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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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약에 빠져 사는 엄마 '스타'를 대신해 어린 동생 '로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 자신을 무법자라 칭하며 나이보다 성숙해버린 열세 살 소녀 '더치스'. 세 사람이 살고 있는 한적한 해안가 도시는 30년 전 엄마의 동생인 '시시'를 죽이고 교도소에 수감된 '빈센트 킹'이 출소해 돌아온 후 다시 한번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더치스가 동생 생일 선물을 사러 간 사이 엄마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엄마가 일하던 클럽의 주인인 다크와 돌아온 빈센트다. 엄마의 친구이자 빈센트의 친구인 헤이븐의 경찰서장인 '워크'는 체포된 빈센트의 무죄를 주장하며 엄마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엄마를 죽인 범인은 동생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다. 



최근 읽은 범죄소설 중 가장 여운이 길게 남은 소설이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소녀가 집안의 가장처럼 동생을 돌보고 엄마를 지키려 가시를 가득 세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소녀의 마음속에 가득한 분노와 적개심은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무기일 것이다. 찬란해야 할 소녀의 삶이 엄마의 죽음으로 삭막해지고 복수심으로 가득할 때 과연 이 아이에게 미래가 있을까라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먼 도시에 있는 할아버지와 농장에서 함께 하는 삶이 이어지면서 소녀의 삶에 따스한 온정이 깃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더 이상의 슬픔과 고통이 없기를 바랐지만 유일하게 남은 보호자였던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남은 아이들의 삶에 마음이 아려왔다. 석연치 않게 체포된 빈센트가 원망스러웠고 워크가 빨리 진범을 찾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의 진상을 알게 되었을 땐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든 인물들의 운명이 이토록 잔혹하게 얽혀 있을 줄이야.. 30년 전 사고로 죽은 시시도, 의도치 않은 사고를 내고 수감된 빈센트도, 홀로 두 아이를 키웠던 스타도,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더치스도, 그날의 기억을 잃어버린 로빈도,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던 할아버지도 모두 안타까웠다. 이 묵직한 진실이 동생을 위해 무법자가 되어야만 했던 더치스의 잔혹하고 비루한 인생에 희망의 불씨를 던졌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오래도록 비워두었던 가계도를 완성하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는 더치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복수심과 증오로 가득했던 소녀의 마음속에 그리움과 용서,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라본다. 

그날 밤 소녀는 누워서 그때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떠올리고, 자기가 무엇을 배웠는지 또 무엇을 잊어버릴지 생각했다. 소녀는 그 동안 기다리고, 치유하고, 다시 충분히 강해지고 있었다.

p.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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