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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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점에 서서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이다. 미루고 있지만, 꼭 사서 두고두고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성차별, 군대, 왕따, 이데올로기 억압, 동성애 등의 10가지의 인권에 대해, 10명의 만화가가 의기투합해 만들어 낸 '작품'.

그닥 감성적이지 않은 남성호르몬이 많은 내가, 교보문고의 큰 매장 한가운데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흘리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조여오면서 답답해졌다. 세상에는 아직도 참 많은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도 내내 들었던 듯하여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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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Romance Killer 로맨스 킬러 세트 - 전2권
강도하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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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즐겨보던 만화는 모두 칸만화(?)였다. 네모난 칸 속에서 만화의 전부가 이루어지는 칸을 이용한 순차적인 양식을 차용한 작품. 물론 그것은 간간이 '원피스'나 '베가본드'를 보는 지금도 유용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양식이 깨졌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 만화, 그러니까 웹페이지 안에서 구현되는 만화는 '칸'보다는 '스크롤'에 대한 접근으로 그 양식이 발전하나보다. 만화에 문외한인 나라도 이 책 '로맨스 킬러'를 몇 장 넘겨보다가 "어어어...!"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되어버렸다. 그것은 이 책이 '칸'과 함께 그것이 가진 단점들을 뛰어넘어 '여백'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칸'을 버림으로써, 만화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한 인물이 드러내는 표현과 내밀한 속마음의 동시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해석의 여지가 없어졌으니 하이퍼텍스트로의 기능은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로맨스 킬러>는 최고의 만화책이다. 적어도 네 가지에서는.

기존의 만화독법을 폭파시켜버린 화면 연출(앞에서 주구장창 늫어놓은;;), 올컬러에 빛나는 최고 완성도의 그림과 장면 곳곳에 숨어있는 명대사들, 그리고 상상하기도 힘든 가격!

   
 

 내 심장의 메트로놈은 고장났어 -61p

당신을 죽일 수 있어... 부탁 없이도 미치도록 죽이고 싶다! ...하지만, ...내 로맨스도 죽이지 못했어 -398p

 
   

비싼 만큼, 만화와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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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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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은 짧은 11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해외의 소설집이라니...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번역문학은 대개가 장편인지라, 조금 생경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가, 한국적이었다. 차용한 소재나 인물들이 미국적일 뿐이지, 잘 짜여진 플롯이나 이야기의 함축과 은유는 단편문학이 기형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단편과 매우 비슷했다. 반가웠다. 미국의 작가들도 우리 작가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반가우면서도 무서웠다. 두려움과는 좀 다른, 차가운 칼바람이 뒷목을 스치는 느낌이랄까... 작품은 모두 어떤 작가들을 생각나게 했다. 애드가 앨런 포우의 그로테스크와 로맹 가리의 공허함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 그것이 인간을 바라보는 솔직한, 그래서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작가의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안 것은 책의 말미에서였다.

이 책은 '한나 틴티'라는,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처녀작이다. 그래서 전체 단편의 균질성이 떨어진다. 또한 그래서 두 번째 작품을 더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단편들 중 앞의 두 편, '애니멀 크래커스'와 '홈 스위트 홈'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가 아니면 죽은 로맹가리밖에는 쓸 수 없는.

   
  일이 끝나자 나는 신발을 벗고 메리수의 우리 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러고는 조셉처럼 메리수의 무릎 아랫부분을 건드려본다. 메리수는 자동으로 발을 든다. 나는 머리가 그 발밑에 오도록 몸을 움직인다. 메리수가 내 귀 위에 발바닥을 올린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뺨에 닿는다. ......초원에 사는 야생 코끼리의 숨소리를 녹음한 것처럼. 나는 눈을 감고 벵골 보리수를 상상한다. 그러자 슬픔이 조금 가시는 것 같다. 30p  
   

어둡고 기괴하며, 블랙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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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2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기, 참 치명적이었죠.^^
홈 스위트 홈, 저도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말할 수 없이 슬프고 그러면서도
웃음이 살폿 나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요..

산도 2007-08-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신선했던 앞의 작품들보다 갈수록 뒷심이 부족한 것 같더라는... 그러나 다음 작품은 기대됩니다.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이기는 습관 1 - 동사형 조직으로 거듭나라
전옥표 지음 / 쌤앤파커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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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해서인지, 경제경영서에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생활의 지침서라고 할까... 조금 터부시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일 때문에 경영서를 몇 권 읽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문학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끼고 있는 생경한 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스티븐 코비와 짐 콜린스, 톰 피터스 그리고 필립 코틀러와 같은 저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전율 같은 것이 인 적도 많았다. 그 책들에서 내가 읽은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똑바로 마주하고 선 자의 고뇌였던 것 같다.

현대사회가 과학을 기저로 한 물성 중심의 사회가 되어감으로써, 천재들이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몰렸던 과거와는 달리 자본화된 사회 요원으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철학과 문학이 쇠퇴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사회에 종사하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생겼다. 저자가 자신의 신념을 더 밀고 나가서 훌륭한 이론 하나를 정립해주길 빈다.

훌륭한 장사꾼은 철학자와도 같다. 전옥표의 철학에도 나는 몇 번 꿈틀대었다. 그것이 깊은 고뇌만이 아닌, 현장에서의 치열한 부딪힘으로 생겨난 것이기에 더 가치있게 느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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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 낮출수록 커지는 삶의 지혜
김희수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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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공짜 책이 많이 생겨서 마구잡이로 책을 읽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시간을 빼앗기는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일 때문에 읽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선택', '아르헨티나 할머니'에 이어 세 번째 읽게 된 책 역시 내겐 '노동'과도 같은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그나마 가독성이 없었더라면 끝까지 읽지 않고 덮어버렸을 책.

'겸손'이라는 책을 선택해 읽게 되는 사람들에겐 어떤 기대심리가 있을까. 아마 대부분 '겸손'의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겸손'한 게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테니. 나 역시 이 책에선 '겸손'이 왜 좋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겸손해 지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 삶에 반영되는건지'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책은 '겸손하라, 그러면 일도 사랑도, 가족도 모두 당신의 편이 될 것이다'라는 교시적인 내용만을 언급하고 있었다. 결국 '겸손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라는 새로울 것 없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완벽하게 한 편의 소설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픽션이므로, 마땅히 비소설-자기계발이 아닌-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어긋난 기대심리로 구매하지 않을 테니. 혹시라도 그런 기대 심리를 이용하고 시장성이 큰 경제경영으로 분류한 것이라면, 엘도라도를 포함한 웅진의 책은 다시는 사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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