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 여름밤.
조용하던 마을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학교의 인기인이었던 열다섯 살의 린디가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마을의 남성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주인공은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린디와 함께 놀고 그녀를 짝사랑하게 된 주인공은
성장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과 집착을 키우게 된다.
그러한 마음은 린디의 삶을 망가뜨린 그날의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영웅심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행동은 그건 사건이 일어난 밤 말하지 못한 기억이 죄책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린디에게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고 싶은 기억일지 모른다.
주인공이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린디가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
린디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범인을 잡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 사건을 지우는 것일까.
주인공의 행동은 진심으로 짝사랑하는 그녀를 위한 선의의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이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양심의 구원을 받으려는
자기만족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은 이 사건은 고통의 당사자가 감내할 일이며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권리 역시린디의 몫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주인공은 소년에서 성인이 되고 과거의 기억을 고백하며 타인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이 또 다른 폭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1989년 여름은 10대 소년과 소녀에게 잔인한 날이었다.
16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남자와 여자는 이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표정에서 과거 함께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부끄러운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