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1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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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꽂기 마술'에 쓰이는 나무 박스 안에서 온몸이 칼에 꿰인 시체가 발견된다. 스톡홀름 경찰서의 형사 미나는 멘탈 매직의 권위자인 멘탈리스트 빈센트에게 수사의 도움을 요청하고 심리학과 마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빈센트는 수사에 합류한다. 하지만 마술 도구에 관련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사건의 흔적은 점점 빈센트를 향해 오는데...


6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 3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미스터리 스릴러 걸작 3부작의 첫번째 이야기. 마술 도구용 박스 안에서 잔인한 모습으로 발현되는 시체. 피해자들의 몸에 새겨진 수상한 숫자. 


마술을 소재로 한 범죄 소설은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본 마술이 이렇게 잔인한 살인 도구가 될 줄이야. 서스펜스의 거장과 심리술사의 만남은 새로운 분위기의 소설을 만들어냈다. 두 저자는 미나와 빈센트라는 인물을 통해 살인 사건의 긴장감과 미묘한 로맨스의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낸다.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교차로 보이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이 사건의 범인은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과연 한 사람이 이 모든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의문이었고... 사건에 등장한 마술의 트릭도 궁금했다. 수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은 촘촘하게 설계된 작가들의 문체로 인해 눈을 뗄 수 없었다.


잔인한 범행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소 낯선 멘탈리스트라는 설정도 등장인물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든다. 빈센트가 심리와 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정신없는 그의 가족은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며 평범한 한 가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권의 다소 긴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책이 작가들의 미스터리 스릴러 걸작 3부작 중 첫번째 시리즈라 다행이다. 완벽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두 캐릭터들의 조합도 좋았다. 오감을 자극하는 서늘한 분위기의 북유럽 미스터리 스릴러, 박스.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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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 - 타인의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삶의 축을 옮기는 법
사소 쿠니타케 지음, 유민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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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와 금수저 구별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나 역시 내 시간에 책임을 지고 24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늘 시간이 모자란 듯한 기분을 느낀다. 왜 자꾸만 시간 부족에 허덕이고 있을까.

이 책은 시간을 버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진 삶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사는 법을 배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트랜지션(전환)'이라 부르는 내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고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컨설팅 일을 하는 저자는 자투리 시간까지 일을 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간에 쫓기고 자신의 삶에서 시간 도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팬데믹이 일어나고 도시에서 살던 저자는 산골 마을에서 일 년 살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산속에서 생산성 높은 삶이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일부러 천천히 종이 신문을 읽고 업무를 진행한 후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도시의 시간 감각을 버리고 지금 흘러가는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삶으로 바뀐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자신의 페이스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시간의 주인이 나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바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기 위해 의도치 않게 타인이 정한 루틴을 따라가게 된다. 저자는 시골에서의 삶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감각에 따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삶을 배우게 된다. 이를 '트랜지션(전환)'이라 하며 가치관과 정체성이 서서히 바뀌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저자의 삶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팍팍한 내 삶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처음 계획했던 삶과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삶을 비교하며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계절도 잊고 요일도 잊고 살던 삶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저자의 경험은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보다 스스로가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던 중에 만난 책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와닿았다.

비록 지금 당장 산골 마을로 이주할 수 없지만 미래의 목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펴보는 일은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는 등의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건 온전한 내 삶을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다. 더 늦기 전에 나만의 리듬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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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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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깊어졌다.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하듯 진정성을 내세운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확대되면서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진정성을 찾기에 이르렀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비평가인 저자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된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화, 예술, 소비, 정치 등의 관점을 통해 진짜와 허상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리얼리티 쇼가 성행하고 소셜 미디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현대 사회에서 진정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대중들은 신비주의를 일삼던 과거와 달리 친근한 모습을 환영한다.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진정성은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가 되었다. 진정성 있는 음악, 진정성 있는 연기, 진정성 있는... 등을 수많은 상황에서 듣게 된다. 특히 무언인가 잘못한 경우 진정성 없는 사과는 뭇매를 맞고 업계에서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진정성은 개인의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예술 운동이었던 낭만주의의 태동과 함께 18세기 후반에 부상했다. 진정성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 고유하고도 진실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진짜 내가 아닌 것들과 별개로 '진짜 나'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p. 9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진정성에 대해 강박을 부추기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진정성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은 거의 연출로 만들어진 것이라 여긴다. 셀럽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부터 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까지 제대로 본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만들어진 진정성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이해하지만 실재와 허상 사이의 간극에 종종 허무함을 느낀다. 


이런 현실에서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소비를 이야기한다. 즉, 물건을 사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나를 만든다. 이는 기업들이 더 이상 물건을 팔지 않고 '자아감'을 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업은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에서 벗어나 '당신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제품을 판매하고 우리는 그 제품을 구매하고 진정한 나라 여기며 각자의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진정성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리얼리티 쇼는 더 이상 현실을 민낯 그대로 보여 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라면 핸드폰에도 넘쳐난다. 대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기 자신의 진실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옹호하여 그 위상을 지킨다.

p. 53

저자는 서문에서 진정성이 언제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진정성은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개인주의의 도덕적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우리는 현대 문화에서 저자가 강조한 자아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진정성이라는 말이 남용되지 않고 진짜 자신이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진정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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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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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리프 북스의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는 유명 추리 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신작 『맥파이 살인사건』의 초고를 읽게 된다. 1950년대 영국의 조용한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을 무대로 한 소설은 대저택 파이 홀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어가는 탐정 아티쿠스 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원고는 미완성이었고 앨런 콘웨이는 죽었다. 과연 소설의 결말은 무엇일까? 앨런은 왜 죽은 것일까? 수전은 소설의 결말을 찾고 소설가의 죽음에 담긴 비밀을 어떻게 풀어갈까? 


액자 소설의 형식을 보이는 『맥파이 살인사건』은 두 가지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흥미로운 성을 선보인다. 앨런 코웨이의 『맥파이 살인사건』과 앨런 코웨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될까. 마치 두 권의 추리 소설을 동시에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픤트와 수전의 활약을 지켜봤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삽입된 액자 소설 형식은 두 이야기가 빈틈없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더욱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읽으며 실제 내가 편집자라면 결말이 사라진 추리 소설에 무척이나 분노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수전이라는 인물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수전은 『맥파이 살인사건』의 초고 일부만 읽고도 나름대로 결말을 예측하고 앨런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재미있는 건 한 권의 소설책에서 고전 탐정 소설의 분위기와 현대의 스릴러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범인과 숨겨진 이야기는 장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 책 덕분에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책장 속에 잠자고 있던 앤서니 호로위츠의 책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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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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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릴 때면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을 예로 든다. 사실 내가 하는 실천이 딱 그 정도이기에 더 이상 무엇이 있을지는 고민도 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으니 진정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의문스럽다. 기후 위기를 몸소 겪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20년 차 환경 작가인 저자는 '오래 쓰는 즐거움을 누리고 나누는 재미에 감사하며 초록초록한 식물과 더불어 아끼는 기쁨까지 만끽하는 삶'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이토록 새롭게 느껴질까. 언제부터가 일회용에 익숙해지면서 고쳐쓰기보다는 새로 사는 게 쉬웠다. '뭘 이런 걸 고쳐, 새로 사면 되지'라는 인식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저자가 실천하는 삶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환경에 위협이 되는 삶에 익숙해졌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오래 쓰는 즐거움을 느껴본 게 언제일까. 나누기보다는 버리는 게 편하고 아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던 생활 습관을 전면적으로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초록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이상하게 내 손에 들어온 식물들은 오래 자라지 못한다. 나름 정성을 다해서 키우려 노력했지만 생명을 단축할 뿐이다. 반려 식물을 키우며 유기 식물을 구출하고 화분을 나누는 환경 작가의 일상이 나에게는 판타지 소설처럼 들려온다. 


저자의 에코한 하루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내 삶과 대조적이다. 깨끗하고 튼튼한 포장지나 택배 상자는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상점과 우체국에 되돌려준다. 고장 난 우산에서 뜯어낸 천은 근사한 돗자리로 변신하고 여행지에서도 직접 만든 수젓집에 챙긴 수저를 사용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에코 라이프는 환경 문제에 동참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어제보다 무해한 오늘을 위한 작은 행동이 모여 기후 위기라는 전 인류적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는 옷을 적당히 입다가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우리나라에서 재판매가 되든, 외국으로 수출하든, 잘라서 농업용 덮개를 만들든 누군가 입거나 재활용이 잘될 거라고 믿었다. 한때 골목에 여러 종류의 의류 수거함이 경쟁하듯 설치되고, 헌 옷을 모으려는 이들과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높으니 어디선가 새로운 쓸모를 찾게 될 거라고 안심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버린 헌 옷이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니 정말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P. 68

새로 돋아난 나비란의 새순이 무성하게 자랄 때마다 약국 앞 긴 의자에서 나눔을 했다. 늘 그랬듯 비대면 접선장소는 동네 약국 앞이었다. 일 년에도 여러 차례, 여러 해 동안 꾸준히 나눔을 했다. 마을 SNS에 나비란 나눔 안내글을 올리면 약속시간에 벌써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기던 이가 시집이나 사탕 같은 작은 선물을 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P.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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