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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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막막하지 않았던 것은 엄마 덕분이다. 엄마가 나의 빛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태양이다. 글자 그대로, 엄마는 넓고 넓은 땅을 따사롭게 비추는 태양이다.

p. 7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소녀 토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토와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고 사랑이었으며 유일한 보호자였다.

아빠는 매주 한 번 집 앞에 생필품을 두고 갔고 아빠가 다녀 간 날이면

그날이 수요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토와는 언제까지나

엄마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두 모녀가 생계를 이어나가려면

엄마는 돈을 벌어야 했고 일을 하러 나갈 때면 토와의 입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사탕을

넣어주고 외출을 했다. 그래도 토와가 잠에서 깨어나면 달콤한 팬케이크 냄새에 엄마가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토와의 열 살 생일을 맞아 엄마는 토와와 사진을 찍으러 함께 외출을 하기로 했다.

바깥세상으로 처음 나가는 토와는 모든 소리가 두려웠다. 엄마에게 꼭 매달려 한없이 울음을 터트리며 사진관에 도착했지만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한 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토와는 홀로 외로움과 굶주림을 견디며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토와는 결심한다.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세상으로 한 발짝 나가보기로. 신발조차 없던 그녀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여기서부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아담한 이층집에 살고 있는

소녀와 엄마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없이 평화롭고 소소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토와는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틀어진 사랑으로 학대받고 방치되어 가엽게만 느껴졌던 삶을 살아야만 했던 어린 소녀가

평범한 일상을 찾고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슬픈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이십 년이 지나 서른 살이 되어 다시 사진관을 찾아가서 열 살 생일의 기억이 그렇게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셔터를 누르는 순간 활짝 웃음을 띤 어린 딸과

그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옆얼굴이 사진에 담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엄마의 마음도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그렇게 토와는 토와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갔다. 내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인생의 새로운 문은 지금 막 열린 참이다.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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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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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오는 책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역사 과제를 위해 난생처음 간 도서관의

청소년 열람실에서 책꽂이 뒤에 숨겨져 있던 먼지로 뒤덮인 책을 한 권 발견한다.

짙은 파란색 표지에 금박으로 <파란 책>이라고 쓰여 있는 책.

도서관 사서인 옥스퍼드조차 처음 본 책이었다.

알 수 없는 끌림에 레오는 이 책을 빌리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서 맨 첫 장을

펼치며 다섯 페이지를 버티면 성공이라 생각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멈출 수가 없었다.

레오의 이야기와 소설 속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구성된 모험 소설이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어린 소년이 책 속 세계로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평범한 모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소년이 읽던 책의 내용이 어느 순간 바뀌게 되자 숨겨진 미스터리가 궁금해졌다.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부터 중세 십자군 원정까지 흥미로운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고대 유적과 유물을 소재로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잠시나마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준다. 주인공의 의지대로 믿을 수 있는 주변 친구들을

책 속에 등장시켜 위험에 처한 <파란 책> 속 주인공인 폴츠를 돕는 설정은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해 준다.

무사히 친구들을 책 속에서 꺼내고 과제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결말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레오와 같은 기묘한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책과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에 빠져 순수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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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
카트린 파시히.알렉스 숄츠 지음, 장윤경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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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린 시절에 본 영화 <백 투 더퓨처>가 생각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괴상한 발명가가 개조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는

지극히 영화적 상상력을 그린 영화다.

그와 비슷하게 이 책에서도 빅뱅부터 20세기 유럽 현대사까지 과거의 한순간으로 안내해 준다. 읽으면서 실제 여행객이 된 듯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과거 세계사 중에서 알아야 할 큼직한 사건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역사서를 여행 가이드 형식으로 풀어쓴 점에서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방대한 과거의 다양한 사건들을 마치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지금은 잊혀진 이름인 동독을 소개하면서 당시의 시대상과 배경을 유쾌하게 소개하고

우주 대폭발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1억 년 전으로 떠날 것을 권한다.

중세 유럽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천연두와 흑사병이 유행한 시기를

피해서 여행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또한 실제 여행 가이드처럼 여행객이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일반적인 조언을 담고 있어 오랜 시간 축적된 세계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갑자기 막혀버린 여행길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라면 참신한 여행 가이드를 통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역사 속 사건이나

공간, 시간 등은 재치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끝까지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행자가 과거에 두고 온 물건은 미래의 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니

각자가 가져간 소지품은 반드시 챙겨와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취향대로 떠나는 테마 여행부터 시간 여행자를 위한 필수 여행 정보까지 알뜰하게

담고 있는 이 책과 함께라면 곧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리며

이 시기를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진짜 세계는 이 책에서 그려진 모습과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세상이 우리가 상상한 대로 흘러간다면, 이 책은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는 미래에 상당한 도우미가 될 것이다.

p.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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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아이들 - 인기 웹드라마 〈은비적각락〉 원작소설
쯔진천 지음, 서성애 옮김 / 리플레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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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우연히 세 명의 십대 아이들이 목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부터 범행과 범인을 드러낸 다음 상상을 초월한 아이들의

일탈과 어른들의 밀고 당기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다.

9명의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각기 다른 사건들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주인공 '주자오양'은 어느날 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산에서 놀던 아이들은 우연히 한 남자의 살인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의 행동은 소름 끼치게 한다.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두 아이는 생계를 위해 이 남자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집념 때문이라지만

일십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무섭다.

하지만 단순히 소설 속 설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미 현실에서는 십대들이 이보다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깐.

주자오양은 자신이 연관된 살인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평소 성실했던 모범생의 모습을 무기로 치밀하게 범죄를 은폐한다.

시작은 우발적이었지만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만드는 모습이 오싹하다.

어른들은 착한 심성을 가진 순진한 어린 아이에게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혼하고 양육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꼬여내어 결혼한

여자와 그의 딸은 어린 소년에게 모욕을 주고 경제적 지원마저 끊게 만든다.

이 아이를 혈육의 정마저 짓밟게 만들도록 궁지로 몰아넣은 건 어른들이다.

하지만 아이의 가슴 속에 증오의 씨앗을 뿌린 건 어른들이니 뿌린 대로 거둬들였다고

통쾌하게 여겨야 할까. 복수심과 도덕적 양심 사이에서 두 생각이 끊이없이 충돌한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범죄 이야기다.

곧 개학이다. 모든 것이 새롭겠지. 나도, 푸푸와 하오쯔도.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p.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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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맵 - 에너지·기후·지정학이 바꾸는 새로운 패권 지도
대니얼 예긴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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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와 기술 발전, 기후 변화 등을 이해하고 미래의 일자리와 돈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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