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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원화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30%가까이 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갈 정도의 환율폭등이 왜 발생하는지, 우리 경제 전반에는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정부의 환율정책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1.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이유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 하락폭이 더 큰 것은 국내 외환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지난 연말에 비해 2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6.7%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화(-13.9%), 호주 달러(-22.0%), 태국 바트(-12.8%) 등도 달러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 반면 엔화 가치는 오히려 14.1% 올랐고, 중국 위안화 가치도 7.3% 상승했다.
 이처럼 원화가 약세를 보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들어 8월까지 126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상수지 적자폭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탓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30%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외환위기 경험도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을 왜곡시키고 있다. 외환위기에 대한 경험 때문에 가뜩이나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커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환율이 오르면 경제와 가계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싼 값으로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적인 이론일 뿐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에는 꼭 들어맞지 않는다. 우선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생산단가가 높아진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 부품·소재의 수입비중이 높은 산업들이 많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할 때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실익이 없다. 외국에서 부품을 사들여야 하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져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의 주름살은 더 커진다. 환율상승으로 원유·곡물 등 원자재 수입단가가 높아지고 이는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면 달러뿐 아니라 원화도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기업, 가계 등 실물경제로 돈이 잘 흐르지 않게 되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거나 빌려준 돈의 회수에 주력하게 되면 흑자를 내고도 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기게 된다. 기업도산이 늘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도 증가하게 돼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더 죄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금융시장 신용경색→대출회피, 대출 자금회수→기업 흑자도산→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신용경색 심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되풀이되면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3.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외환보유액은 충분한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경제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환위기 당시 400%에 이르던 기업 부채비율은 현재 100% 수준이다. 일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인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월말 현재 2397억 달러에 이르고, 6월말 기준 유동외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장·단기 외채)는 2223억 달러다.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외채를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174억 달러 밖에 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설명은 다르다. 단기외채의 45%는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본점에서 빌린 달러 자금이어서 실질적인 유동외채는 1200억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외환보유액 전체가 1주일 내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헐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4.정부의 외환정책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늘고, 수출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과 맞물리면서 물가가 급등했다. 물가 폭등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다시 끌어 내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환투기 세력은 돈 벌 기회가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1000원선으로 유지하려고 하면 투기세력들은 달러를 사모아 1020원대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 정부가 1000원대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헐어 달러를 팔아 환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를 외환시장 개입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들은 달러를 팔아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정부가 자꾸 외환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나라의 ‘곳간’ 격인 외환보유액은 감소하는 반면 투기세력들은 돈 벌 기회가 많이 생긴다.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환율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5.키코(KIKO)로 불리는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은 왜 문제인가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익을 얻는다. 외국에 물건을 팔고 받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입는다. 외환(外換)과 헤지(hedge·위험 회피)의 합성어인 ‘환헤지’ 상품은 환율 상승이나 하락에 따른 손해를 덜 보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환헤지 상품의 일종인 키코(KIKO)는 설계가 이상하게 돼 있다. 환율이 예상했던 구간대에서 움직이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반면 환율이 그 구간을 벗어나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을 받지 못하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약정 환율 구간을 900원에서 1000원, 행사 환율을 950원으로 정해 키코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환율이 900~950원에서 움직이면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달러를 무조건 950원에 처리해준다. 환율이 900원이라해도 달러를 950원에 사주는 것이다.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 문제는 환율이 오를 때다. 1000원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기업이 거꾸로 달러를 950원에 은행에 팔아야 한다. 환율이 1300원일지라도 달러를 무조건 950원에 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약정한 금액의 2~3배 수준의 달러를 팔도록 계약이 돼 있다.  
 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했던 지난해 환율은 900원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당시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올들어 환율이 폭등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키코에 가입한 기업 517곳의 손실액은 1조7000억원이다. 8월말 당시 환율인 1089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환율은 그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0일 현재 달러당 1309.0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키코 피해는 1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종합해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고,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이라면, 원·엔 환율은 110엔에 1000원, 즉 100엔에 909.09원이 되는 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 달러당 939원에서 10일 현재 1309원으로 올들어 39.4% 올랐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연말 100엔당 828원에서 지난 10일 1322원대로 59.6% 올랐다. 달러보다 엔화 값이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전세계적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엔화가 미국 달러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3엔이었지만 10일 현재 1달러당 99엔으로 엔화 가치는 10% 이상 높아졌다. 달러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떨어진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떨어져 원화와 비교해 엔화의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된 것이다.

 7.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장기적으로 국채 금리는 물론 시중은행의 예금·대출 금리가 모두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 유입이 줄게 되고, 외환시장에 달러가 적어져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0.5%포인트를 인하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오른 상황이 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0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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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출증대를 위해 환율을 올리는데 원자재 값이 올라 이를 수입해서 물건을 만들면 물가가 또 오르고...이건 어떤 해결책을 내놔야 할까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건 불가능할까요?

아지 2008-10-1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구조가 단순하던 시절에는 환율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경제는 미래가 없습니다. 기업들은 이런식으로 해서도 이윤나니까 투자하거나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아주 복합적인 측면도 많고 하지만, 환율을 상승해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는 이미 낡은 것이 된 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1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또 환율방어를 한다면서, 기껏 번 외화를 또 퍼주고 있으니...참...답이 안 보이네요.사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되면 시워한 답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불과 몇달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잡겠다던 품목은 이제 기억조차도 안 나네요.

아지 2008-10-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장에 일단 신뢰를 주는게 방법입니다. 정부정책도 친기업이 아니라 친 시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장 참가자는 기업도 있고 일반시민도 있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도 있는데 이들 모두에게 공정한 법집행을 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이명박의 문제 중 하나는 시장 참가자들로 하여금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선 시장친화=기업친화 라서 원래의 시장경제논리가 왜곡되었지요.사실은 본래 의미의 시장경제의 기준으로 보아도 현정부의 경제정책이 비판을 많이 받을 겁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 ‘세제개편안’을 발펴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을 가르는 기준으로 근로소득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부과하는 기준)로 8800만원을 제시했지만 8800만원 이상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5년간 상속세 실효세율도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상속세율이 외국에 비해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9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액에서 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표가 8000만원을 넘는 근로소득자는 6만9000명으로 전체 근소세 신고인원 662만1000명의 1%에 그쳤다. 또 4000만원초과~8000만원 이하 구간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4.9%인 32만3000명에 불과했다. 2007년부터는 과표구간이 △8000만원 초과→8800만원 초과 △4000만~8000만원→4600만~8800만원으로 각각 조정돼 대상인원이 조금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2010년까지 과표구간별로 2%포인트씩 일괄적인 소득세율인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표구간 8800만원 이하를 중산·서민층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모두 5조1330만원에 이르는 감세혜택이 중산·서민층에 돌아가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근로소득 상위 5% 안팎도 중산·서민층에 포함되는 셈이다.
 상속세의 경우도 2003~2007년 신고된 상속재산 가액이 25조2413억원이었고, 이들이 자진 납부한 세금은 4조762억원으로 실효세율은 16.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각종 공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33%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 과세가 이뤄지는 국가의 평균 세율이 26.3%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법인의 0.1%인 324개 기업이 법인세 세수의 61%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 인하도 수혜 대상이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법인세액이 100억원을 넘는 기업은 전체 법인 37만2141개의 0.1%에도 못미치는 324개였다. 이들이 낸 법인세는 18조2468억원으로 전체 법인세 세수 29조8851억원의 61%에 이르렀다. 반면 세액 5000만원 이하 법인이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의 93.2%인 34만6733개였고, 이들이 낸 세금은 1조4339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4.8%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낮은 법인세율은 13%에서 11%로 낮추되 높은 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하되 1년 늦춰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20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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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기사를 주로 올려 놓으시는군요.재정이나 금융 쪽을 연구하시는 분?

아지 2008-10-12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사에 있습니다. 제가 쓴 기사들이고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멋지다...경제부 기자...기사 외의 글도 올려주세요.
 



 

외환시장에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된 것은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근시안적인 외환정책을 편데다 ‘대증요법’식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외환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효과가 사실상 실종됐고, 외환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흐름 역행하는 정책 연발=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해 투자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300만달러)를 폐지키로 하고, 6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외부동산 취득한도 완화는 만성적인 외화초과 공급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던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흐름을 거스른 ‘달러 퍼내기’ 정책이 되고 말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단계별로 나눠 해외부동산 투자한도를 풀었지만 최종적으로 풀 당시에는 이미 경제상황이 나빠졌고 경상수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였다”며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또 지난달 18일 ‘2단계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2월부터 외환자유화 조치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이틀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국제금융시장 경색이 불보듯한 상황에서 외환 자유화 계획을 앞당긴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부는 지난 7월 외국계 은행 한국 지점의 본점 차입에 대한 이자 비용 손비인정 한도를 기존 자본금의 3배에서 6배로 완화했다. 정부가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해외 본점에서 달러를 차입할 때 이자의 손비 인정(과세대상 수익에서 제외되는 경비) 한도를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에는 단기외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외은 지점의 본점 차입 손비인정 한도를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축소한 바 있다.

◇근시안적 대응으로 국고만 축내=정부는 지난 7월 환율 급등세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서라도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달러 폭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달러 부족 현상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 시작하자 달러 현물이 거래되는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달러 선물이 거래되는 외화자금시장(스와프시장)에까지 10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2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50억 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당시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스와프시장 참여는 거래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하다 보니 아주 급한 곳과 덜 급한 곳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외화자금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를 추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공개된 것도 외교관행을 감안할 때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 대응이 혼선을 겪으면서 외환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시계(視界)가 짧은 정책으로 외환시장에 대응하면서 투기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있어 어떤 말을 해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제팀을 교체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200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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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9월 한달간 원·달러 환율은 10% 가량 뛰었고, 주식시장과 펀드에서 10조원 가까이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어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시장불안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구제금융 법안의 의회 통과 이후에도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환율 한달새 10%급등 = 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인 곳은 외환시장이다. 지난 9월5일 1117.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급등세를 보이며 10월2일에는 1223.5원까지 올라 한 달새 105.7원(9.5%) 급등했다. 추석 연휴 다음날인 지난달 16일에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의 충격으로 환율은 하루동안 무려 50.5원이나 폭등했다.

 올초부터 약세를 보이던 주식시장도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요동쳤다. 국내외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총액이 한달새 6조원이 감소했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감소분을 합쳐 모두 10조원 가량이 사라졌다. 

◇달러·원화 동시 자금난=‘9월 위기설’로 불안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기금) 발행을 추진했으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 국제 금융시장 신용경색 여파로 발행에 실패했다. 이 여파로 국책은행과 공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달러 조달이 무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달러 자금난이 가중됐다. 여기에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증권사들이 투자손실을 입으면서 단기 원화자금 시장까지 얼어붙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현금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은행채 등을 처분했고, 이는 은행들의 자금난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됐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국고채 대비 은행채 AAA등급의 스프레드(채권간 금리차)는 3년물을 기준으로 1.85%포인트를 기록해 지난달 5일에 비해 0.62%포인트 확대됐다.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자금난이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외화자금시장(스와프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키로 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자 외환시장에 외환보유액을 필요한 만큼 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환율이 급등하고 시장불안이 지속되자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시중은행과 수출 중소기업에 5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달러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불안 지속될 듯=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본격화하면서 9월 한달간 외환보유액은 35억3000만달러가 감소했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오히려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외환시장 움직임에 성급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정부가 외환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시장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200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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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에 가해진 빗장을 최대한 벗겨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금융규제 완화흐름을 계승, 한국에서도 글로벌 금융플레이어가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이지만 미국발 금유위기로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모델로 추종해온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정책추진의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일단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산업정책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전철 밟을 우려 큰 금융정책=산업은행을 민영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이전에도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투자은행의 주 수입원이 되는 인수합병시장이 성숙하지 않은데다 주식이나 채권발행시장도 활발하지 않는 등 투자은행의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할 경우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으로 조성되는 한국개발펀드(KDF)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금융 등 정책을 간접금융(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일식 주거래은행 등 간접금융의 토양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금융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한 유동화 등 다양한 자산유동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의 방침은 미국 금융위기에서 드러나듯 신용리스크(위험)를 키워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활성화도 단기 투기성 자본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넘는 금융규제 완화=이명박 정부는 비은행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재벌기업의 금융및 비금융계열사 동시지배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뒤흔들 것으로 지적된다. 세계 100대 은행중 산업자본이 실제 은행경영을 지배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4개에 불과해 금산분리는 대다수 국가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정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키로 한 것도 과도한 규제완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금융정책에 대해 금융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성장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무조건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미국식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는 복잡다단한 금융산업 발전문제를 규제완화→투자확대→일자리창출 식의 산업육성 정책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금융산업에서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제2의 외환위기라는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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