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둘째아이가 태어난 지 3주 지났습니다.
동생은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지금은 친정에 있어요.
큰아이는 아빠가 있는 집과 엄마가 있는 친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지난 토요일에 친정에 가보니
큰아이가 동생에게 이만저만 샘내는 게 아니에요.
언니가 둘째 낳았을 때도 첫째아이가 샘내긴 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자기 동생을 귀여워했던 것 같은데...
(하긴 언니네 첫째랑 둘째는 네 살 터울이니까 큰아이가 좀더 컸지요.)

큰아이(혜림이)에게 제가
이번 추석 선물로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아기 오는 날]을 선물했는데
(마침 갓 태어난 동생을 맞는 내용이라서)
책을 보고는 처음엔 좋아하더니
할아버지가 읽어줄 때도 엄마가 읽어줄 때도
영 벌레 씹은 표정이에요.
할아버지가 “혜림이 동생이랑 같이 책 읽어야지?” 하면
“동생이랑 같이 안 읽어” 합니다. ^^;
이제 세 살인데, 동생이 태어난 뒤 몸도 부쩍 크고 말도 많이 늘었어요.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이제 동생에게 관심을 빼앗겨서인지,
누워 있는 동생을 어른들이 지켜볼 때면 와서 한 대씩 때리질 않나,
침을 닦아준다며 거즈 손수건으로 아이 얼굴을 덮어버리질 않나...
(살살 달래서 잠시 뒤 손수건을 치워주긴 했지만요.)
일요일 아침에 하는 소리를 들으니,
제 동생이 “엄마는 혜림이도 사랑하고 동생도 사랑해” 하니까
“혜림이는 많이 사랑하고 동생은 쪼끔 사랑”하라고 하더군요. ^^;;

일요일에 외할머니가 아빠랑 교회에 가도록 하려고 양치질을 하게 했는데,
칫솔을 입에 물고는 엄마와 아기가 있는 방으로 돌아와서
방안을 빙빙 도는 거예요.
그 방에는 제 남동생이 윗몸 일으키기 할 때 쓰는 틀이 있는데
혜림이는 미끄럼틀 삼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놀거든요.
엄마가 “얼른 씻고 아빠랑 교회 가야지?” 해도 “안 가” 하면서
칫솔을 물고 거기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기에
제가 번쩍 들어서 방문으로 데려갔는데,
문간에서 몸부림을 치기에 내려주었더니
다시 엄마 쪽으로 가서는
입에 문 것(칫솔과 침 섞인 물)을 토해버리더라구요.
몸부림치느라 속이 치받쳤던 모양이에요.
동생이랑 엄마 단둘이 두지 않으려는 안간힘인 건 이해하겠는데,
이럴 땐 어째야 하는지... -.-
휴지 가져다가 혜림이 손을 잡고 같이 방바닥을 닦고는
혜림이를 그냥 두었어요. 잠시 뒤 아빠가 오니 순순히 씻고 옷 갈아입고
교회에 가더군요.

가끔 집에 가면, 제 동생이나 엄마 아빠는 늘 아이 보느라 힘드니까
잠시라도 제가 봐주길 바라곤 해요.
그런데 전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난감합니다.
아이를 억지로 안아 올리지 말았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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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0-0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동생이 생기는건 거의 지구폭발과 맞먹는 충격이래요. 누가요...
저는 2살터울 아이인데 동생이 태어났을때 항상 큰 아이를 더 사랑한다고 직접 얘기해줬어요. 님같은 경우면 '그래 혜림이는 너무 많이 사랑하고 동생은 쬐끔 사랑해, 근데 동생은 너무 아기라서 아무것도 할줄을 몰라서 엄마가 좀 더 돌봐주는거야. 엄마는 혜림이를 훨씬 많이 사랑해' 뭐 이렇게요. 그리고 저는 두 녀석이 울때는 큰 아이를 먼저 안아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큰 아이가 저만 아는 아이로 크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의 경우 큰 아이가 동생을 괴롭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나중에는 엄마가 동생을 안아주는데 대해서도 거부감도 거의 없었구요. 부모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신함으로써 동생에 대해 관대해진다 할까요? 그건 커가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렇게 반항할때도 나무라지 말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게 가장 빠른 해결책일것 같은데요. 뭐 "지금 엄마가 혜림이 칫솔질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안 도와주고 동생만 봐서 무척 속상하구나'하고요. 그런 공감이 필요한 시기인것 같습니다.

가랑비 2006-10-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동생에게 말해줘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호랑녀 2006-10-1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과에서 그러던데,
본부인이 첩을 본 충격과 강도가 같다대요.
배우자의 사망과 맞먹는 정도라고 하던가?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봐야 할테니까, 주변사람들이 그러니까 이모가 혜림이를 무지무지 사랑하고 챙겨줘야 할 듯합니다 ^^

가랑비 2006-10-1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아주 실감나는 표현이어요, 호랑녀님. ^^ 고맙습니다.

조선인 2006-10-1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참 유용했어요. 임신했을 때부터 마로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하려고 애썼고, 다행히 마로는 해람을 샘내지 않고 무척 이뻐라해요.

가랑비 2006-10-1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고마워요! 그 책, 당장 동생에게 보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