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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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소설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한 제목이 있을까.

소설은 권태에 빠진 의사 엘렌이 옛 애인과 만나 벌이는 불륜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이웃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표지 그림 덕분에 소설을 읽을수록 머릿속에서는 다이내믹한 상상이 펼쳐진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 때문에 처음에는 내용에 쉽게 빠져들지 못했지만

가끔은 비뚤어지고 싶고 못마땅한 사람을 속으로 질겅질겅 씹고 싶은 그 순간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씩 캐릭터들이 이해되었다.

저자는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천사와 악마를 그려내면서 소설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고 어떤 모습이든 모두 자신의 일부일 뿐이라고 표현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 마음은 병은 이제 흔한 증상이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은 마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마음의 병을 가진 괴상한 이웃들을 마주해야 하는 엘렌의 삶이 아주 조금은

측은하게 여겨졌고 그녀의 일탈이 다소 이해되었다.

소설 속 엘렌을 마주하면서 묘하게 나와 닮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특히 회사를 다니던 시절,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욕설을 내뱉을 때가 있었고 주인공처럼 건강에 좋은 것만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자극이 강한 탄산음료를 즐겨 마셨다. 그래야 답답한 회사 생활에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깐.

엘렌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에게 필요한 건 애정과 관심이 아닐까.

어떻게든 살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들에게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웃들에게 엘렌은 꼭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조금은 정신없지만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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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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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뇌 과학에 대한 모든 역사가 담긴 책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다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 책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걸렸다.

뇌와 관련하여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수많은 발견들과

미래에 직면하게 되는 문제점까지 수백 년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당시 학자들의 치열하고 기발한 연구를 살펴보며 복잡한 뇌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 준다.

뇌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고대 철학자들은 심장을 생명의 핵심 요소라 주장했다.

이러한 심장 중심 관점은 중세로 넘어오면서 심장보다 훨씬 복잡한 뇌의 특성으로 인해

점차 뇌가 우리 몸의 핵심 기관임을 인식하면서 뇌 중심 과정으로 변하게 된다.

저자는 수많은 실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뇌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소개한다.

과학이 발전하기까지 진행된 여러 충격적이고 끔찍한 실험을 확인했고

'뇌'라는 기관을 알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여 지식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기억 메커니즘부터 인위적으로 의식을 조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까지 이야기한다.

여전히 뇌는 미지의 세계다.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까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탐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것처럼 언젠가 우리 뇌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구성하는 세포의 수가 수백억 개이고 마음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한 능력을 갖춘 인간의 뇌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학은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결국은 이루어내고야 말 것이다.

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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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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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9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 여름밤.

조용하던 마을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학교의 인기인이었던 열다섯 살의 린디가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마을의 남성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주인공은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린디와 함께 놀고 그녀를 짝사랑하게 된 주인공은

성장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과 집착을 키우게 된다.

그러한 마음은 린디의 삶을 망가뜨린 그날의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영웅심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행동은 그건 사건이 일어난 밤 말하지 못한 기억이 죄책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린디에게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고 싶은 기억일지 모른다.

주인공이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린디가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

린디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범인을 잡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 사건을 지우는 것일까.

주인공의 행동은 진심으로 짝사랑하는 그녀를 위한 선의의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이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양심의 구원을 받으려는

자기만족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은 이 사건은 고통의 당사자가 감내할 일이며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권리 역시린디의 몫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주인공은 소년에서 성인이 되고 과거의 기억을 고백하며 타인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이 또 다른 폭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1989년 여름은 10대 소년과 소녀에게 잔인한 날이었다.

16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남자와 여자는 이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표정에서 과거 함께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부끄러운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느낀다.

나는 그대로 차창에 고개를 박은 채 한참 전부터 솟구치기 시작한 눈물에 흐려지는 눈앞만 바라보았다. 린디가, 그 애의 갈기갈기 찢긴 심장이, 내 자기 기만이, 내 부모님이,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를 증언했다.

p.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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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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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집이라니... 작가의 일상은 어떨지 솔직히 궁금했다.

내가 마주한 그녀의 일상은 묵직했고 냉소적이었으며 다정했다.

다소 복잡한 생각거리를 여과 없이 던져 주었다.

현재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 세상에서 그녀 역시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고 있고

천둥소리조차 숨죽이게 만드는 파주의 일상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책을 어른이 되어 드라마로 보게 되었을 때 지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학대당한 아이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에

잔인한 현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으며

파도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내게 있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상기시켰다.

독서와 산보를 즐긴다는 그녀의 말에 게을러진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종이책을 즐기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반가웠다.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비록 누군가의 사사로운 기록이지만

글에 담긴 묵직함이 참 좋았다.

또한 마음을 담아 건강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인사에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소소한 일상을 탐구하며 닮은 듯 다른 삶을 사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이토록 오래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왜 나는 자꾸만 닮은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의 안녕을 바라는 일상의 기록들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세월호를 대하는 그녀의 진심과 꾸준함을 느낄 수 있었고

어린 조카가 써 놓은 의문의 이름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정겨웠다.

그녀의 다정한 안부 인사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책이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도 부쩍 줄어든 시기에 책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이책을 즐기고 싶다.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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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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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특히 소비 부분에 있어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기적으로 외부 일정을 잡았다.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탓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바깥 활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외출을 꺼리게 되면서

모든 활동은 온라인으로 한정되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이

길어지자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열망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런 내 열망을 충족시켜준 책이다.

공간 디렉터인 저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내의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소개한다.

이렇게 멋진 오프라인 공간을 사진으로나마 보게 되니 눈이 즐거웠고

직접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삶에 대한 활력소가 생겼다.


이 책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소비자가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다양한

70여 곳의 공간이 등장한다. 내가 찾는 공간도 그런 곳이다.

단지 SNS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을 방문한 순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고

오롯이 나를 위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잠시나마 조용히 특별함을 누릴 수 있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저자는 공항이나 기차역을 테마로 꾸민 카페,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매장,

동네 상권을 부활시킨 동네 서점, 숲속 한가운데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복합문화공간까지 매일을 새롭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공간적 팁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이제 곧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방역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온라인이 잠식한 소비 시장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보다 외부 활동이 자유롭게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공간들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이 모이고 '사람'들의 교류로 인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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