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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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읽으면서 나는 두 번 감탄했다.

90페이지-그나마 삽화를 빼면 60페이지나 될까, 삽화도 뒷면은 여백이다-남짓의 짧은 단편 하나를 가지고서도 한 권의 책으로 편집/구성해서 팔아먹을 수 있구나, 하는 것 하나와 이렇게 서사와 여운이 없는 글을 써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도 있구나 하는 것 하나.

그래도 나는 이 작가를 믿어보기로 했다. 아직 이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것은 하나의 상품이었을 뿐, 요시모토 바나나의 혼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찾아 읽게 되진 않겠지만, 기회가 되면 '키친'이라는 책을 읽어볼 요량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나와 같이 '키친'을 읽자. 혹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렬한 팬이라면, 이 책은 더더욱 건너 뛰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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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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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울림을 준다. 설령 그 분야가 경제경영이라 해도 저자의 혼신이 담겨 있으면 독자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느낀다. 그것이 다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 고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나는 스티븐 코비와 짐 콜린스에게서 그러한 감동을 느꼈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선물' 또는 '마시멜로 이야기' 등의 자기계발형 우화에는 치를 떠는 독자다. 정확한 분석과 직관, 논리정연한 설득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예시, 나아가 경영의 본질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작가의 깨달음 등이 이런 류의 책에는 없기 때문이다. 개요도 없고, 느낌도 없다. 모든 자기계발형 우화에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 있다. 최근에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내는 '배려', '용기' , '경청' 시리즈가 그것을 대표하고 있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선물'은 나 자신이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반해 책에서의 성공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에서의 성공'으로 맞춰져 있었다. 책의 메시지에 따르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이미 자신의 선물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책의 우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일을 잘하고 계속 승진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찾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견은 차치하고라도, 책에서의 내용을 대입해보자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서 성공했다고 해야 하지 않나? 끝끝내 드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책은 끝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내 안에 있다.' 이것이 선물의 메시지다. 한 문장을 한 권으로 엮었으니 얼마나 지루한 지 모른다. 조금이나마 덜 지루할 수 있었던 건, 책이 얇기 때문이다. 얇기로 따지면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훨씬 더 얇은 데, 그건 신기함과 재미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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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은..-.-^
 
평생 단 한번의 만남 - 단 한 번의 만남을 기적의 순간으로 바꿔주는 10분의 매직
임한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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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맞으며 50가지의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 중 세 번째가 '멘토 만들기'였다. 그러나 한 해 동안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게 중에서도 깊이 만나게 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고민 끝에 차선으로 택한 게 책 속에서 멘토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올해의 첫 번째 멘토를 만났다.

저자의 모든 것에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도자'가 되지 못하고 치열한 시장의 복판에서 경쟁하며 살아갈 거라는 자기자신에 대한 체념을 전제한 만남이다. 이 글을 읽고자 하는 다음 독자에게도 이 말은 하고 싶다. 저자는 '구도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입에 발린 소리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사람이 보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전쟁의 기술'이나 '모략의 즐거움'처럼 남을 짓밟고 일어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현대사회, 라고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결국 진실, 이라는 말도 한다. '전쟁'이든 '중상모략'이든, 아니면 '진실'이든, 결국 '승리'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장 최선의 수단을 저자는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도 나를 세분화한다. 어떤 나는 이론적이고 학구적이며, 인류에 헌신하고 싶어한다. 이 책에 있어서는 그런 나는 접어두었다. 그러고 보면 이 책만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은 몇 권 없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임한기라는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열정에는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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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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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읽은 '남한산성'을 모니터 앞에 올려두고 리뷰를 쓴다. 리뷰 대상 도서가 놓이는 자리이다. 다른 책들과 뒤섞여 있는 '남한산성'은 그 표지의 강렬함 때문인지, 내용의 충격 때문인지 붉게 달아올라 있는 듯하다. 아니면 최근 출판/문화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이라도 하는 듯.

나는 '남한산성'을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 펼쳐들었을 땐 '의미심장하게' 읽고 싶었으나, 문장들이 그것을 방해했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오.",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 등의 말이 독자들 사이에서 무수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남한산성'이 '대한민국'과 동의어로 사용된다는 것도. 그래서인지 요즘 김훈은 바쁘다. 무수한 '말'들과 싸우러 다니는 듯하다. 그 자신이 책을 쓰면서 숱하게 싸웠을 말들은, 책이 나온 후에도 작가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책은 '말'을 아끼고 있고, 책의 말들은 또다른 말들을 불러와 많은 작중인물들을 희생시키고 있는데, 책 밖에선 또 책의 내용과 작가를 가지고 무성한 말들을 만들어낸다.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남한산성'을 재미있게 읽었다. '남한산성'은 실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허구이고, 또한 솔루션이 제공되지 않는다. 읽고 나면 참담하고, 무겁고, 긴장의 돌기가 솟고, 삶이 팽팽해진다. 찢어지지는 않을 만큼 팽팽해진데 대해 나는 '남한산성'에 감사한다. 그리고 소설 외적인 것들-말들-에 대해서는 소모적인 언쟁이 그쳤으면 한다. 이야기는 완성되었고, 다만 이야기에 별 다섯 개를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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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30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1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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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소설의 분류 중에 '메타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다. '소설에 대한 소설, 또는 문학에 대한 문학 이야기'를 다룬 글을 이르는 말이다. 작가들의 작업 환경이 작품에 자주 반영되다 보니, 당연히 이런 류의 글들이 성행할 때가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영하의 <아랑은 왜>가 메타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의 구성인 '소설-사진-에세이'는 '소설의 재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영하의 자전적 이야기이구나.

 

'밀회'라는 단편은 좋다. 역시 김영하의 단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만에 단행본으로 보는 것이어서 그 기쁨도 크다. 그러나 여행서에 길들지 않은 독자로서, 뒤의 사진과 에세이는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독법을 바꿔보자, 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은밀한 두근거림이 생겼다. 뭐랄까, 작가를 뒤쫓는 듯한, 내가 거리의 배경이 되어 소설을 구상하는 작가를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에세이는 허무하다. 심하게 말하면, '부록' 같은 느낌이다. 기왕에 드러낼 거면 소설에 대한 뒷이야기를 드러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에서 많은 독자들이 목소리를 내었으니, 거들지는 않고 싶다. 다만 여덟 권의 책을 다 살 독자의 입장으로서, 여행자 시리즈 속에서 김영하의 목소리를 더 요구하는 게 무리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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