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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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은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일을 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난 그런 날. 같은 시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저자가 쓴 이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한 서른 번의 꿈 이야기로 시간과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기초한 꿈들은 우리가 겪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시간을 선택할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논리적으로 보아 과거가 현재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과거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가 미래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현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행동은 저마다 시간 속에서 섬처럼 따로 떠 있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 

P. 48 

다소  몽환적인 소설은 꿈속에서 수많은 시간 보여준다. 순차적으로 시간이 흐르기도 하고 시작이 역행하여 지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이 멈추었다가 다시 흐르기도 하고 갑작스레 기회가 생겨나는 것처럼 계획이 바뀐다. 꿈속 세계에서 시간을 잴 수 없다면 시계로 달력도 약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악몽 같은 세계일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꿈속 세계는 각각의 시간에 따라 다른 삶이 펼쳐진다. 영원히 사는 것과 같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 세계도 있고 곧 종말이 다가오는 것처럼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계도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준 시간은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각자가 결정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불러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의 한가운데에는 가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슬픔이 담긴 그릇이지만 삶을 사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시간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들은 만족스러운 기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한다. 설혹 그 영원이 표본 상자 속에 박제된 나비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P. 75 

이 책을 읽은 순간 내가 있던 곳에서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시간이라는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서정성이 만나 서른 편의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처음부터 물 흐르듯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연속성을 찾을 순 없지만 각 세계마다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다. 나라면 이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많이 사라졌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한참 일을 하고 시계를 봤을 때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났을 때도 있다. 작가는 이렇게 주관적인 시간이라는 소재로 서른 가지 상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나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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