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은이), 김종철, 김태언 (옮긴이) | 녹색평론사

정가 : 8,000원 | 246쪽 |
1996년 7월 15일 초판 발행 | 2001년 4월 30일 개정증보판 제1쇄 발행

언제 어디서 샀는지 모르겠다.
책에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지 않고, 아마 서점에서 붙였을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 환경운동(좀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회복하고 개발하는 운동’)의 고전을 읽은 것이 겨우 두 달 전이다. 지난 10월 하순, 여름에 내지 못했던 휴가를 내어 동해의 추암 바닷가에서 3박 4일을 박혀 있었다. 그곳, 추암 바다에서 읽기 시작해 서울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다 읽었다. 정말 재미있다.
소설 [사자개]와 몽골 전문가 이평래 선생의 글 덕분에, 내가 유목 민족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조금 깨닫게 된 때에 읽었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지난번 [사자개] 독후감에서 유목민이 물고기를 먹지 않는 까닭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이 책 덕분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물고기는 먹는 일이 없다. 생명을 빼앗아야 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공급할 수 있는 커다란 동물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먹는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가볍게 여겨지지 않고, 반드시 용서를 빌고 많은 기도를 올린 후에야 한다.

내가 타고 짐을 싣는 짐승들,
나를 위해 죽임을 당한 짐승들,
내가 고기를 먹은 모든 짐승들,
그들이 빨리 부처가 되기를
(52쪽)

그렇다고 우리가 물고기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주위 환경에서 먹을거리를 구할 수밖에 없고, 물고기를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지역도 분명히 있다. 다만 라다크처럼 고원의 초원 지대에서는 물고기보다 염소나 야크를 먹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것은 군데군데 실린 라다크 사람들의 사진이다. 사진 속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할머니부터 갓난아이까지, 한결같이, 티 없이 맑게 웃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져서 나까지 저절로 따라 웃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책에 관해 약간 씁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책을 애초에 번역 출간한 녹색평론사는 이 책을 알리면서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를 한국에 초청하는 등 정성을 다했고, 한국어판 번역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 책이 한국인들에게 알려지고 널리 읽히게 된 것은 녹색평론사의 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저자 쪽에서 출판권 계약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한국어판 출판권이 다른 곳에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보통 출판권 계약은 5년 단위로 갱신된다. 출판사에서 책을 잘 못 팔았다거나 저자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돈 많은 다른 출판사에서 높은 계약금을 제시해 빼앗아 버린 거라고 한다. 어려운 살림을 꾸리면서도 좋은 책을 꾸준히 찾아내 소개하는 작은 출판사에 그나마 힘이 되던 스테디셀러를 대형 자본이 가로챈 것이다. 그 돈 많은 출판사(중앙일보 계열사라나...)도 나쁘지만, 서구식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대안의 삶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저자가 그냥 돈에 넘어갔다는 것에 이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배신감이 큰 모양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 책을 읽고는 싶으나 아직 안 사신 분은 녹색평론사에 재고가 얼마 남아 있을 테니, 그 새로운 출판사 판(2007년 11월에 나왔더군요...) 말고 녹색평론사 판을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책값도 더 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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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12-29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근사한 책소개입니다. *^^*

가랑비 2007-12-2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고마워요. 아, 우리 언제 만나죠?

Mephistopheles 2007-12-30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다행입니다..얼마전에 주문넣어 받은 책이 녹색평론사 쪽이군요.^^

chika 2007-12-3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은 건 좀 오래전이지만... 저도 참 좋게 읽었는데, 이 소식은 다른곳을통해 이미 알았으면서도 또 새삼 맘이 씁쓸하네요. ;;

그나저나 많이 바쁘죠? 잘 지내고 있나요? ^^

가랑비 2007-12-3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아아 반가워요. 다행이라 얘기해주셔서 더 반가워요. ^^
새벽별님, 와락. 우웅우웅~ (어디서 어리광이얏^^)
치카님 치카님, 사실 일이 바쁘다기보다 마음이 산지사방으로 날아다니는 탓에 여유가 없어요. 치카님은 잘 지내나요? 집에는 잘 돌아가신 거죠?

사람을 호도하는 소리 2008-01-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화라는 대세를 과연 거스를 수 없다면 우리는 세계화와 문화적 다양성, 탈중심화의 조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에프티에이를 반대한다고 문화적 다양성, 농민들의 삶이 보호되는 것이 아닌데 무조건적인 반대는 세계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고, 결국 후세를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트리는 행위다.

문제는 에프티에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카더라'는 식의 근거없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 정작 자신들은 세계화 개방화의 혜택을 다 누리면서.

녹색평론이 이 책을 알리는데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재번역 출간한 회사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는 것은 서평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출판사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출판계에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녹색평론은 저작권이 명확하지 않은 때에 '저자의 허락없이' 책을 번역 출간했다. 그래서 사실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뻔 하였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의 취지를 살려 녹색평론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좋은 책이라고 번역 출간한 녹색평론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므로, 용서는 하되 정식으로 계약은 하지 않은 것이다.

규모가 큰 출판사, 잘되는 기업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자본가'로 몰아부치는 논리는 옳지 않다. 그런 사람들도 본인 또는 친인척 또는 자식이 그런 회사에 다니기를 원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기업이란 삶이 터전이다. 기업은 잘되야 하고 규모가 커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부자를 욕하면서도 모두 부자가 되길 원한다. 참 이상하다. 스스로 욕하는 자리에 가고 싶어 하니 말이다. 위선을 벗어 던져라. 거짓을 벗어 던져라.

가랑비 2008-01-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호도하는 소리님, 정말 호도하는 소리를 남기셨네요. ^^ 에프티에이나 큰 회사, 부자에 관한 말씀은 님과 저의 의견이 다를 뿐일 테지만요, 녹색평론사에서 저자의 허락 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정보입니다. 녹색평론에서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와 녹색평론 대표가 직접 합의하여 한국어판을 냈고, 녹색평론에서는 저자가 운영하는 재단에 꾸준히 돈을 보내는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제가 믿는 지인이 녹색평론 편집장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 자세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