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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ㅣ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평점 :

소전서가의 <내일의 고전> 시리즈 두 번째 책인 「불새」는 종교의 권위와 이에 희생당하는 한 인간의 생명을 이야기한다. 한국의 젊은 사제 바오로는 어린 신도 헬레나의 임신과 죽음을 목격하자 고뇌에 빠져든다. 예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생명과 삶의 존엄성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준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 바오로 신부는 성배가 있다는 스페인 발렌시아 성당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했을 때 스페인은 정치와 종교가 대립하는 상황이었고 성배는 도난당했으며 테러가 일어난다. 작가는 성배를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다. 피신한 수녀들의 아침 기도, 최후 투쟁의 순간, 순교 직전 손에 쥔 성배, 그리스도의 죽음을 보며 그 순간 사람들의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 마주한 신종원 작가의 소설은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장대한 이야기의 끝에 어떤 결말과 진실이 있는지 궁금했다. 낯선 종교적 공간적 시대적 배경에서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부활과 생명에 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어야 할 종교가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그 잔혹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수녀원에서 자행된 죽음은 끔찍하다. 축복받아야 할 생명으로 인해 죽음을 재촉당하는 행태가 처참하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 납득할 필요조차 없는 죽음, 살려달라 외치는 가냘픈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만 같다.
시대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낸 성배의 모양은 다르다. 그렇다면 성배는 실체일까 전언일까. 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다시 읽어도 쉽지 않은 소설이다.
너는 고함칠 것이다. '정신 차리시오, 요안나! 주님 안에서 영생을 얻을진대, 죽음 따위가 그리 두려우시오?' 그리고 너는 이 행동을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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