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날씨가 달라지듯 내 마음속의 날씨도 매일 다르다. 가끔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달라지는 마음의 날씨에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가질 때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해가 드는 날이 있으면 구름이 끼는 날도 있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 있으면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치기 어린 시절엔 날씨마저 이겨내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상처도 받고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치가 제법 쌓이다 보니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과부하와 무기력이 오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날씨를 찾아주는 생각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상의 순간에 철학적 위로를 건네며 삶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여행과 동물, 인공지능과 염세주의, 예술과 죽음 등 삶의 다양한 순간을 소재로 하여 당연한 듯 잊고 있던 삶을 상기시킨다.
익숙한 소재지만 그의 글은 결코 쉽지 않다.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 보기도 하고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에는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기도 했다. 엄청난 일더미에 파묻혀 '과부하'라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던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며 생각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다 여기지만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삶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삶이라고 해야 할까. 익숙한 개념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예술을 바라보며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하고 있던 일도 끝났다. 끝났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을 읽으면 마주한 저자의 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의 날씨가 한결 화창해진 기분을 느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