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공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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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지어진 성당이나 건축물을 볼 때면 정교함에 놀랄 때가 있다. 지금처럼 기술과 장비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저런 멋진 작품을 남겼을까.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수많은 건축물이 수십 수백년에 걸쳐 현재까지 굳건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을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공학'에서 찾을 수 있다.

공학 커뮤니케이터이자 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 교수인 저자는 공학이라는 학문을 교양으로 전달하며 대중에게 공학의 매력을 알려왔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삶에 숨겨진 공학을 설명하며 공학자의 시선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익숙한 대상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는 공학자의 접근법으로 세상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계와 친하지 않기에 그의 주장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수학을 싫어하고 과학을 어려워해도 공학자의 시선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켜켜이 쌓인 공학적 지식은 마침에 새로운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는 공학자의 이러한 노력의 산물을 통해 편리함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최초의 전구가 에디슨이 태어나기 거의 10년 전에 어느 벨기에 발명가의 시도가 있었다는 점, 최초의 전자레인지 무게가 300킬로그램 남짓했다는 점과 같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자전거, 탄산음료 캔, 컬러 사진기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일상품의 탄생 과정을 보며 발명의 역사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공학이란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깨준다. 공학자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공학적 사고방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과학적 방법은 우주에 관한 진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반면 공학적 방법은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과학적 방법에는 정해진 과정이 있다. 질문을 내놓고,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무엇이 발견될지, 어떤 진리가 드러날지는 모른다. 그와 달리 공학적 방법에는 ‘대성당을 세운다’는 구체적 목표가 있지만 정해진 과정은 없다. 공학적 방법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해진 절차로 압축할 수 없다. 공학적 방법의 힘은 바로 이 ‘반드시’라는 것이 없다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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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철학 수업 -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지적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지식 인생 처음 시리즈 1
폴 클라인먼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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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가 가파른 언덕의 내리막 선로를 따라 돌진하고 있습니다. 언덕 아래쪽 선로에는 작업중인 일꾼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다른쪽 선로에도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여러분 바로 옆에 선로를 바꿀 수 있는 기기가 있습니다. 만약 선로를 바꾸면 저쪽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은 살겠지만, 이쪽 선로에 있는 한명은 죽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p. 358-359

살다 보면 철학이 필요할 때가 있다. 최근에 관심을 끈 철학 사상은 염세주의로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으며 마냥 희망적이지 않은 세계관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행복이야말로 궁극적인 선이며 선한 것을 추구함으로써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추구했다. 이렇게 경험치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필요한 철학 역시 달라지게 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철학이라는 학문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철학의 기본 지식은 물론 24명이 철학자와 23개의 이론, 그리고 7개의 난제를 나열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철학을 잘 모르는데도 철학자의 이름을 대부분 익숙하다는 점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심오하고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름과 사상이 낯설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저자는 난해한 이론에 문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몇 번이나 실패했던 철학 책들과는 달리 철학자의 사상을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또한 복잡한 개념은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그림과 표를 활용한다. 이에 더해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의 이론을 설명하는 데 웃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유머의 철학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다루는 문화철학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3장 철학사를 빛낸 난제들이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들어본 적 있는 7가지 철학적 난제는 한참 동안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현실에서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멈춰있던 머릿속에 모처럼 기름칠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복잡한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철학에 대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서양 철학에서 동양 철학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삶의 모든 순간에 필요한 철학을 배우고 일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찾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철학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만 서로 끝없이 질문을 주고받았던 게 아니에요(물론 철학의 발전에 그들이 이바지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정부 정책에서 불거지는 윤리적 문제들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요구하는 논리적 형식들까지, 철학은 실제로 우리 삶에 유용한 매우 쓸모 있는 학문입니다.

P. 11

쇼펜하우어는 개인이 그들 자신의 욕망 혹은 '삶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고 봤습니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이 의지야말로 인류를 이끄는 원동력인 것이죠. 여기서 쇼펜하우어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염세주의와 인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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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 묘보설림 17
탕푸루이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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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 출신의 아미족 국선변호인 퉁바오쥐는 과거 아버지가 저지른 죄로 인해 어머니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한 끝에 타이완 최고의 명문대 법학과를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게 된다. 30여 년이 흘러 바츠먼에서 일어난 선장 일가족 살해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된 인토네시아인 압둘아들의 변호를 맡게 된다. 퉁바오쥐는 예비 판사 롄진핑을 파트너로, 이웃에 사는 인도네시아 간병인 리나를 통역사로 삼아 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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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부분은 퉁바오쥐가 이웃에 사는 간병인 리나를 만나 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부분까지였다. 티저 북으로 읽게 된 「바츠먼의 변호인」, 잔인하다!! 어떻게 여기서 딱 끊을 수가 있는 걸까!!

사실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이름이 입에 붙지 않으면 소설에 집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책 역시 처음에는 내용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보며 등장인물들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이제 막 인물들의 이름도 익숙해지는 찰나에 내용이 끝나게 되니 궁금증이 더 해진다.

도대체 압둘아들이 말한 'didelikno'는 무슨 말일까. 사전에도 없고 검색도 안 되니 궁금증만 커진다. 왜 원래 통역사는 제대로 통역하지 않은 걸까. 예비 판사 롄진핑과 리나, 그리고 퉁바오쥐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적대적인 부족과 마주하게 된 주인공은 무사할 수 있을까. 뒷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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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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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과거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그는 철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서양 문명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로테스크한 것과 아름다운 것,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이상적인 것과 추한 것 등 양극성의 관점에서 문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찾아간다.


동양의 언어를 모르기에 동양 문명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뻔뻔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양 문명을 중심으로 한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적 탐구심을 채워준다.

인간은 매일같이 생존경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밤의 공포와 싸우는 한편, 스스로를 돌아보며 육체와 정신 양면에서 어떤 소질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성, 정의, 몸의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조화로운 완전성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사고와 감각의 소질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P. 24

이 책에서는 역사적 움직임의 증거로 예술을 말한다. 끝없는 전쟁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코 중단되지 않은 예술적 재생의 운동에 초점을 맞추며 구체적인 건축물이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인간의 갈망을 보여준다. 그가 바라보는 문명은 획일적이지 않다.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대상을 바라보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의 생겨나고 무너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문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만 문명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다소 남성적이며 서구 중심적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관점과는 대치되는 점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이 과거에 쓰였다는 시대적 보정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성과 경험에 대한 호소가 처음 빛을 발하던 한 세기 동안에 거둔 성과가 인간 지성에서 하나의 승리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데카르트와 뉴턴의 시대에 살았던 서구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색의 도구로 세상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자신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의 평범한 역사가들을 조사해 보면 유럽 문명이 성과를 출발점으로 삼아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 296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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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 -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누노 마울리데.탄야 트락슬러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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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대부분이 화학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가 내쉬는 공기부터 마시는 물까지 세상은 화학의 영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두 저자는 우리가 먹고 입고 쓰고 생활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일상을 들여다보면 식탁 위에는 화학물질들이 정갈하게 펼쳐져 있고 화학물질로 만든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한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이 흐르고 유독 내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한 이유도 다 화학 때문이다. 갑자기 치솟은 물가 때문에 금사과라고도 일컫는 사과는 실험실에서 만든 화학 성분을 통해 똑같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학이라고 하면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학창 시절 필수 전공과목으로 수업을 들었지만 여전히 화학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화학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보니 의외로 화학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수년 동안 이어진 화학연구는 인류의 삶에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페니실린과 아스피린은 인류 생존에 유익한 역할을 하였고 플라스틱의 발견으로 삶에 편리함이 더해졌다. 물론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화학적 진화 자체만을 생각해 본다면 무척 흥미롭다.


화학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사실 화학이라는 학문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화학연구를 살펴보고 인류가 직면한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화학자의 눈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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