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순간 내가 있던 곳에서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시간이라는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서정성이 만나 서른 편의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처음부터 물 흐르듯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연속성을 찾을 순 없지만 각 세계마다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다. 나라면 이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많이 사라졌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한참 일을 하고 시계를 봤을 때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났을 때도 있다. 작가는 이렇게 주관적인 시간이라는 소재로 서른 가지 상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