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소녀 토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토와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고 사랑이었으며 유일한 보호자였다.
아빠는 매주 한 번 집 앞에 생필품을 두고 갔고 아빠가 다녀 간 날이면
그날이 수요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토와는 언제까지나
엄마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두 모녀가 생계를 이어나가려면
엄마는 돈을 벌어야 했고 일을 하러 나갈 때면 토와의 입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사탕을
넣어주고 외출을 했다. 그래도 토와가 잠에서 깨어나면 달콤한 팬케이크 냄새에 엄마가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토와의 열 살 생일을 맞아 엄마는 토와와 사진을 찍으러 함께 외출을 하기로 했다.
바깥세상으로 처음 나가는 토와는 모든 소리가 두려웠다. 엄마에게 꼭 매달려 한없이 울음을 터트리며 사진관에 도착했지만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겨우 한 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토와는 홀로 외로움과 굶주림을 견디며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토와는 결심한다.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세상으로 한 발짝 나가보기로. 신발조차 없던 그녀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여기서부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아담한 이층집에 살고 있는
소녀와 엄마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없이 평화롭고 소소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토와는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틀어진 사랑으로 학대받고 방치되어 가엽게만 느껴졌던 삶을 살아야만 했던 어린 소녀가
평범한 일상을 찾고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슬픈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이십 년이 지나 서른 살이 되어 다시 사진관을 찾아가서 열 살 생일의 기억이 그렇게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셔터를 누르는 순간 활짝 웃음을 띤 어린 딸과
그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옆얼굴이 사진에 담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엄마의 마음도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그렇게 토와는 토와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갔다. 내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