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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은 울림을 준다. 설령 그 분야가 경제경영이라 해도 저자의 혼신이 담겨 있으면 독자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느낀다. 그것이 다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 고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나는 스티븐 코비와 짐 콜린스에게서 그러한 감동을 느꼈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선물' 또는 '마시멜로 이야기' 등의 자기계발형 우화에는 치를 떠는 독자다. 정확한 분석과 직관, 논리정연한 설득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예시, 나아가 경영의 본질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작가의 깨달음 등이 이런 류의 책에는 없기 때문이다. 개요도 없고, 느낌도 없다. 모든 자기계발형 우화에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 있다. 최근에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내는 '배려', '용기' , '경청' 시리즈가 그것을 대표하고 있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선물'은 나 자신이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반해 책에서의 성공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에서의 성공'으로 맞춰져 있었다. 책의 메시지에 따르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이미 자신의 선물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책의 우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일을 잘하고 계속 승진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찾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견은 차치하고라도, 책에서의 내용을 대입해보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서 성공했다고 해야 하지 않나? 끝끝내 드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책은 끝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내 안에 있다.' 이것이 선물의 메시지다. 한 문장을 한 권으로 엮었으니 얼마나 지루한 지 모른다. 조금이나마 덜 지루할 수 있었던 건, 책이 얇기 때문이다. 얇기로 따지면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훨씬 더 얇은 데, 그건 신기함과 재미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