 화가,
이민자 아버지로부터 옥으로 만든 반지를 물려받은 세 자매 중 맏딸,
감전사에서 살아남은 대학생, 연극 <맥베스>를 공연하던 변호사와 속기사,
격추당했다가 나무 위로 떨어져 살아남은 미 공군,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천재적인 머리로 컴퓨터 세계에서 살아있는 학생,
장애를 가진 과학자,
순수했지만 영악하게 변해버린 아이까지
미 대륙의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아홉 명의 삶의 다루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나무라는 공통점 속에서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지구의 자연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개발과 보존에 대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편리한 삶을 위해 추악한 욕망 속에서 자연을 개발하면서 그 존재는 점점 사라지게 되고
자연이 사라지면서 인간이 겪게 되는 황폐한 환경은 자연을 보존하자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존재에 위협을 받고 있을지라도 나무는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자라날 것이다.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그 생존력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무에 대한 경외심으로 그들의 생존을 더 이상 위협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여지를 준 책이다.
세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장 훌륭한 일, 문득 생각이 떠오른다.
문제는 세계라는 단어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두 개의 정반대의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진짜 세계. 우리가 빠져나갈 수 없는 만들어진 세계.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고 아버지가 커다랗게 말하는 소리는 듣는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노래하게 해주오.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지에 관하여.
(p.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