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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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깊어졌다.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하듯 진정성을 내세운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확대되면서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진정성을 찾기에 이르렀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비평가인 저자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된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화, 예술, 소비, 정치 등의 관점을 통해 진짜와 허상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리얼리티 쇼가 성행하고 소셜 미디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현대 사회에서 진정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대중들은 신비주의를 일삼던 과거와 달리 친근한 모습을 환영한다.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진정성은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가 되었다. 진정성 있는 음악, 진정성 있는 연기, 진정성 있는... 등을 수많은 상황에서 듣게 된다. 특히 무언인가 잘못한 경우 진정성 없는 사과는 뭇매를 맞고 업계에서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진정성은 개인의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예술 운동이었던 낭만주의의 태동과 함께 18세기 후반에 부상했다. 진정성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 고유하고도 진실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진짜 내가 아닌 것들과 별개로 '진짜 나'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p. 9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진정성에 대해 강박을 부추기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진정성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은 거의 연출로 만들어진 것이라 여긴다. 셀럽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부터 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까지 제대로 본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만들어진 진정성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이해하지만 실재와 허상 사이의 간극에 종종 허무함을 느낀다. 


이런 현실에서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소비를 이야기한다. 즉, 물건을 사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나를 만든다. 이는 기업들이 더 이상 물건을 팔지 않고 '자아감'을 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업은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에서 벗어나 '당신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제품을 판매하고 우리는 그 제품을 구매하고 진정한 나라 여기며 각자의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진정성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리얼리티 쇼는 더 이상 현실을 민낯 그대로 보여 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라면 핸드폰에도 넘쳐난다. 대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기 자신의 진실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옹호하여 그 위상을 지킨다.

p. 53

저자는 서문에서 진정성이 언제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진정성은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개인주의의 도덕적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우리는 현대 문화에서 저자가 강조한 자아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진정성이라는 말이 남용되지 않고 진짜 자신이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진정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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