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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회의론자 - 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
자밀 자키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5년 2월
평점 :

언제부턴가 '희망'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열심히 하면, 최선을 다하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내가 꿈꾸고 원하는 미래를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희미해지면서 세상만사에 심드렁해지고 의심과 불만이 짙어졌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에 스스로가 놀란다. 이렇게까지 부정적이고 냉소적일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냉소주의를 떨치고 희망찬 회의론자가 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희망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희망이 실용적인 대응이라 말한다. 실체가 없는 긍정적인 믿음이라 생각했던 기존의 틀과는 다른 해석이라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심리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과학적이면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희망'을 말한다. 그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희망찬 회의론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을 무시하고 사람에게 무례하고 대중에게 거짓을 일삼는 세상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소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지금의 현실에서는 냉소주의자야말로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신뢰 게임을 따라 해보니 어쩌면 내가 그다지 냉소주의자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저자는 냉소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남을 의심하고 비교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스스로 파악하여 가치를 확인해야만 타인에 대한 믿음을 형성할 수 있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희망찬 회의론자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각자가 이러한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아주 작은 것부터 신뢰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일렉트릭, 저자의 조교수 시절 연구원의 진실한 고백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희망찬 회의주의가 협업과 신뢰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사람을 믿고 도우며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한 명의 지도자가 지배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로 인해 소통은 원활해졌고 결과는 훌륭했다.
팬데믹 시기에 시작된 재택근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염병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단절해야만 했지만 지금은 오롯이 내 선택으로 고립과 고독을 이어가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인과 어울리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내 안의 냉소주의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저자가 말한 인간 본질의 선함과 희망은 어울림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 주었다. 개인주의와 불신을 탈피하고 협동과 신뢰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곧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는 '희망'을 떠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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