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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자신이 늙기를 기다린 사람이 있을까.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작가인 저자는 노년이란 인생에서 가장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내가 나이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내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이고 나는 결코 늙지 않을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마음은 청춘일지라도 신체적 노화는 순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노년을 새로운 가능성과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여든 살을 앞둔 저자가 100세까지 살다 떠난 어머니를 간병했던 시간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나이든 사람, 특히 나이든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에 대해 성찰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월에 흐름에 따라 깊어진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연을 산책하며 삶을 되돌아본다. 자연 안에서 그녀가 건네는 삶의 지혜는 내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풍경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더라.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한참 동안이나 계절의 흐름 조차 잊고 지냈다.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온 몸에 가시를 두르고 있었다. 매사에 예민하고 날카롭고 늘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인지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나이듦을 받아들이게 되면서가 아닐까라고 추측해 본다.
저자는 노년은 낯선 세계가 아니라 친숙한 세계가 확장되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젊은 시절의 감정과 경험이 간직한채 나이가 들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비록 흰 머리가 늘어나고 노안으로 불편할 때도 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만큼 지금의 내가 좋다. 10년, 20년 후에도 그 순간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나이듦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노년기의 진정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슬픔의 힘을 안다는 거다. 심하게 흐느끼고 나서 이제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이웃의 무심한 말 한마디와 뉴스 캐스터의 멘트 하나, 길 가다 스쳐 가는 향수의 향, 눈에 들어오는 특정 꽃, 특정 장소에 대한 언급 등 그 무엇이 갑자기 우릴 뒤흔들고 또다시 눈물과 그리움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슬픔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알고 또 슬픔이 강력할 거라 예상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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