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에 가해진 빗장을 최대한 벗겨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금융규제 완화흐름을 계승, 한국에서도 글로벌 금융플레이어가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목표이지만 미국발 금유위기로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모델로 추종해온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정책추진의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일단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산업정책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전철 밟을 우려 큰 금융정책=산업은행을 민영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이전에도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투자은행의 주 수입원이 되는 인수합병시장이 성숙하지 않은데다 주식이나 채권발행시장도 활발하지 않는 등 투자은행의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할 경우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으로 조성되는 한국개발펀드(KDF)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금융 등 정책을 간접금융(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일식 주거래은행 등 간접금융의 토양이 없는 상태에서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금융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한 유동화 등 다양한 자산유동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위의 방침은 미국 금융위기에서 드러나듯 신용리스크(위험)를 키워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활성화도 단기 투기성 자본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넘는 금융규제 완화=이명박 정부는 비은행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재벌기업의 금융및 비금융계열사 동시지배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뒤흔들 것으로 지적된다. 세계 100대 은행중 산업자본이 실제 은행경영을 지배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4개에 불과해 금산분리는 대다수 국가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정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키로 한 것도 과도한 규제완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금융정책에 대해 금융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성장론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무조건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미국식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는 복잡다단한 금융산업 발전문제를 규제완화→투자확대→일자리창출 식의 산업육성 정책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금융산업에서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제2의 외환위기라는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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