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탄생
이광표 지음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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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명작으로 인정받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명작에 열광할까. '명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끊임없는 질문이 생겨났다. 저자는 이러한 명작의 탄생에 대해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1900년대 초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주최 측은 전시를 거부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고 개최된 마르셀 뒤샹의 특별전에는 이 변기를 보기 위해 2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때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 된 이유는 뭘까.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100년 후 희대의 명작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평범한 그림도 새삼 달리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명작은 '모나리자'와 같은 그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된 국새와 어보, 20세기 슬픈 근대사를 담은 손기정 선수의 표정, 지폐 속에 그려진 병약한 퇴계의 얼굴, 노동의 의미를 예술로 승화시킨 거대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있는 명작들을 이야기한다. 명작이라고 하면 그림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러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려준다.

예술을 둘러싼 풍성한 이야기는 작품을 넘어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예술품이 전부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작은 소비하는 과정과 시대상이 맞물려 탄생한다. 수많은 갈등과 논란을 겪고 지난한 세월이 지난 후 명작으로 태어난 예술 작품들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한 세기를 넘고 1500년의 세월이 지나고도 사람들의 사로잡는 명작의 보며 텅 빈 마음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명작의 탄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명작에 대한 탐구와 논의는 수용과 소비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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