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릴 때면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을 예로 든다. 사실 내가 하는 실천이 딱 그 정도이기에 더 이상 무엇이 있을지는 고민도 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으니 진정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의문스럽다. 기후 위기를 몸소 겪고 있는 현실에서 환경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20년 차 환경 작가인 저자는 '오래 쓰는 즐거움을 누리고 나누는 재미에 감사하며 초록초록한 식물과 더불어 아끼는 기쁨까지 만끽하는 삶'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이토록 새롭게 느껴질까. 언제부터가 일회용에 익숙해지면서 고쳐쓰기보다는 새로 사는 게 쉬웠다. '뭘 이런 걸 고쳐, 새로 사면 되지'라는 인식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저자가 실천하는 삶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환경에 위협이 되는 삶에 익숙해졌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오래 쓰는 즐거움을 느껴본 게 언제일까. 나누기보다는 버리는 게 편하고 아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던 생활 습관을 전면적으로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초록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이상하게 내 손에 들어온 식물들은 오래 자라지 못한다. 나름 정성을 다해서 키우려 노력했지만 생명을 단축할 뿐이다. 반려 식물을 키우며 유기 식물을 구출하고 화분을 나누는 환경 작가의 일상이 나에게는 판타지 소설처럼 들려온다.
저자의 에코한 하루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내 삶과 대조적이다. 깨끗하고 튼튼한 포장지나 택배 상자는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상점과 우체국에 되돌려준다. 고장 난 우산에서 뜯어낸 천은 근사한 돗자리로 변신하고 여행지에서도 직접 만든 수젓집에 챙긴 수저를 사용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에코 라이프는 환경 문제에 동참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어제보다 무해한 오늘을 위한 작은 행동이 모여 기후 위기라는 전 인류적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