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해더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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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예전엔 재즈 음악이 흘렀지만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어릴 땐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클래식이 어른이 된 지금은 위로가 되어 준다. 대부분의 클래식은 한 번쯤 들어본 음악이다. 제목이 궁금해서 찾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클래식 일타 강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서양 음악사의 은밀한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베토벤이 사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부검을 받았다던가, 쇼팽이 폐결핵으로 격리 생활을 했다던가, 라흐마니노프가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져야 했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과 음색과 색채를 매칭한 화가 칸딘스키, 클래식 감상을 위한 박수 에티켓과 유럽의 공연장까지 클래식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들려준다.

책 곳곳에 소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큐알 코드까지 함께 실어 클래식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즐거웠다. 또한 음악과 어우러지는 영화까지 소개하고 있어 클래식의 무한한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평소 듣던 클래식 음악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싶거나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이야기가 풍부하다.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고 클래식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안정감을 준다고 표현하면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이 인류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p. 168

혹시 지금 누군가를 간절히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아 시간만 보내고 계신 건 아닌가요? 그때마다 로지나의 아리아를 들어보세요. 그녀의 용기에서 비롯된 사랑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p.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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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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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다.

저자는 금서로 지정되었거나 현재까지 금서인 책들을 소개하며

책과 저자의 삶을 어떻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얇은 티저북에 소개된 책들만 봐도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역사는 상상보다 더 잔인하고 리얼하다.

감추고 싶은 사실을 금서라는 틀에 가두어 사람들의 눈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이들에게

반기를 들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에도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충동이 생겨났다.

읽을 수 없으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동조자」, 「최후의 유혹」 …

읽을 책이 또 생겼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흥분감을 느낀다.

#나쁜책 #김유태 #금서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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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이광표 지음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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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명작으로 인정받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명작에 열광할까. '명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끊임없는 질문이 생겨났다. 저자는 이러한 명작의 탄생에 대해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1900년대 초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주최 측은 전시를 거부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고 개최된 마르셀 뒤샹의 특별전에는 이 변기를 보기 위해 2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때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 된 이유는 뭘까.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100년 후 희대의 명작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평범한 그림도 새삼 달리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명작은 '모나리자'와 같은 그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된 국새와 어보, 20세기 슬픈 근대사를 담은 손기정 선수의 표정, 지폐 속에 그려진 병약한 퇴계의 얼굴, 노동의 의미를 예술로 승화시킨 거대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있는 명작들을 이야기한다. 명작이라고 하면 그림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러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려준다.

예술을 둘러싼 풍성한 이야기는 작품을 넘어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예술품이 전부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작은 소비하는 과정과 시대상이 맞물려 탄생한다. 수많은 갈등과 논란을 겪고 지난한 세월이 지난 후 명작으로 태어난 예술 작품들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한 세기를 넘고 1500년의 세월이 지나고도 사람들의 사로잡는 명작의 보며 텅 빈 마음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명작의 탄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명작에 대한 탐구와 논의는 수용과 소비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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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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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날씨가 달라지듯 내 마음속의 날씨도 매일 다르다. 가끔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달라지는 마음의 날씨에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가질 때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해가 드는 날이 있으면 구름이 끼는 날도 있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 있으면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치기 어린 시절엔 날씨마저 이겨내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상처도 받고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치가 제법 쌓이다 보니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과부하와 무기력이 오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날씨를 찾아주는 생각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상의 순간에 철학적 위로를 건네며 삶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여행과 동물, 인공지능과 염세주의, 예술과 죽음 등 삶의 다양한 순간을 소재로 하여 당연한 듯 잊고 있던 삶을 상기시킨다.

익숙한 소재지만 그의 글은 결코 쉽지 않다.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 보기도 하고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에는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기도 했다. 엄청난 일더미에 파묻혀 '과부하'라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던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며 생각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다 여기지만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삶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삶이라고 해야 할까. 익숙한 개념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예술을 바라보며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하고 있던 일도 끝났다. 끝났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을 읽으면 마주한 저자의 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의 날씨가 한결 화창해진 기분을 느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p. 22

과거란 먼지 쓴 유물처럼 사망한 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함을 통해 현재에 반복된다. 과거를 다시 시작하는 일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오늘을 위한 역사를 만든다.

p. 41

과거의 한순간은 '현재'를 빛나게 하고 현재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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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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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페이지의 벽돌책을 읽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수많은 추천사에서 훌륭한 소설이라는 극찬이 이어지는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도 사악한 책이라 말할 정도로 엄청난 분량과 고래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특히 「모비 딕」의 첫 문장, "Call me Ishmael."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첫 문장으로 꼽힐 만큼 유명한 데, 이 문장을 어떻게 번역하느냐 또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소설의 화자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단순한 문장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번역가의 혼이 담겼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한 표현은 이 책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켰으며 기꺼이 거대한 고래와의 싸움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사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포경선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해브가 과거 흰 향유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 난 후 모비 딕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으로 추적에 나선다는 이야기이다. 이 과정을 초보 선원 이슈메일이 전지적 시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모비 딕의 큰 줄거리이다.

고래로 비유되는 자연과 인간의 투쟁이 어떻게 광대한 분량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정작 고래와의 싸움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의 대부분은 고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고래잡이, 고래학, 작살 등을 서술하고 있다.

큰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고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가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비극적인 서사시의 정점을 향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작가의 집념과 정성에 감탄이 이어진다.

결국 피쿼드 호는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 모비 딕과의 대결에서 처참히 무너지고 파선된다. 이때 에이해브 선장을 포함하여 이슈메일을 제외한 모든 선원이 사망하게 된다. 소설에서는 인간과 자연, 개인적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과 목표 지향적인 인간의 극명한 대립각을 보여준다. 특히 에이해브 선장과 1등 항해사 스타벅의 대립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모비 딕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감내해야 할 문제를 상징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시련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때마다 피하고 주저앉는다면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록 시련에 상처 입고 아파할지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에이해브 선장의 삶이 바다에 침몰한 결말은 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 본다.

처음 「모비 딕」을 마주했을 때 가졌던 두려움은 소설을 읽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오늘날 미국 최고 걸작으로 꼽혔던 소설이 출간 당시에는 독자들의 외면받았다는 점, 그리고 대중적인 커피 체인점의 이름이 이 소설의 등장인물에서 비롯된다는 점 등은 소설의 유명세만큼이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지나간 시련은 앞으로 닥쳐올 시련을 대비할 소중한 경험이 된다. 언젠가 거대한 고래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리석은 에이해브 선장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완독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이뤘으니 의미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읽겠다는 두 번째 목표를 세우려 한다. 삶의 비극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다시 한번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래가 섬처럼 거대한 덩치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그 거칠고 먼 바다와, 고래가 일으키는 형언할 수 없는 위험들과, 파타고니아에서 고래를 보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수많은 목격담에 따르는 경이로움 - 이런 것들이 바다에 대한 열망으로 나를 치닫게 한 것이다.

p. 51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고 아가리가 우그러진 고래를 발견하는 자, 대가리가 희고 오른쪽 꼬리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고래를 발견하는 자, 그 흰 고래를 발견하는 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p. 248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우리는 오랜 고생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동물에게서 비록 적지만 매우 귀중한 경뇌유를 뽑아낸 뒤, 녹초가 되었지만 참을성 있게 몸에 묻은 오물을 씻어내고, 영혼의 임시 거처인 육신을 깨끗이 유지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자마자, "고래가 물을 뿝는다!" 하는 외침소리에 영혼은 용솟음치고, 우리는 또 다른 세계와 싸우러 달려가, 젊은 인생의 판에 박힌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다.

p.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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