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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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올리비아 랭의 여정은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독이라는 감정은 내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단어가 주는 묘한 분위기를 동경하여 스스로를 그러한 분위기에 고립시킨다. 그리고 고립된 자아를 깨우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올리비아 랭은 뉴욕의 예술가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독을 따라가며 홀로 설 수 있는 담담함과 서로에게 다정한 연대의 가능성을 찾았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그런 배고품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신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창피하고 경계심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기분이 밖으로도 드러나, 고독한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 더 소외된다.

p. 25-26

연인을 따라 뉴욕에 도착했지만 사랑이 사라진 뒤 그녀는 도시 자체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서 발견한다. 고독을 대도시로 표현한 호퍼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서 외로움에 상처받은 마음을 예술 작품으로 위로받으려 하는 몸부림을 잘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은 오래전 홀로 뉴욕 거리를 거닐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한 처지를 가리기 위해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언어의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은 불안과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안면홍조나 공황 상태 같은 신체적 문제로 번진다. 소통마저 문제가 생기자 되자 그녀는 앤디 워홀에게 끌리게 된다. 외로워지기 전까지는 워홀을 무시했지만 다름에서 오는 고독, 호감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독은 그의 매혹적인 팝아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오래전 기억 속에서 나는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뉴욕 거리 한가운데에 멈춰 있어야만 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웠다. 그때 내가 찾은 곳이 뉴욕 현대미술관 MoMA였다. 그곳에서 현대미술을 처음 만났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나를 과거로 데려가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한다. 올리비아 랭은 고독한 도시 속에서 예술가들을 생애와 작품을 파고들며 고독에 대해 물어본다. 고독을 끌어안고 고독에 저항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에 자극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외로운 도시에서의 그녀의 삶과 경험은 연대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고독이 반드시 누구를 만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두 가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을 친구로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것, 또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우리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스티그마와 배제라는 더 큰 힘을 낳은 결과임을, 그래서 저항할 수 있고 저항해야 하는 대상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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