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다 이룰 수 없는 어른의 인생을 위한 수용전념 심리학
이두형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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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완벽한 삶을 살거라 생각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와 해질녘에 여의도 공원에 앉아 커다란 빌딩들을 보며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실제 어른이 되어 만난 세상은 전쟁터였다.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성과주의에 허덕이던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부정적 마음과 불안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도망쳤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 삶에서 갈등과 고통이 완벽하게 제거될 수 없다고 말하며 불편한 감정이나 느낌을 없애기보다 포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내가 힘든 건 잘못 살아온 탓이 아니라는 점을 설파하며 다 이룰 수 없는 어른의 인생을 위한 '수용전념' 심리학을 전해준다. 

수용전념치료(ACT)는 삶의 불완전성, 인간의 심리적인 고통이 만연하다는 사실과 그러한 고통을 경감하려는 시도만으로는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한다는 한계로부터 시작되었다.

p.19

저자가 말하는 수용전념 심리학에는 여섯 가지 기둥이 있다. 첫째 지난날을 안아주며 아픔을 다르게 보기, 둘째 언어의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셋째 지금 이 순간 관찰하고 보살피기, 넷째 과거 현재 미래의 나를 느껴보기, 다섯째 충동과 쾌락의 뒷모습 들여다보기, 여섯째 뒤엉킨 불행과 행복을 기꺼이 마주하기.


이러한 여섯 가지 기둥을 통해 우리는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환자 사례를 통해 마음의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조언을 건넨다. 특히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소한 일에 고민만 하는 나에게 3장의 이야기는 귀가 쫑긋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기억해둔다. 


사실 수용전념이라는 개념을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다. 자꾸만 실수한 것만 떠오르고 자책만 늘어간다. 심리학을 다룬 책이라 여기고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저자가 제시한 제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떠한 고민과 고통이 있더라고, 어차피 먹어야 할 저녁식사 메뉴를 고심해서 고르고, 먹을 때 그 맛을 온전히 느껴보자." 지나간 일을 되씹고 고민해 봤자 이미 벌어진 일인데 뭐..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래 쓸데없는 고민에 우울의 늪에 빠지느니 맛있는 저녁을 고민해 보자.


지금의 내 삶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심지어 내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거창한 행복과 성공이 아닌 소소한 기쁨을 떠올려본다. 이렇게 꾸준히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성공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조금 더 나를 믿고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삶이 힘겨운 모든 어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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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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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의학과 경제학, 다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학문의 만남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두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의료현장을 주목했다.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우리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면서 의료현장의 문제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더 잘 걸리고 마라톤이 열리는 곳에 살고 있다면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며 의사의 정치적 성향에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호기심 많다고 생각했던 나도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자연실험' 방법을 통해 조사하고 분석한 저자들의 머릿속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9장이다. 학창 시절 의학드라마 <ER>을 보며 의사들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기에 TV 속 의사들의 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화면 속 의사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미시간 의대 교수는 드라마 속 의사들과 현실 속 의사들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이를 연구하여 의학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라 각자에게 좋은 의사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생년월일과 교통체증처럼 개인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상상외로 우리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우연이 한 사람의 생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이기에 단순히 보고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들의 실험 결과는 개인과 공동체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의료현장의 교란인자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경제학과 의학의 만남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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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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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일 하고 갖고 싶은 거 가질 수 있는 삶,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제목부터 공감이 간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고 보니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처럼 신나고 자극적인 걸 찾지도 않고 슬픔과 아픔이라는 감정에도 익숙해졌다. 세상이 마냥 꽃밭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무심해 보이는 위로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열심히 살수록 피로감만 쌓여가는 현실에서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첫 번째 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최근에 에세이는 잘 읽지 않았다. 너무 좋은 말만 있고 너무 희망찬 문장으로 가득한 책들을 보면 답답했다.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한없이 다정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태수 작가의 글은 달랐다. 문장이 이어질수록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이라는 감정이 무뎌지는 것 같았다. 사실 살면서 거창한 행복을 바랐던 적도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 무탈하게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 딱 그 정도의 행복을 기대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았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웃음이 넘치진 않지만 울음이 넘치지도 않는 그런 조용한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이젠 나도 평범한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내는 거,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의 진가를 이젠 알 것만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희생은 아름답지만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우린 참고 억누르는 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라 배워왔지만, 사실 아무도 자신의 자식마저 그런 인생을 살길 바라지는 않는다. 어른이란 자신을 가장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선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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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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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에는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이 들어있다. 그 순간들에 공감하고 나를 대입해 보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철학과 미술, 그리고 문학이 만나 만들어낸 이야기는 지금의 나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크게 보라보며 함께 바라보는 것들을 통해 진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그림 속에서 떠올린 키워드를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렵고 이론적인 철학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스며들어온 철학이라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멋있게 나이 드는 일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같이 세상을 먼저 살아온 선배의 따스한 조언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철학에 미술이 더해져 여성의 삶과 자기 안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책의 시작은 여성의 삶에서 다시 바라봐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근육, 마녀, 거울. 연관성을 찾기 힘든 세 단어는 남에게 보이는 삶이 아닌 나를 찾는 주체적인 삶을 당부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요즘, 보티첼리의 그림 속 비너스의 복근이 새삼 다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느끼는 감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신없이 긴장 속에 살던 시간들이 정리되고 나니 지금의 평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는 재미와 신선한 자극을 향한 갈망이 커져만 갔다. 저자는 사소함과 익숙함, 하찮음이 결코 사소하고 하찮지 않다고 말한다. 익숙함이 더해지면 안정감이 되고 사소함이 겹쳐지면 단단함이 된다는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냈다는 안도감을 바라던 적이 있었는데 막상 그런 날이 반복되고 있으니 소소한 일상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저자는 그림 속 요소들을 살펴보며 익숙함 속에서 낯설고 새로운 감각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준다. 사소한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지낼 수 있기를...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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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잡힌다! - 10초로 끝나는 셀프 신경계 스트레칭
가네코 다다시 지음, 문혜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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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통증이 생겨났다. 다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생겨난 통증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40대가 된 지금도 종종 통증에 시달린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해야 하기에 직업병의 일종이라 여겼고 한 달에 한두 번 도수 치료와 매주 한의원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 지긋지긋한 만성통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스트레칭 트레이너이자 물리치료사인 저자는 병원에서 고치지 못한 오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은 안겨주었다. 바로 스트레칭을 통해 통증을 잡는 것으로 간단한 신경계 스트레칭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장점은 읽으면서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도록 사진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눈으로 읽는 것과 몸소 체험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세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트레칭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큐알코드를 삽입하여 눈으로 읽은 내용을 실제 화면에서 보며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이 책에서는 실제 사례자들의 경험과 사진으로 스트레칭의 효과를 입증하고 간단한 의학적 설명을 곁들여 통증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려준다. 내가 병원을 다니면서도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통증이 일어나는 원인을 안다면 치료 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텐데 단순히 근육통이라는 의사의 설명만으로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통증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저자가 말하는 신경계 스트레칭은 짧은 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면서 오래 지속되어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으로 귀부터 시작하여 목, 어깨, 허리, 엉덩이, 무릎, 발목 발바닥과 손가락까지 전신의 압박되어 눌린 신경을 찾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코로 숨을 마시고 입으로 숨을 내쉬는 과정을 통해 신경의 긴장을 푸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제 통증에서 해방될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다. <통증이 잡힌다!>는 한 번만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평생 옆에 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보면 좋은 책이다. 아는 만큼 건강한 삶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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