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나라에 간 코끼리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진일상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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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발한 자살여행]이후 파실린나의 소설은 늘 사람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가 걷고 있는 길 가운데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잘 모르는 북유럽의 풍광을 떠올리게 된다.

숲으로 들어가길 원하면서도 그는 늘상 세상 속의 이야기 가운데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현대 사회 속에서 숨쉬고 있는 나 자신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모기나라에 간 코끼리]는 이 세상에는 맞지 않는 에밀리아의 세상사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너무 작아서 에밀리아에게 맞는 세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루치아와의 긴 여정은 어쩌면 에밀리아가 세상에 발을 딛고 살기 위한 집을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에밀리아에게 관심을 표하고 사랑을 표한다.

그것은 에밀리아가 세상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쉽게 어울릴 수 있지만, 함께 할 수 없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에밀리아가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스스로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을 우리의 삶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물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코끼리의 삶이 서커스에서 춤을 추며 곡예를 부리는 코끼리의 삶보다 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에밀리아에게는 밀림의 삶도 좋지만, 사람들 가운데에서 사는 것도 좋았지 않았을까?

다행스럽게 에밀리아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서도 잘 살았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소인국에서, 어쩌면 좋은 거인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든 파실린나의 소설은 유쾌하지만 가슴 한 켠을 콕 찌르는 탄산수같다는 느낌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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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대이윤
로랑 캥트로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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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독특한 소설이다. 단체의 신곡을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이제까지 읽었던 여타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어느 기업의 전략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회의장. 한 기업에 근무한다는 것 하나만을 제외하고, 전혀 다른 열한 사람이 모여 있다. 오전 11시 회의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오후 1시에 회의가 종료되는 그 시점까지, 사실상 각 장의 주인공들은 회의 중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시간 여의 회의는 계속 진행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싶으면서도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는 회의, 그 속에서 사람들은 회사의 이윤 창출을 위한 전략을 짜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이윤을 창출해낼 것인가하는 자기 고민에 빠져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열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또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반복하면서 화자 자신의 삶을 평가하거나 변명하거나 옹호하고 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이 든다. 낯설은 전개구조, 그리고 개방적인 표현들(?). 하지만 읽다보면, 맞아맞아!!!를 연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이 거대한 대기업의 일부인 주인공들처럼, 이 거대한 사회의 일부일수밖에 없는 내 삶이 그들의 모습에 투영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자기 연민과 자기 변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내 삶의 극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저 알리기에리처럼, 행복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내 삶에 대한 전략회의를 짜야 되지 않을까 싶다.

자, 지금부터 내 삶에 대한 전략회의의 시작이다. 그런데 종료는 언제쯤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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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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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지기만 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독약...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자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것들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목을 매고 죽을 사람들에게 있어 동아줄은 왜 끊어지지도 않는지. 손에 든 수십 알의 수면제는 목에 걸려 켁켁거리게 하는지. 방안 가득 매운 백합의 순백은 만년설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눈 무덤 같은지. 절벽 아래 파도는 거대한 괴물이 쩍 벌리고 있는 아가리 같은지. 죽음보다 그 모든 것들이 죽으려는 이 순간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나의 의식이 그 지독한 것들을 머리에 담아내고 가슴에 품어내고, 그로 인해 죽음으로 인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인간은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자살자는 ‘자, 살자’를 목청껏 외치는 사람이며, 죽음을 선택한 그 순간은 살고자 하는 열망이 최고조에 달하는 클라이맥스가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자신을 알지 못한다. 죽어야 할 이유만을 나열한다. 왜 삶이 비루한지, 왜 삶이 나를 괴롭히는지, 왜 나는 무기력한지, 왜 나는 무능력한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으려 애쓴다. 그 질문들에는 답이 없다. 오히려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활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무한한 능력이 무엇인지의 답을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 질문들에는 답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되묻자. 자살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자, 살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아마도 살고 싶을 것이다. 알랭은 그 살고 싶은 욕구,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그 욕구를 일깨우려고, 콘돔의 구멍을 찾아,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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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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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을 한다.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서, 혹은 배가 난파해서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로빈슨 크루소처럼 질서를 만들어가며 살게 될지, 혹은 파리대왕에 나오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무리들처럼 동물적인 삶을 살게 될지.. 그 어떤 것도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상을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그곳은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지상의 천국이 바로 그곳일 거라고.

파실린나의 소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죽음같을 것만 같았던 곳이 48명의 생존자들에게 삶을 희망을 주고 유토피아를 꿈꾸게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살았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는 마르크스가 말했던 억압된 노동으로부터의 탈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바로 공산사회다. 공산사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행복하게 일을 하고 원하는 만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들의 천국이었다. 테일러는 자신들의 삶을 예전의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하면서 이 행복한 곳으로부터 나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다. 하지만 이미 문명에 너무나도 길들여진 우리, 그리고 그러한 지상 천국이 세상에 있음을 거부하는 문명인들에 의해, 그들의 천국은 사라지고 만다.

문명인들이 부셔버린, 그래서 산산조각난 그들의 천국, 그것은 유토피아란 현실에 있어서는 안되는,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야만 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정치를 수행하며 사람들을 기만하는 현대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게 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기만에 속아 힘겨운 도시적 삶을 이겨내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파실린나는 그들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걸림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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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 7집 Back To Stage JYP
박진영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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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박진영 하면 춤부터 떠올린다. 워낙 춤 솜씨가 대단하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파격적인 의상. 망사옷을 입은 남자 가수는 아마도 박진영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번 7집을 내면서 비가 염려했다고 한다. 너무 파격적인 의상은 피하라고....

그 다음은....... 성에 관련된 당당한 발언들.... 그의 노랫말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성담론들은 한번쯤 건드려보고픈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박진영을 떠올릴 때 슬픈 발라드가 생각난다. 그에게 가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던 '너의 뒤에서'란 노래가 그랬고,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부드러운 음악들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게 했었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곡은 '나 돌아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

그 애절함 때문에 박진영은 춤꾼이라 할 수 없다. 그는 애절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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