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의 탐구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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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하고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똑똑한 사람은 많아도 그들이 모두 현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혜란 무엇일까.

행복은 좋은 목표이고, 보통 현명해지면 행복도 따라온다. 그러나 현명해진다는 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자리와 그 자리로 가는 방법을 폭넓게 볼 줄 아는 것,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을 아는 것이다.

p. 20

이 책은 지혜로운 어른을 위한 뇌과학을 이야기한다. 인지 노화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 저술가가 만나 지혜의 개념과 나이와 상관없이 현명해지는 법을 제시한다. '지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철학적이라는 인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여겼다. 두 저자는 지혜란 문화적 개념이며 과거와 현재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소 모호한 개념인 지혜를 이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지혜의 공통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친사회적 태도와 행동, 정서적 안정성과 행복감, 결단력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균형, 숙고와 자기이해, 사회적 의사결정과 인생의 실용 지식, 그리고 영성. 여기서 말하는 영성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앙심과는 다르다. 개인이나 사회 보다 더 큰 무엇이 존재한다는 인간의 깊은 믿음이다. 


저자들은 전통적인 지혜의 관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실험과 관찰을 통해 지혜를 원하는 방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뇌의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파악하여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행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는 인간이 지혜를 구성하는 요소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찰하면 자신의 감정, 인식,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성찰이란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하면서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p. 274

관심 있게 본 부분은 3부 <실용적·사회적 지혜를 강화하는 법>이었다. 앞서 설명된 이론이 실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혜의 구성요소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살펴보며 실제로 미국 3개 주의 은퇴자와 노인 생활공동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이 계획한 프로그램에 따른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지혜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지혜를 키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라 여겼던 기존의 생각이 달라졌다. 감사 일기 쓰기, 소설 읽기, 명상 등이 지혜의 구성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다시 한번 독서의 중요성을 되새겨본다. 


인류애가 점점 사라지고 정치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사회적 불신과 불만이 쌓여가는 현대 사회에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강화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모든 구성원을 현명하게 포용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이자 꿈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지혜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뇌가 건강하려면 몸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뇌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원활히 공급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운동은 기분에 즉각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

p. 382



#우리가지혜라고부르는것의비밀 #김영사 #뇌과학 #신경생물학 #심리학 #도서리뷰 #서평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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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사이드미러
여실지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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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난기류에 심하게 흔들리는 A380 비행기.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죽음. 

그 죽음의 이유는 '직장내 괴롭힘'이었다. 

소설은 폐쇄된 공간인 비행기와 엄격한 조직 문화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릴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현실의 그대로 반영한 듯한 이야기 전개는 

노동 현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직장내 괴롭힘은 어디서나 있다. 공개적이냐 은밀하냐의 차이일 뿐.

나 역시 내가 희생자가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낌새조차 느낄 수 없던 괴롭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으니깐.

처음엔 괴롭힘인 줄 몰랐다. 내가 무능한 탓이라 자책하며 더 열심히 매달렸다.

하지만 그 행위가 매년 한 사람에 의해 반복되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허탈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했다.

앞서 희생당한 전임자들이 무능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견딜 수 없는 현실 앞에 죽음을 선택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말로 폭력을 가하는 일들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다.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내뱉은 말은 흉기가 되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지난 기억이 떠올라 숨이 턱턱 막혔다.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직장내 괴롭힘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다.

예측 불가한 난기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객실처럼

직장내 괴롭힘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린다.

사회파 소설가인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섬뜩하고 서늘하게 보여준다.

노동 현장에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실지 작가의 소설을 읽기를 바라본다.

#난기류 #여실지 #텍스티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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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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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은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일을 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난 그런 날. 같은 시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저자가 쓴 이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한 서른 번의 꿈 이야기로 시간과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기초한 꿈들은 우리가 겪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시간을 선택할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논리적으로 보아 과거가 현재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과거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가 미래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현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행동은 저마다 시간 속에서 섬처럼 따로 떠 있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 

P. 48 

다소  몽환적인 소설은 꿈속에서 수많은 시간 보여준다. 순차적으로 시간이 흐르기도 하고 시작이 역행하여 지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이 멈추었다가 다시 흐르기도 하고 갑작스레 기회가 생겨나는 것처럼 계획이 바뀐다. 꿈속 세계에서 시간을 잴 수 없다면 시계로 달력도 약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악몽 같은 세계일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꿈속 세계는 각각의 시간에 따라 다른 삶이 펼쳐진다. 영원히 사는 것과 같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 세계도 있고 곧 종말이 다가오는 것처럼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계도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준 시간은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각자가 결정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불러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의 한가운데에는 가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슬픔이 담긴 그릇이지만 삶을 사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시간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들은 만족스러운 기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한다. 설혹 그 영원이 표본 상자 속에 박제된 나비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P. 75 

이 책을 읽은 순간 내가 있던 곳에서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시간이라는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서정성이 만나 서른 편의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처음부터 물 흐르듯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연속성을 찾을 순 없지만 각 세계마다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다. 나라면 이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많이 사라졌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한참 일을 하고 시계를 봤을 때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났을 때도 있다. 작가는 이렇게 주관적인 시간이라는 소재로 서른 가지 상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아인슈타인의꿈 #앨런라이트먼 #다산북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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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 - 마음의 기초체력을 올리는 진짜 휴식의 기술
김은영 지음 / 심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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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마감을 끝내고 새벽 1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유독 힘겨웠던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이제는 쉴 시간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살면서 '진짜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힘들면 좀 쉬어"라고 관대하게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내가 겪는 스트레스는 어차피 해소될 길이 없다',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라며 힘들어도 버텨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p. 23

정신건강전문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법을 잊었다 말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게에 필요한 건 "진짜 휴식"이며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진짜 휴식이란 뭘까. 지금까지 내가 휴식을 취한 건 가짜 휴식인가. 잘 쉬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것일까. 지금 내 몸이 아픈 건 어쩌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라는 가정이 생겨났다. 


저자는 당장 쉬어야 할 때에 해당하는 증상과 상황을 이야기한다. 만성피로, 심한 감정 기복, 냉소주의와 고립은 지금의 내 모습이다. 매일 같은 일상을 살고 있으면서도 피로감은 풀리지 않고 언제부턴가 세상 모든 것들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고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홀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나쁜 말과 욕설이 난무한다. 이러한 상태를 종합하면 지금이 진짜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진짜 휴식이란 뭘까. 저자는 자기주도적인 삶에서 진짜 휴식을 시작할 수 있으며 생존을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식이 아니며 쉬는 시간에 하는 활동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채워지는지가 중요하다. 생존과 긍정적인 감정, 이 두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회사를 다닐 땐 휴가만 기다렸었다. 일과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간 또한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내 휴가 날짜는 해외 가수의 공연이나 콘서트 날이었다. 여행과 공연을 겸한다는 생각으로 휴가를 떠나지만 시간 별로 계획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여행이 끝난 후 피로감이 더 쌓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단순히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내서 몸이 피곤한 거라 여겼는데 평소보다 3배 이상 움직였으니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는 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법정 공휴일은 물론 명절 연휴에도 쉬어 본 적이 없다. 

놀고 쉬는 능력은 고양된 흥분과 기쁨부터 고요하고 깊은 편안함까지 두루 누릴 수 있는 힘으로, 스트레스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상황에 적응하는 회복력의 강력한 토대가 된다. 마음이 힘들고 지쳤을 때 다른 사람에게 받는 위로와 돌봄도 큰 힘이 된다.

P. 239


우리는 잘 쉬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이는 드물다. 이 책은 휴식을 취해도 자꾸만 지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짜 휴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자기 돌봄을 이야기한다. 규칙적으로 충분히 잘 자기, 건강하게 규칙적으로 잘 먹기, 그리고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을 보듬기. 이 중 단 하나도 하지 못하는 내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살기 위해서 제대로 쉬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지치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 삶이 공허하다 여기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 말하고 싶다. 각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휴식 설계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책이기에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부터 충분히 잘 자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앞으로의 삶에서 만성 피로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나는왜마음놓고쉬지못할까 #김은영 #심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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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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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가의 <내일의 고전> 시리즈 두 번째 책인 「불새」는 종교의 권위와 이에 희생당하는 한 인간의 생명을 이야기한다. 한국의 젊은 사제 바오로는 어린 신도 헬레나의 임신과 죽음을 목격하자 고뇌에 빠져든다. 예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생명과 삶의 존엄성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준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 바오로 신부는 성배가 있다는 스페인 발렌시아 성당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했을 때 스페인은 정치와 종교가 대립하는 상황이었고 성배는 도난당했으며 테러가 일어난다. 작가는 성배를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다. 피신한 수녀들의 아침 기도, 최후 투쟁의 순간, 순교 직전 손에 쥔 성배, 그리스도의 죽음을 보며 그 순간 사람들의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 마주한 신종원 작가의 소설은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장대한 이야기의 끝에 어떤 결말과 진실이 있는지 궁금했다. 낯선 종교적 공간적 시대적 배경에서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부활과 생명에 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어야 할 종교가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그 잔혹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수녀원에서 자행된 죽음은 끔찍하다. 축복받아야 할 생명으로 인해 죽음을 재촉당하는 행태가 처참하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 납득할 필요조차 없는 죽음, 살려달라 외치는 가냘픈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만 같다. 


시대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낸 성배의 모양은 다르다. 그렇다면 성배는 실체일까 전언일까. 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다시 읽어도 쉽지 않은 소설이다.


너는 고함칠 것이다. '정신 차리시오, 요안나! 주님 안에서 영생을 얻을진대, 죽음 따위가 그리 두려우시오?' 그리고 너는 이 행동을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p. 201


#불새 #신종원 #소전서가 #내일의고전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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