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펴든다.
오늘 읽은 부분은 ‘술 취한’ 말들이다.
마음에 든다. ㅎㅎ

술에 취하는 첫 단계는 ‘우럭우럭하다’라고 한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을 가리킨다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우럭-우럭
「부」「1」불기운이 세차게 일어나는 모양. ¶모닥불이 우럭우럭 피어오르다. §「2」술기운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 ¶워낙 술을 못하는지라 그는 술이 한 잔만 들어가도 술기운이 얼굴에 우럭우럭 나타난다. §「3」병세가 점점 더하여 가는 모양. ¶방치하는 사이에 그녀의 병세가 우럭우럭 더해졌다. §「4」심술이나 화가 점점 치밀어 오르는 모양. ¶정신없이 뛰어왔던 일을 생각하니 트릿한 마음이 우럭우럭 뻗질러 올라, 무섭게 박 서방을 노려보았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차츰’보다는 좀더 세찬 표현 같지 않은가?
아무튼 술기운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다’란다.

간잔지런-하다
「형」「1」매우 가지런하다. ¶산 밑으로 기와집들이 간잔지런하게 늘어서 있다./하관이 빠른 갸름한 얼굴에 콧날이 준수한 그는 간잔지런하게 기른 코밑수염이 이미 반백이었다.≪김원일, 불의 제전≫§「2」졸리거나 술에 취하여 위아래 두 눈시울이 서로 맞닿을 듯하다. ¶졸음이 밀려오는지 그는 눈이 점점 간잔지런해지기 시작했다. §

마태우스님 술 마신 사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간잔지런한 표정이라 하겠다. 호호.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하는 상태는 ‘거나하다
거나하게 취하여 정신이 흐릿한 것은 ‘건드레하다’ ‘얼근하다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것은 ‘얼큰하다’(‘얼근하다’보다 큰 말)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것은 ‘곤드레만드레하다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자는 것은 ‘곤드라지다
(그러니까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곤드라지는 것!)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의 지은이는 술 취한 모습을 가리키는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술에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하다는 뜻인
해닥사그리하다’라고 했는데, 나도 참 마음에 든다.
‘술에 취해 한창 기분이 좋은 술꾼의 모습이 눈앞에 보는 것처럼 그려지는 말’이라나.
웬일인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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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10-1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마태님은 간잔지런한 표정의 대가시죠....^^
(맨 정신에도 가능하다는 설이....^^;;)

물만두 2006-10-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럭먹고싶다=3=3=3

가랑비 2006-10-1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ㅎㅎㅎ 그 설이 맞을 것 같아요.
만두 언니, 오옷, 저도요. 꼴깍.

아영엄마 2006-10-1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남편은 술 취하면 곤드라져서 다음 날 낮에 출근하곤 합니다. -.-;;

가랑비 2006-10-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뜩금. =3=3=3

2006-10-2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